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차별은 노동자의 존엄을 파괴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직무나 고용형태, 성별과 국적,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며, 특정한 성과 연령의 노동자를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아서도 안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싸웁니다. 그런데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단지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순간 노동자들의 자존감은 파괴되고, 노동과 삶의 의욕을 모두 잃게 됩니다. 기업들은 눈에 보이는 차별을 통해서 정규직에게는 허구적인 우월감을 심어놓고 비정규직들에게는 무력감을 심어놓습니다.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차별‘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가장 나쁜 노동통제전략입니다.
박근혜정부는 고용율 70% 달성을 이야기하며 여성노동자들을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로 내몰고, 노인과 청소년에게 비정규직 일자리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는 평등하게 일할 권리가 있으며, 존중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한 것입니다.
모든 사내하청이 다 그렇듯이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차별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교대제입니다. 같은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노동자들은 4조3교대로 근무하고 하청노동자들은 3조3교대로 일하는 것입니다. 정규직노동자들은 2002년부터 4조3교대로 전환하였습니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3조3교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회는 올 해 초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협력회사들과 합의해 외부기관에 근로조건에 대한 자문을 의뢰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6월에 나왔는데 매우 충격적인 보고서였습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그런데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매우 힘들듯이 근무형태를 바꾸는 것도 원청이 버티면 매우 힘든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이기에 같은 근무형태를 가지고 있는 현대제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의 근무형태를 4조3교대로 전환하게 되면 산술적으로만 보면 1개조를 신규로 채용해야만 합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나 사회적으로 봤을 땐 환영할만한 일이겠지만, 자본의 입장에서 봤을 땐 비용이 증가한다며 손사래를 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노사의 대결이 극대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2013년 투쟁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사내하청노동자 모두가 자신의 요구이기도 한 4조3교대 쟁취를 위해 단결하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 지회의 조직률은 40%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것은 생산을 멈출 수 있는 힘이 없는 것이고, 투쟁승리의 조건이 만족되지 못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농부가 한 해 농사가 잘못되었다고 다음 해에 농사를 포기하지 않듯이 우리지회도 초보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