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일 투표를 하고 웃어 보이는 바첼렛 당선자의 모습. [출처: AP 포토] |
바첼렛 당선자는 선거 공약으로 8%에 이르는 실업률을 낮추고, 빈부 격차 해소, 공중 보건, 주택, 교육 정책 개선, 25년 된 민간 연금제도 개선 등을 내걸었다. 이번 대선에서 바첼렛이 당선됨으로 중도좌파 연합은 연속 4번째 집권하게 된다. 특히 바첼렛의 당선 소식에 해외 통신들은 '남미의 좌파 도미노 현상'이라 평가하며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권의 연대 움직임이 더욱 강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첼렛 당선자는 리카르도 라고스 현 대통령 정부에서 보건장관을 거쳐 국방장관을 역임했고 또한 국내외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의 높은 인지도는 평소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정책 운영의 특성, 피노체트 군사 정권에 반대해 싸운 '여성 투사'의 이미지 등에 근거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바첼렛 당선자는 공군 장성인 알베르토 바첼렛 씨의 딸로 태어나 어린시절 안락한 성장기를 보냈으나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 이후 격변의 삶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 정권를 지지했던 아버지 알베르토 바첼렛은 '피노체트' 군사정권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고문당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당시 22살의 의대생이던 바첼렛과 어머니 앙헬라 역시 '청년 사회주의자' 비밀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고문당하기도 했다. 모녀는 아버지와 연관있는 군부 고위층의 구명 노력 덕분에 3주 만에 해외로 추방됐고, 호주를 거쳐 동독에 정착해 망명 생활을 했다.
이런 삶의 과정 때문에 바첼렛은 '정치 투사'의 이미지가 강하고, 2000년 보건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사회 혁신가'의 정치인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지난해에야 이혼이 합법화됐을 만큼 보수적인 칠레 사회에서 '이혼녀'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은 이유에 대해 외신들은 △장관시절의 안정된 직무능력 △좌파이면서도 시장경제체제를 지지하는 정치감각 △90년 피노체트정권 붕괴 이후 15년동안 유지돼온 좌파정권 하의 꾸준한 경제성장세 등을 꼽았다.
칠레 사회당 소속인 바첼렛 당선자는 리카르도 라고스 현 정부의 자유시장경제 정책을 그대로 이어나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공약으로 내걸었던 빈부격차 해소, 실업률 저하, 보건 및 주택 개선, 범죄율 낮추기, 중남미 좌파정권과의 협조 등의 구체적 방향도 모색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볼리비아와의 관계도 천연가스 확보라는 차원에서 오는 22일 취임하는 모랄레스 차기 정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시도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남미국가들과 투자와 물류서비스 분야 협력 확대, 에너지분야 통합 등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와의 관계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첼렛의 대통령 당선 소식에 올해 남미에서 진행될 대선들에 대해 평가가 분분하다. 대선이 진행될 6개국 중 현재 3개국에서 좌파 정권의 집권이 확실시 되고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외신들은 '남미에서 불고 있는 좌파정권 도미노 현상'과 '에너지 자원에 바탕을 둔 이들의 공고한 연대가 강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해 12월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당선된 데 이어, 오는 4월 대선이 치뤄질 페루에서도 좌파 후보인 오얀타 우말라사가 여론 조사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파티스타의 전국 행진이 시작된 멕시코의 경우도 오는 7월 2일 대선에서 중도 좌파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 시티 시장이 여론 조사 1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