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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일베에 접속하는가?

[칼럼] 한국의 청년, 88만원 세대에서 일베로, 한국사회를 되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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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이 사이트는 2년 만에 일일 평균 게시물 조회수 130만회에 달하는 사이트로 성장했다. 일베 이용자 대다수가 10~20대로 추정되며 386세대 등 민주화운동 시기를 겪은 40~50대 등 기성세대와는 역사적 경험치가 매우 다른 세대다.

‘일베 현상’ 무엇인가?

일베 이용자 다수는 진보진영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 5·18 광주민중항쟁이나 5·16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으로 사회적 평가가 되었던 사건에 대한 왜곡된 반발 또는 칭송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호남 지역을 ‘홍어’라고 폄훼하고,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희생되었던 희생자들을 ‘홍어택배’라고 비아냥거리는 등 사회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지역감정과 역사적 사실 왜곡에 그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자신들에게 사회가 보호하고 있다고 여기는 여성과 이주노동자를 모두 적으로 규정하며 공격한다. 그래서 일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글은 기성세대와 그 세대가 믿는 진실을 뒤집는 것에 맞춰져 있다.

일베는 인터넷의 새로운 현상과 사회적 용어를 생산하였다. ‘친목 모임 금지’, ‘반말 사용’이라는 규칙이 있다. 이 규칙 아래서 익명성이 보장된다. 익명성이 없다면 극단적인 표현을 통해 얻는 재미 또한 잃게 된다. 이는 일베가 만들어 낸 은어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대표적인 것이 ‘민주화’다. 최근 모 아이돌그룹 멤버가 ‘민주화’라는 표현을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였다가 곤욕을 치른바 있을 만큼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일반화된 용어다. 그러나 이 민주화의 의미를 일베는 ‘하향평준화’, ‘획일화’, ‘몰락’ 등의 의미로 사용한다. 이른바 386세대 등 민주화세대의 40~50대가 알고 있는 민주화의 의미를 완전히 역으로 비틀고 있다. 이는 일베가 기성세대 혹은 386세대에 가지는 극단적인 반감의 한 대목으로 읽을 수 있다. 그래서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왜곡과 반목도 386세대에 대한 반감의 연장이라 볼 수 있다.

‘일베 현상’ 이들의 행동은 무엇이 원인일까?

한국사회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사회로 접어들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실업 등 극단적 경쟁으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사회가 되었다. 일베의 주 이용자라 할 수 있는 10~20대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경쟁이라는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성장 과정에서 온몸으로 내면화한 신자유주의 세대라 볼 수 있다. 기본적인 정치제도는 일정 부분 안정화되었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교육과 사회적 장치를 받아들여야만 한 세대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절망적 삶을 강요당한다.

88만원 세대, 일베에게 말 걸다!

신자유주의 논리가 일반화된 2007년 한국사회는 20대를 88만원 세대로 칭한다. 88만원은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인 119만원에 20대 평균소득비율 74퍼센트를 곱해서 산출한 금액이다. 결국, 88만원 세대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88만원 세대는 자신의 선배 세대인 386세대가 어렵지 않게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것이 가능했던, ‘좋았던’ 지난 세대에 대한 박탈감의 표현이다. 88만원 세대는 20대의 슬픈 이름이다.

그러나 88만원 세대는 20대가 겪는 삶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20대의 주체적인 시각은 없다. 사회적 권리를 빼앗긴 20대의 고루하고 불투명한 삶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넘지 못한다. 이들의 분노와 고통을 어떻게 드러내고 세력화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없다.

그래서 88만원 세대는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기약 없는 취업준비, 치솟은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 탓에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거나 기약 없이 미루는 청년층을 일컫는 ‘삼포(三抛)세대’이기도 하다. 10~20대를 대변해줄 정치세력도 없고, 사회적인 권리를 빼앗긴 이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삶의 분노를 없애줄 대상을 찾는 것, 익명성 속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시키는 것, 인터넷이라는 ‘광장’을 통해서 집단화하는 것, 설사 그 자체가 배설일지라도 ‘일베 현상’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지난 386세대로 드러났던 민주정권에 대한 기대는 많았지만, 자신은 여전히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고, 지켜야 할 것들은 너무 많아졌다. 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면 과장이라 할 수 있을까?

일베를 위한 변명, 그리고 우리는?

일베 현상은 단지 입을 틀어막고 처벌한다고 사라지는 수준의 일시적·예외적 일탈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구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곧바로 ‘사이트 폐쇄’를 주장하면서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고소고발 등 법률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진보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들은 형사처벌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베의 ‘막가는’ 발언에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좀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일반화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외침이 확장되면서 보편적 인권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권력을 가진 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사회적 권력관계를 무시한 채 표현의 자유를 기계적으로 동원하여 일베의 억압과 차별, 불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또한, 사회적 소수자를 혐오하고 공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전면으로 어긋난다. 분명한 문제 제기와 비판이 되어야 한다.

다만, 이들이 왜 이토록 극단적이며 파괴적인 분노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일베에 접속해 절망스런 사회에 분노하고 조롱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역사와 사회를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일베 현상’에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일베의 막가는 발언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을 넘어, 이들의 분노와 고통을 어떻게 함께 공명하면서, 사회경제적 권리의 확장하기 위한 공감이 우선 순서가 아닐까? 아직도 여전히 일베는 ‘그들의 언어’로 사회를 호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