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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투쟁 시즌5, 우리가 대세다”

[인터뷰] 김소연 기륭분회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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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김소연 분회장을 만나기 위해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의 촛불문화제를 찾았다. 문화제가 진행되는 내내 김소연 기륭분회 분회장은 마음씨 좋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에게 단식 후 복식은 잘 하고 있는 지 물어보니 “묽은 죽을 먹기는 하는데, 때를 못 맞춰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식을 마치고 병원에 입원하고도 농성장에 돌아갈 궁리만 하던 김소연 분회장에게는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한 단식도 복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자신의 몸을 담보로 투쟁해왔던 단식 후 또 다시 투쟁 때문에 복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륭분회의 투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날 문화제만 해도 금천구 가산동에서 진행되던 문화제가 동작구 신대방동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기륭분회가 지난 10월 20일 골리앗을 세우고 이전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기륭전자 본사가 이전했기 때문이다. 촛불문화제 주변에는 변함없이 형사와 경찰이 있었지만, 금천서 소속이 아닌 동작서 소속 형사들이었다. 한 형사가 “저희 쪽으로 와서 골치 아픕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기륭전자 신사옥 주변 아파트 주민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풍문이다.

기륭분회 투쟁은 시즌5

기륭분회의 투쟁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시즌 5 정도 되는 것 같다. 노조 설립 후 해고에 맞서 공장점거 농성했던 시기가 시즌1, 불법파견 판정 투쟁이 시즌2, 장기투쟁사업장들과의 연대로 투쟁했던 시기가 시즌3, 투쟁 천일을 기점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촛불시민의 연대가 이어진 최근까지가 시즌4, 그리고 지난 10월 20일 골리앗 농성 후 기륭전자 본사 이전에 따른 현재가 시즌5.

  6일 촛불문화제에서 미원정투쟁단이 원정투쟁의 결과를 보고했다.

기륭투쟁 시즌5에 따른 새로운 투쟁 계획에 대해 김소연 분회장은 “마지막 교섭 시기에 기륭전자 사측이 교섭을 경총에 위임하겠다고 한 것만 보더라도, 기륭사측의 입장만으로 해결되는 투쟁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기륭에 집중하는 투쟁을 해왔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확장시키는 투쟁을 해야 한다. 전선을 넓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륭분회는 2차 미국 원정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얼마 후 미국 뉴욕에 기륭대책위가 꾸려진다고도 한다.

그녀에게 촛불시민들의 결합에 대해 묻자 “주부에서 미술인까지 보지 못했던 얼굴을 보면서 많은 힘이 되었고, 비정규직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만 생각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을 보며 투쟁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기존에 노조를 중심으로 해왔던 투쟁과 더불어 촛불시민과의 결합은 저변을 넓히는 플러스 알파의 영역이다. 두 가지가 결합할 때 폭발력과 파급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투쟁과 촛불시민의 결합은 기륭을 넘어 강남성모 비정규직 투쟁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고통스러워도 돌파해야”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된 기륭 투쟁. 부담감은 없을까?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어서 타결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우리가 잘못 해결하면 다른 사업장에 영향이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로금이나 제 3의 회사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럴 거라면 예전에 정리했다. 정의롭게 투쟁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뿐이다. 깨지면 깨지는대로 성과를 남길 것이다”고 말하는 김소연 분회장은 웃고 있었지만, 편한 표정은 아니었다.

기륭분회가 네 번째로 맞이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김소연 분회장은 해가 갈수록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힘이 약해지는 것 같다며 5일 있었던 비정규직입법 관련 토론회 이야기를 꺼냈다.

“비정규직은 세계적인 대세고 우리만 투쟁한다고 해결이 안 되니, 고통이라도 덜 받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얘기로 모아졌다. 비정규직이 느는 게 자본의 대세이지 노동자의 대세가 아니지 않느냐. 고통스럽고 어려워도 돌파해서 흐름을 바꾸어야 한다.

전태일 열사정신 계승은 ‘노동자도 인간이다’는 선언을 이어가는 것이다. 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고용형태가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는 인권의 문제다. 전국노동자대회가 힘있는 비정규직 투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많은 연대에 힘을 얻기도 했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구나’면서 상처를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처를 안고 한 발이라도 나가지 않으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체념해야 한다. 힘들지만 반 보라도 나갔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 싸우면 결과가 어떻든 누구도 욕할 수 없지 않느냐”

늘 웃는 얼굴의 김소연 분회장이지만, 가슴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고 있을지 모르는 대목이다. 그녀의 마지막 대답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