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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장 찾아 3만리](6) 순회투쟁 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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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중항쟁이 우리 기억에서 지워지는 만큼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광주시민들이 상식적인 세상을 꿈꾸며 시작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을까? 후손에게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자 했던 광주시민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식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투쟁하는 하청노동자들이 2015년의 광주시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벌써 순회투쟁 6일차다. 주말을 쉬었다고 하지만 스타케미칼 300일 문화제에 참석했기 때문일까 피곤하다.

늦잠을 잤다. 새벽 5시 29분. 금호타이어 일근조가 6시까지 출근이니 5시 50분까지 도착해야 했다. 5분 대기조처럼 짐을 챙겨 빠르게 출동했지만 일근조 조합원들은 만나지 못했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사무실에서 신현균 지회장이 특별히 주신 ‘차’를 한잔하고, 6시 30분 야간조 퇴근조부터 선전전을 시작했다. 워크아웃이 마무리되었지만 왠지 무겁다. 고 김재기 열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인 듯하다.


퇴근조 선전전이 끝나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현대차는 조식과 중식 차이가 많은데 금호타이어 조식은 꼭 현대차 중식 같다. 아마 3교대 사업장이라서 식사 질 차이가 나지 않은 것 같다.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곡성공장이 더 맛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광주공장 밥도 엄청 맛있다. 밥을 먹고 다시 주간조 선전전을 진행한다. 3교대 사업장이라서 출퇴투 시간이 길고, 많다. 우리는 출퇴투 시간 50분만 하는데 참 편하게 활동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달(4월) 17일 광주고법에서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가 신청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판결한다. 1심을 패소했음에도 항소심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11.7.11. 이미 대법원이 물류공정에 있는 금호타이어 사내하청노동자 2명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 그 이후 어떤 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다른 결론(판결)은 이상하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금타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투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식당을 가는 길에 게시판이 보였다. 왼쪽부터 금타비정규직지회, 금타지회, 금호타이어협력업체연합지부 게시판이 보였다. 비정규직도 복수노조 시대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14개 업체 300명, 한국노총 조합원은 7개 업체 800명이다. 그런데 금타비정규직지회가 합의를 하면, 한국노총도 동일하게 적용(합의)한다. 신현균 지회장은 “우리 조합원에게 사랑받고 싶은데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더 좋아한다”고 웃는다. 민주노조가 왜 민주노조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작년에는 정규직지회(금타지회) 임단협 합의 이전에 비정규직지회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적용과 안전보건수당 신설 등 통상임금을 상승시키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합의에 따른 소급분을 많이 받은 조합원은 2,000만 원이 넘었다고 한다. 다만, 무파업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비판과 성찰이 필요하다.

금타비정규직지회는 하청노동자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정규직지회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현장 개선사업을 중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휴게소 리모델링, 샤워실 정비 그리고 복지관 사용 등.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휴게실과 샤워실, 탈의장이 원하청이 모두 분리되어 있다고 한다. 또 얼마 전 120명 정규직 채용 때 도급사 할당을 요구하였으나 금타 노무 상무로부터 “공장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 한명의 조합원도 채용되지 않았다. 금타비정규직지회가 불법파견 투쟁을 하면서도 ‘도급사 할당’을 주장하는 것은 미화, 경비, 식당 등 비생산 조합원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불법파견 투쟁보다 임금체계 변경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라 했다. 생산하청에만 모든 고민을 집중하는 현대차비정규직아산.울산지회가 한번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4월 총파업 분위기를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현장에서 “4월 총파업이 가능하겠냐?”는 물음들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간부들 중심으로 상경투쟁 가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비슷해질 것 같다고 한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 다르게 4월 총파업은 만만치 않다. 너무 많은 얘기를 했다. LGU+ 광산지회 동지들이 우리 때문에 집회를 늦췄다고 한다.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쉽다.

차로 20분 거리에 LGU+ 서광주지점이 있다. 조합원들이 좁은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서 계신다. 120일 동안 파업투쟁을 하고, 복귀했지만 업체간 사업장 변경으로 돌아갈 곳이 없는 노동자들이다. 조합원 16명이 하루아침에 해고됐다. 그런데 사측은 7명만 선별 채용하겠다고 한다. 30년 넘게 LG에서 일했던 늙은 노동자 한숨이 깊다.


LGU+ 광산지회는 작년 11월 17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 서울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LGU+ 하청업체는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이번 재계약과정에서 광산센터사장이 다른 지역(순천)으로 옮기고, 광산센터 업무를 서광주센터가 승계 받았다. 노동자가 어떠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광산센터 바지사장은 “자신의사로 인해 4대 보험을 말소했다”고 뻥치고 업체를 폐쇄했다.

사업을 인수한 서광주센터 “7명은 승계해서 광산센터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다른 센터에서 일하게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분들, 과거 실적이 안 좋은 사람은 제외한다고 했다. 말도 안 된다. 그래서 희망연대노조 LGU+지부 광산센터지회는 “100% 승계가 아니면 개별 승계는 거부한다”고 결정하고, 복귀한 날(3/16)로부터 현재까지 투쟁중이다. 강세웅 동지를 서울중앙우체국에 남겨두고 복귀 투쟁한 서광주센터지회 동지들도 광산지회 투쟁에 지난주까지 함께 하다가 오늘(3/23)부터 현장에 복귀했다.

강세웅 동지를 사수하러 가자는 의견도 존재했지만 고용승계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강세웅 동지가 고공농성을 하는데 힘이 될 것 같아 16명의 조합원이 일치단결하여 고용승계 투쟁을 결의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 서광주센터로 출근하고, 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한 후 전남지사 앞에서 또 집회를 하신다고 한다. 회의는 가까운 노동당사무실을 이용하신다고 하고, 오늘 민주노총 전남본부에 투쟁을 알리러 가셨다고 한다. 조만간 민주노총 전남본부 차원의 지원이 결의되어 모든 조합원이 하루빨이 일하셨으면 좋겠다.

과거 광주 LGU+센터는 구별로 있었다. 파워텍 노조활동을 했던 서광주센터 사장이 하나하나씩 사업장을 확대하더니 4개구(남구, 동구, 북구, 서구)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광산구까지 인수했으니 서광주센터는 이제 광주센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듯하다. 이렇게 사세를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노동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한 구를 책임진 광산센터 기사님은 30명, 하지만 4개구를 맡은 서광주센터 기사님은 40여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또한 LG센터 중 전국에서 가장 낮은 임금(평균)을 지급한 곳도 서광주센터였다. 그만큼 근속이 짧고, 노동강도가 높다. 업체폐업이 다반사니 경력은 계속 짧아진다. 이제는 노조탄압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따라 다니게 생겼다.


다른 곳은 폐업한 곳이 없는지, 복귀과정에서 광산지회만 문제가 되는지 물었다. 쟁의이전에는 경기광주하남센터가 있고, 쟁의과정에서는 광산지회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폐업사업장이 2곳밖에 없다면 희망연대 본조 또는 LGU+지부 차원에서 집중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듯하다. 또 고용파주센터는 복귀한 조합원에게 일감을 축소해서 구본무 집 앞과 쌍둥이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도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장기투쟁으로 발생한 상계문제와 투쟁기금 바닥으로 하루하루 투쟁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일주점, 재정사업, 모금운동 등 다양한 방식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옆에 있던 금속노조광전지부 윤철희 수석이 26일~27일 개최되는 광전지부 산하 임상집 수련회 참여를 제안한다. 몸으로 섞이면서 광산지회 투쟁을 알리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 참 다행이다.


SK브로드밴드 동지들에게 <국밥>은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일까? 총무를 맡은 김기식 동지가 “짜장면”을 제안했다. 중국집으로 가는 과정에서 계산주체가 바뀌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LG와 현대차 동지들에게 밥을 사기로 했다.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 하더니 일하는 곳은 다르지만 하청노동자로 살아온 삶이 같기에 테이블마다 얘기꽃이 핀다.

중국집 앞 도로에서 쳐다보면 기아차 광주공장 서문이 보인다. 최훈 광주사내하청분회장 동지기 일찍 들어서 쉬었다가 기자회견과 선전전을 진행하자고 하신다. 많이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고 고맙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지프차와 군수용품을 만들던 아시아자동차였다. 지금은 노동자 8000여 명이 ‘스포티지, 쏘울, 1t 봉고트럭, 대형버스, 군수, 특장’을 만들고 있다. 지프차와 비슷한 RV차량을 만들고 있으니 라인업이 그리 변하지 않은 듯하다.

얼마 전 광주2공장에서 28개 공정에 대해 도급화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분회 동지들에게 물었더니 이것 때문에 창피해서 “간담회 올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얘기하신다. 작업이 힘든 공정을 도급화하고, 정규직은 아마 산업연수생(고졸실습생 안전사고 이후 대졸연수생을 사용하고 있다고 함) 공정으로 갔을 거라고 한다. 현대차는 대법판결 이후에도 기간제 투입으로 비정규직이 줄어들지 않고 있고, 기아차는 1심 판결 이후에도 도급화로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으니 답답하다.


기아차분회는 1심 승소이후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으며, 준비기일이 3월 25일~27일로 잡혔다고 한다. 2차 소송인단을 모집해서 2월 6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고, 광주분회는 146명이 추가 소송에 참여했다. 현재 기아차분회 조합원은 570여 명이 넘고, 사내하청의 90%이상을 조직했다고 한다.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지난 1월에 노사위원 변경으로 상견례로 시작했고, 최근에 열린 특별교섭에서는 경과보고와 사측의 전향적인 안 제시요구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으며, 내일(24일) 19차 특별교섭에서 사측이 제시안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측은 현대차 8.18 합의와 같은 수준에서 마무리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기아차광주분회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다. 사측은 내일 350% +알파를 내 놓고 숫자로 장난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3분회가 통일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현대차비정규직3지회 논의와 같이 기아차사내하청3분회 논의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또 8+8 근무형태 변경관련 특별교섭이 진행되고 있지만 원청교섭에서 어떠한 안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청교섭에서도 어떠한 안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사내하청 호봉제 관련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데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불법파견 판결이 났고, 특별협의 또는 독자교섭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신규채용’으로 우리 내부를 흔들고 있다. 년 초 사내하청을 대상으로 신규채용이 진행됐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정규직 전환 투쟁에 열기가 떨어졌다. 공고가 났을 때 접수해서 한번이라도 더 기회를 잡아보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 분회 활동을 하면 찍혀서 정규직 채용에 불리하다는 말이 돌면서 활동을 접거나 축소하는 동지들도 있었다고 한다. 신규채용이 분회 조직력까지 약화시키고 있다. 큰일이다.

이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광주분회 동지들은 “현대차에 비하면 편하게 현장투쟁과 정규직 전환 투쟁을 진행하고 있어 죄송하고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하청이 거기서 거기지 편하면 얼마나 편하고, 힘들면 얼마나 더 힘들겠나? 최훈 분회장 동지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조심스레 신규채용 중단과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분신하셨던 김학종 동지 근황을 물었다. 다행이 수술은 잘 마무리됐고 재활치료 중에 계신다고 한다. 병원을 퇴원했고 광주에 내려와 있고, 매주 1회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 김학종 동지는 현장 복귀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분회에서는 여러 가지를 검토한 후 차분히 복귀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4월 파업은 대외적으로는 해야 한다는 분위기인데 “현장에서는 피부적으로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왜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해야 하는냐?”는 물음도 있다. 반대로 “지금 하지 않으면 더 어려워진다”고 적극적 참여를 얘기하시도 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론 열기는 높지 않다. 찬반투표가 31일인데 걱정이다. 또 금속노조 비정규직대표자회의에서 결의한 6월 26일~27일 1박2일 사내하청공동파업은 아직 분회 차원에서 아직 논의하지 않아 결의, 계획 등 아무것도 정리된 것이 없단다. 빠르게 논의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힘들 것 같아 걱정이다.

그래서 현대차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현대.기아비정규직 공동투쟁을 제안했다. 이미 화성분회에 제안한 공동 소속지, 공동성명서, 교섭소통 등을 말했다. 그랬더니 광주분회 동지들은 현대기아 비정규직 공동대의원 수련회도 진행하자고 하신다. 그만큼 공동투쟁에 대한 목마름인지 모른다. 어쨌든 광주분회 동지들과 통일된 것은 <8.18 형식>의 합의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판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서로가 단결하지 않으면 새판은 짜지 않는다.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확인한 것이다. 우리의 힘이 필요하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위아 사내하청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투쟁. 그래서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노동자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몽구 구속 촉구’ 투쟁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일까? 기아차 광주분회에서 순회단 투쟁비용으로 50만 원을 주신다. 저녁식사에, 투쟁기금에, 공동선전전에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기다려라 몽구야! 이번에는 현대차만이지만 다음에는 기아차도 함께 할거다. 그 다음은 현대제철, 위아 사내하청노동자들이 함께 할 거다.

덧붙이는 말

순회투쟁 후원계좌 : 농협 302-0800-6304-91 / 김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