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랄레스 대통령이 21일 고대 안데스 문명 유적지인 티와나쿠에서 전통 인디오식 취임식을 하는 모습. [출처: Reuters] |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 역사상 첫 인디오 출신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에 앞서 21일 고대 안데스 문명 유적지인 티와나쿠에서 전통 인디오식 취임식을 가졌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볼리비아에서 살해 당한 남미의 전설적인 게릴라 혁명가 '체 게바라' 정신 계승을 언급하며 "자연자원을 약탈하고 차별과 치욕, 증오를 안겨준 끔찍한 시대를 바꿀 때가 됐다"며 "제국의 손을 꺾기 위해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반신자유주의 정책을 주창했다.
남미 좌파 정권의 시험대, 도미노의 기로
모랄레스 대통령은 1959년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가난한 인디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2학년 다닌 것이 최종학력 이다. 그는 코카 재배 농민 지도자로 활동해 오며 사회주의운동당(MAS) 활동을 통해 원주민 등 볼리비아의 소외계층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활동해 왔다. 모랄레스가 활동하는 사회주의운동당(MAS)는 볼리비아의 백인들과 권력층에 집중된 혜택의 분산을 주장하고 있고, 이런 활동을 통해 볼리비아 민중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결국 지난 대선에서 54%의 지지율로 최초 인디오 대통령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코카재배 금지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의 영향으로 볼리비아의 역대 정권은 코카재배를 불법화하고 코카 재배 억압 정책을 폈다. 그러나 모랄레스 대통령은 차(茶)나 치료약의 원료가 되는 코카 잎의 재배 합법화를 주창하고 있다.
▲ 22일 모렐라스 대통령은 피노체트에 반대해 반체제 투쟁을 전개한 바 있는 현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을 만나 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또한 최근 칠레에서는 현 정권의 바통을 이어 미첼 바첼렛 후보가 당선됐다. [출처: Reuters] |
그러나 장벽도 적지 않다. 쿠바, 베네주엘라 등 최근 볼리비아 모랄레스 정권을 응원하고 있는 국가들과 적대적 관계에 놓인 미국은 코카 합법화를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볼리비아의 최대 원조국이며, 2위 교역국으로 그 경제 규모 또한 적지 않다. 또한 1525년 스페인 점령 이후 볼리비아 사회는 37%의 백인계가 권력을 쥐고, 63%에 이르는 원주민들을 약 500년 동안 고정화 된 신분 차별 속에서 지배해 왔다. 결국 경제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백인들, 지배층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가 관건인 상황이다. 덧붙여 새 정부의 국유화 정책 및 자원 민족주의를 우려하는 볼리비아내의 외국 자본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관련 해,미국 정부의 경축 특사로 파견된 토마스 섀넌 국무부 차관보는 "새 정부가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관망' 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브라질, 쿠바, 베네주엘라 그리고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의 등장은 칠레의 미첼 바첼렛 후보의 당선에 이어 2월 코스타리카 대선, 4월 페루 대선, 7월 멕시코 대선, 10월 브라질 및 에콰도르 대선, 11월 니카라과 대선 등 중남미 좌파 도미노 현상의 시발탄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