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등은 13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를 규탄하고 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 영등포경찰서장, 영등포구청장, 용역업체 사용자 및 직원들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접수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반 년 동안 이랜드와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풀고자 많은 노력과 요구를 해 왔으나, 이명박 정부는 취임 즉시 민주노총 마녀사냥에 안달이 돼 있다"며 "입법 사법 행정부로부터 (코스콤이 사용자 지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비정규직에게 국민 세금으로 폭력배를 동원해 폭행하는 것이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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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성장 강제 철거 당시 용역업체 직원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해 병원에 입원중인 코스콤비정규지부 조합원이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농성장 강제 철거 사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전용철 코스콤비정규지부 조합원도 환자복과 휠체어 차림으로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전용철 조합원은 "농성장 앞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데 용역들 열 명에서 스무 명 정도가 달려들어 무자비하게 머리를 걷어차기 시작했다"며 "머리를 난타당하다 정신을 잃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실신에 이르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는 전용철 조합원은 "서민을 위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에 설마설마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맞은게 억울한 게 아니라 비정규직과 서민들이 앞으로 정신을 잃고 힘들게 살아갈 생각을 하니 너무나 비참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시 영등포구청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강제로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6명의 조합원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현재는 치료를 받고 나온 조합원들 외에 큰 상처를 입은 2명의 조합원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에 따르면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행위는 '경비업자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거나 그의 정당한 활동에 간섭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경비업법 상 위법한 행위이며, 경비업체 허가 취소사유에도 해당한다. 따라서 이같은 용역업체를 고용한 영등포구청, 폭력을 방기한 경찰 측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사태가 대통령 취임 보름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 비정규문제의 첫 해법이 매우 폭력적이라는 것, 행정관청과 경찰이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케 하는 위법행위를 일삼았다는 것 등이 경악스럽다"면서 "다시는 이러한 폭력 침탈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인권위원회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