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던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이하 하이텍 지회) 조합원들이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리해고를 당하기 일보 직전이다.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지난 29일 “잉여인력 감여 조치에 의해” 13명의 조합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단, “(주)에이치앤드앰프로덕션으로 전적을 해서 과거와 같이 계속 근무를 원하거나, 희망퇴직(퇴직 위로금 기본급의 24개월)을 원하는 조합원에 대해선 해고 예고를 철회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측은 조합원들이 (주)에이치앤드앰프로덕션으로 전적을 하면 그 곳을 폐업할 것”
“부당해고 판결 이후에도 노조 말살만 생각한 것 아니냐”
뒤늦게 정리해고 통보 공문이 금속노조 서울지부로 왔다는 소식을 전화로 들은 하이텍 지회 조합원들이 6일 오전 10시, 노동부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이하 노동부 청주지청)으로 지청장 항의 방문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조합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사측이 전적을 강요하는 (주)에이치앤드앰프로덕션”은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신설 법인으로 “자본금 5천만 원짜리인 회사”이기 때문이다. 즉 (주)에이치앤드앰프로덕션으로 조합원들이 전적을 하게 되면 사측이 (주)에이치엔드엠 프로덕션을 폐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20여 년간 청춘을 다 바쳐 연 매출 500억이 넘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사측은 노조를 없애기 위해 전적을 강요하고 있다. 어느 누가 전직을 하겠냐”라고 분개했다.
정은주 부지회장은 “노조에서는 지난 7월 11일에도 성실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지만, 그에 대한 답이 정리해고로 돌아왔습니다. 사측은 노조를 말살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은 게 틀림없습니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지청장과 담당 감독관은 휴가 중, 오는 8일 면담키로 약속
그러나 지청장과 담당 감독관은 휴가중이었다. 조합원들은 “지청장 휴가가 오늘 까지라니까 내일은 나오지 않겠어? 오늘 복도에서 잠을 자더라도 기다렸다 만나겠다”며 지청장실 입구 쪽 복도에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를 지켜보던 노동청 직원은 “아무 연락도 없이 이렇게 오면 어떻게 하냐. 우리도 휴가를 이번 달에 잡은 게 아니라 몇 달 전부터 잡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휴가 간 사람을 불러올 수도 없지 않느냐”고 난처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을 듣고 4층으로 올라온 노사지원과 직원 2명은 조합원들에게 찾아온 이유를 묻기 보다는 “노사지원과 거쳐서 와도 되지 않느냐? 왜 이 곳으로 바로 올라왔냐”고 물었다. 이에 조합원들은 “우리는 이미 수도 없이 노사지원과를 거쳤다. 사측에서 노조 탄압한다는 사실을 말하러 와도 노사지원과가 뭘 어떻게 했냐? 정리해고 통보된 것 노동부는 알고 있지 않냐? 관할 담당 지역에서 불법 해고가 일어나도 휴가만 가면 다냐”고 되물었다.
노사지원과의 또 다른 감독관은 “담당감독관이 없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해고 통보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게 부당하다 아니다는 법적으로 판단될 일이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으니 지회에서는 법적 구제절차를 밟거나 노동청 상담 혹은 면담을 진행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오후 2시까지 조합원들은 복도에 앉아 지청장과 담당 감독관을 기다렸지만, 끝내 면담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이에 하이텍 지회 조합원들은 노동부 청주지청과 오는 8일 오후 1시에 면담을 진행하기로 약속하고 현장으로 돌아갔다.(천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