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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채무...빈곤의 또 다른 얼굴

한국금융硏, '파산제도의 경제적 역할 및 제도개선 방향' 에 대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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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파산신청자가 12만명을 넘어서면서 여러 언론들은 너나 할 것없이 한국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초 광주 파산브로커 사건은 도덕적 해이론을 더욱 강화하는데 큰 몫을 하였고 이후 광주지법과 서울중앙지법은 차례로 내부업무처리방침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 내용은 대략 파산 및 면책심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청년채무자들은 가족재산까지 심사하고, 1500만원 이하 소액채무자의 경우도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금융연구원 8월 6일자 주간지 이순호 연구원의 “파산제도의 경제적 역할 및 제도개선 방향”라는 보고서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는 파산신청자수가 1000명중 2.6명꼴로 미국(5.0명), 프랑스(3.0명)보다는 낮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을 함으로써 금융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론은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금융 피해자... 도덕적 해이로 몰아세우나

실제로 올초 법원들의 내부업무처리방침 발표 이후 20~30대 청년채무자와 1500만원 이하 채무자들의 파산신청이 기각되는 사례들을 전국에서 접할 수 있었고, 변제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개인회생과 개인워크아웃제도 등의 재건형 제도를 이용하라는 것이 법원의 기각 사유였다.

이 보고서는 파산신청자가 늘고 있어 파산제도가 남용, 남발되고 있고 이는 도덕적 해이와 소명의식을 저하시키는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또한 파산제도의 목적은 지불불능에 처한 (과)채무자의 보호와 채권자의 권리 보호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1962년에 제정된 파산법은 30년이 훌쩍 지난 1997년에서야 첫 파산면책자가 나오게 된다. 1997년은 바로 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해로 나라경제뿐만 아니라 개인 및 가계경제도 위기에 빠지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와 명퇴를 당했고 중소규모의 자영업자들은 거의 도산하게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양극화의 실태와 정책과제” 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과 10년이 지난 2006년 빈곤층은 2배로 증가한다.

반면 상류층의 소득점유율은 1/4가량 증가해서 빈곤층은 점점 확대되는 반면 부가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로 2005년 차상위 계층(최저생계비 120% 이하의 가구)까지 포함한 빈곤층은 전체인구의 15%인 716명(6명중 1명 꼴)이다. 이중 500만명은 기초법 보장도 못받고 있어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외국과 비교해본다면 도시근로자가구의 평균소득과 비교한 최저생계비 수준이 덴마크 82%, 아이슬란드 78%, 노르웨이 67%, 핀란드 59%, 네덜란드 56%, 스웨덴 54%와 비교해 한국은 2007년 32.6%수준이어서 한국의 빈곤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내일신문 2007년 4월 16일자 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올해 초 통계청이 가계자산을 조사하고도 ‘자산불평등’을 공표하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상·하층 각 20%간 격차가 60.8배에 이를 정도로 자산 불평등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파산신청건수는 미국과 프랑스에 뒤지지만 2005년 현재 소득 불평등도는 상위 10%가 하위 10%의 9.4로 한국이 세계 1위이다.

살기도 힘든데...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IMF 외환위기 이후 이렇게 빈곤은 점점 확대되어 왔고 불평등 정도 또한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우연일까? 1998년 25%로 상한선을 제한해오던 이자제한법 마저 폐지된다. 그 결과는 10년이 지난 지금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에 의해 등록대부업의 경우 66%, 작년 사금융 평균 이자율 223%으로 상상을 초월한다. 올초 상한선 40%로 꼭 10년만에 이자제한법이 제정이 되긴 했다. 그러나 올초 제정된 이자제한법에서는 대부업의 경우를 제외하고 있어 실제 제1금융권을 거의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에게는 있으나마나한 법이어서 생색내기식 법제정이라는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

이자상한선도 외국과 비교해본다면 일본은 29.2%이던 상한선을 작년 15~20%로 낮추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미국의 경우도 주(州)별로 차이가 있으나 15%내외이며 프랑스 9~20%, 독일은 시장평균금리의 2배를 넘으면 폭리이고 계약이 무효이다. 역시 외국과 비교해 세계 1위를 달리는 고금리로 한국의 금융채무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눈덩이처럼 커지는 빚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2005년 신용불량자 용어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5천만 한국인들은 10등급으로 나누어져 있고 7~10등급은 금융기관에서 꺼려하고 있는데 금융감독원이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예산 자료를 보면 그 수가 700만이 넘는다. 2004년 신용불량자 400만시대를 마감하고 이제는 신용불량자가 300만도 안된다고 호들갑이지만 실제 신용불량자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의 보장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현재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로 미국 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이 후과가 한국사회에 미치지는 않을지에 대해 한국사회 역시 술렁이고 있다. 미국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현재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금리가 조금이라도 상승하게 된다면 주택대출로 인한 문제는 걷잡을 수없이 확대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가계부채의 위험도 진단’, 현대경제연구소의 ‘국내 가계대출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보고서에서도 이와 같이 현재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파산신청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국의 도덕이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오히려 금융채무자들은 한국사회 뿌리깊은 정서인 “빚진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누명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빈곤층이며 금융채무자들이다.

금융채무자들에게 '파산'은 미래를 위한 '희망'

오히려 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어 삶의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파산제도는 한국의 또 하나의 인간차별의 장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문제이다. 파산면책을 받은 이들에게 금융기관들은 특수코드를 부여한다. ‘1201’. 인간 바코드이다. 은행연합회에서만 가지고 있다는 이 기록은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한 주택금융공사, 일자리를 갖기 위한 서울보증보험, 차를 빌리기 위한 렌트카, 생명보험사들에게 공유되고 있어 면책자들에 대한 차별이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면책자의 배우자까지 차별을 받고 있어 신용등급사회의 현대판 연좌제라 할 수 있다.

파산제도의 제대로 된 기능을 운운한다면 파산 면책자들이 진정으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법제도적 보완들도 동시에 필요한 것이 아닐런지 묻고 싶다. 신분상의 불이익이 복권되어야할 파산제도가 오히려 면책자들의 사회적 차별을 확대하는 상황이라면 파산제도가 존재하는 의미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정부는 오히려 채무자들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점점 심화되는 빈곤과 불평등을 철저하게 민중들의 몫으로만 돌리고 있다. 정부정책의 실패와 무분별한 이윤축적을 위한 금융사들의 정책들이 현재 700만이 넘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음에도 그 결과는 철저하게 개인들의 책임으로만 돌려지고 있다. 거기다 도덕적 해이자라는 누명까지 쓰면서... 그러나 도덕적 해이자는 오히려 정부와 금융사들인 것이다.

정부와 금융사들은 그네들의 무책임함과 도덕적 해이에 책임지는 행동을 보이기 위해 심화되는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며 절대적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하루빨리 마련되고 확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고금리 정책을 해소하고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민금융기관이 하루가 시급하다. 더불어 현재 금융채무자들이 채무를 해소하고 새로운 삶의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연석회의'는 금융피해자 파산지원연대,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노숙인 당사자모임-한울타리, 민중복지연대,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금융피해자 당사자모임-좋은 모임회, 이윤보다 인간을, 새길 민생상담소(참관) 등이 연대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단체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