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국회 내 폭력사태까지 부르며 쟁점법안으로 놓고 대치했던 여야가 2일 오전 10시 김형오 국회의장 주재로 열릴 협상에서 최종 타결을 이룰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만일 여야가 이번 협상에서도 합의를 만들지 못할 경우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는 본회의에서 김형오 의장은 각종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 관련법은 6월로 논의시한, 경제 관련 쟁점법은 2월 처리
일단 1일 밤늦게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언론 관련 법안 중 저작권법과 디지털전환촉진특별법은 4월 국회에서, 그 외 방송법, 신문법, IPTV법 등 국회 내 논의기구를 설치해 논의한 후 6월 말에 처리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를 환영했다.
일단 한나라당은 협의 내용이 대부분 민주당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며 거부키로 한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출자총액제한 폐지와 은행법 등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하고, 언론 관련 법안과 관련해서도 처리시한을 사실상 못 박는 등 대폭 물러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나라당이 계속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결국 한나라당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힘을 받을 지에 국회 상황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안 없는 무능야당 발목잡기는 이제 그만’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걸고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밤샘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홍준표, “직권상정 하리라 믿는다”
2일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서도 여야 원내대표가 격돌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인 민경욱 씨도 “18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지만 가장 진행하기 힘든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밤 있었던 협상에서 나온 합의를 강조한 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발한 것.
홍준표 대표는 “민주당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재벌방송 참여 지분 20%를 제로로 해 직권상정 처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국회의장이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에게 직권상정 해 2월에 처리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 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원혜영 대표는 “우리 입맛에 안 맞아 거부했으니까 우리 입맛에 맞게 모든 것으로 직권상정 하라는 이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있는지 상상이 안 가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집권여당의 행태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있냐”고 비난하고, “직권상정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상재, “시한 정하면 또 다른 어려움 올 것”
한편 민주당의 대폭 양보 양상에 대한 외부의 비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1일 협상에서 논의시한 규정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4개월 시한 가지고는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상재 위원장은 과거 언론 관련법 제정 과정을 돌아보며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은 진일보했다고 보지만, 시한을 정해놓거나 하면 또 다른 어려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관련 법안에도 있다. 여야가 현재의 안으로 합의를 하게 되면 기업들의 문어발 경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2월 국회에서 당장 출자총액제도 폐지가 처리되는 것은 물론, 은행의 재벌소유를 가능케 할 은행법도 무난히 임시국회를 통과할 것이기 때문. 민주당은 수정할 것이 있으면 수정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처리를 합의한 상황에서 원안 수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이의영 군산대 교수는 “출총제가 폐지될 경우 향후 대기업 집단들의 출자 여력은 실물투자나 일자리 창출과 같은 신규 순투자보다는 금산분리 완화 정책과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은행 등 금융기관과 실속 있는 공기업 인수에 나설 자금으로 활용되어 문어발식 확장을 더욱 가속화 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