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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개발 범죄자는 따로 있다

[기자의눈] 무법천지 재개발 지역이나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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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27일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간부 세 명을 검거해 한 명을 구속했다. 재개발조합에서 5천7백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용산5가 일대 재개발 현장에서 공사를 방해하며 '조직적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여러 신문들도 "전철연 간부가 조합에 금품 갈취"라며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전철연의 주장은 다르다. 문제가 된 용산5구역은 지난해 12월 24일 재개발조합과 합의해 지난 2003년부터 했던 투쟁을 마무리했고 이 과정에서 이영희 용산5구역 철거대책위원장이 주거이전비 2천만원, 생활지원비 2천만원, 이사비 1천만원 등을 지급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은 이 합의를 하며 양측 민형사상 고소고발도 철회했고 합의서도 공증을 받았다. 살림살이가 모두 망가진 채 철거투쟁을 벌이며 정신적 고통은 물론 부상까지 당한 용산5구역 철거민들에게 만 5년만에 돌아온 것이 돈 5천만원이다.

전철연은 "경찰과 검찰은 조합과 시공사, 철거민 사이에 합의해 해결된 사건을 뒤늦게 전철연의 금품갈취 사건으로 뒤바꿨다"며 분노했다. 용산 범대위는 "이 사건이 용산참사 이후에 검경이 전철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3개월여 동안 파낸 결과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3개월 집중수사... 합의한 곳에도 혐의 씌워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난 1월, 검찰과 경찰은 학살의 원인 규명에는 뒷전이었고 오로지 전철연의 비리깨기에만 주목했다. 전철연이 개발 현장을 돌며 투쟁을 해주고 뒷돈을 챙겨왔다는 식이다. 망루 지은 돈을 전철연이 착복한 것처럼 수사방향을 잡고, 남경남 전철연 의장의 계좌도 수색했다. <조선일보>는 1월 29일자에 "남경남 의장이 모처에 호화 주택을 갖고 있다"는 등의 허위 의혹을 내보냈다.

전철연 회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도 계속됐다. 전철연 소속 철대위 사무실은 물론 회원의 가정집도 무차별 압수수색했다. 인천 도화동 철대위, 수원 권선철대위, 동작구 흑석철대위, 구리 지금철대위, 도농철대위 등의 사무실과 가정집이 수색당했지만 가져갈 만한 증거는 없었다. 전철연은 수색을 나온 경찰이 "몸 조심하라, 2백명을 조사해서 구속시키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최근 수사중인 용인 어정철대위의 경우 조합과 철대위가 쌍방 합의해 망루도 철거한 마당인데 검찰이 11명을 기소하고 이 가운데 6명을 구속수사하는 중이다. 철대위가 남겨둔 변호사 비용을 물고 늘어지며 "전철연에 건네주기 위한 돈이 아니냐"고 집중 추궁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표적수사' '전철연 죽이기' '마녀사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용산참사 이후 3개월 동안이나 전철연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뾰족한 혐의점이 없자 '돈' 문제를 빌미로 합의된 사건들을 들쑤시고 있다.

재개발 지역 비리와 범죄는 외면하나

이 와중에 재개발 지역에서 세입자들을 쫓아내려 방화를 저지른 폭력배들이 28일 구속됐다. 2006년 서초구 내곡동 가구단지의 철거용역업체 S사가 조직폭력배 3명에게 건당 1억~2억원씩을 주고 불을 지르게 한 사건이다. 이들이 낸 세 차례의 불로 가구업체 8곳이 전소되고 18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가게를 잃은 이들은 보험금만을 받았을 뿐 이주비, 영업비, 권리금 등 재개발 보상비는 전혀 받지 못했다.

이들 일당은 입주자 대표의 승용차를 들이받아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경찰은 2006년부터 지난달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난 11건의 다른 화재도 이들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시공사와 시행사의 가담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비리는 수없이 많다.

용산참사로 그나마 세간에 알려졌다시피 철거용역업체의 만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입자를 내쫓기 위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욕설, 협박, 방화, 폭력 등의 난동을 벌이고 있다. 용역업체가 이런 '깡패'들을 동원하고 관리하는데 사용하는 돈도 만만치 않다.

온 나라의 재개발 지역이 비리와 범죄, 폭력으로 무법천지인데 검찰은 애꿎은 철거민만 쥐어짜고 있다. 가족과 이웃을 잃은 죄없는 철거민에게 혐의도 없는 '금전' 문제로 협박하지 말고 진짜 재개발 범죄자부터 단속할 일이다. 범죄의 정점엔 세입자나 철거민이 아니라 거대 건설자본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