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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형 동지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자

[기고] 잊히고 싶다는 유언은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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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를 들었을 때 ‘설마’ 하며 사실이 아니기를 빌었다. 그렇게 항상 눈을 반짝이며 웃던 그가 그렇게 죽음의 길로 떠나다니 믿을 수도 없었다. 밤새 울고 또 울었지만 슬픔은 가시지 않는다. 나이 서른여섯의 젊은이가 많은 이들의 아픔 속에서 그렇게 떠났다. 언제나 환하게 웃어서 그 웃음만으로도 투쟁하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한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게 스러졌다. 또 하나의 우주가 그렇게 소멸되고, 그만큼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에는 공허가 남았다. 그 공허가 때로는 울분과 분노로 가득차지만 그 아픈 자리, 빈 곳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회사의 탄압 앞에 의연했고 고통 앞에 좌절하지 않았으며, 나 혼자라도 살아남으라는 유혹에 굴복하지 않았던 이가 마지막 순간에 무릎을 꺾어야 했던 그 고통의 깊이를 새겨보려고 한다.

  1월 29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북문에서 열린 고 윤주형 씨 추모 촛불집회 [출처: 뉴스셀]

윤주형 동지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이다. 2007년 초에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해서 도장공장에서 일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없애보려고 노조에 가입했고 열심히 활동을 했다. 그는 2년 동안 노조 대의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생산라인을 세우며 잔업거부 투쟁을 벌이는 등 언제나 투쟁에 앞장섰다. 그 때문에 회사에서는 언제라도 이 동지를 해고하려고 호시탐탐 노렸다. 결국 회사는 2010년 관리자와의 다툼을 빌미로 하여 윤주형 동지를 해고한다. 이 해고는 하청업체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투쟁을 막으려는 원청자본과 하청업체의 합작품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러한 부당한 해고에 맞서 윤주형 동지는 3년 동안 해고투쟁을 해왔다.

단지 공장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해고투쟁만 한 것이 아니다. 윤주형 동지를 추모하는 촛불문화제에 정말 많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함께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언제나 다른 사업장의 투쟁에 연대하고 힘과 용기를 주던 사람이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투쟁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곳, 희망뚜벅이, 희망광장, 그리고 공동투쟁단, 울산포위의 날 등 투쟁하는 모든 곳에서 언제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대한문 농성장을 처음 차릴 때 경찰의 가혹한 폭력 앞에서도 의연하게 앞을 지키며 농성장을 만들고 지킬 수 있도록 큰 힘을 보탠 동지였다.

그런데 2012년 봄부터 시작된 기아자동차지부의 임단협 교섭에서 그는 복직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천막농성도 하고, 출퇴근선전전도 하고 무수히 노력했지만 그는 복직이 되지 못했다. 함께 해고투쟁을 했던 이들 중에 두 명이 그 복직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윤주형 동지는 노조활동으로 인한 해고가 아니라는 회사측의 억지주장을 노동조합이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고, 또 한 동지는 2차 사내하청이라서 원청과 1차하청으로 이루어진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윤주형 동지가 느꼈을 좌절감이 느껴진다. 자신의 투쟁이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해고자들마저 등급을 나누는 사측의 태도에서 느꼈을 분노가 그려진다.

지금 해고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라. 회사측이 ‘노조활동 때문에 해고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많은 구속자들을 들여다보라. 사법부에서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기 때문에 구속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때로는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때로는 업무방해를 이유로, 심지어는 파업기간 중에 식당 밥과 김치를 사용한 것을 빌미로 한 특수절도 혐의로, 무수히 많은 이유들이 그 해고와 구속의 이름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단지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아무리 파렴치한으로 내몰고 폭력범으로 내몰려고 해도 우리는 투쟁하는 이들의 명예를 존중하면서 끝까지 함께 싸우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앞에 서서 길을 열었던 이들에 대한 존중이며, 그것이 앞서 싸워나가는 동지들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앞서서 싸우다 해고된 동지들의 유일한 힘이다. 그래서 윤주형 동지의 아픔에 함께하고 그 고통을 나누는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있는 곳에서 그는 정말로 빛나고 훌륭했다. 그런데 바로 자신이 속해있는 현장에서, 표적탄압으로 인한 부당해고임이 인정되지 못하고, ‘취업알선’이라는 구두약속으로 자기 투쟁의 정당성이 훼손된 것에 큰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정당한 해고로 인정받지 못해 신분보장도 받지 못했던 것에 억울함을 느꼈을 것이다.

기아자동차 사측이 해고자들을 정규직 해고자와 비정규직 해고자로 분리하고, 1차하청 해고자와 2차하청 해고자로 분리하고,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인한 해고자인가 아닌가로 분리하면서 해고자들의 등급을 나눠버릴 때, 그것을 뛰어넘지 못한 노동운동의 한계에서 그도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의 좌절과 분노에 힘과 용기를 더해주지 못한 우리들의 무관심 때문에, 그는 홀로 버티다 죽음의 길로 떠났다.

  고 윤주형 씨 유서 [출처: 금속노조]

윤주형 동지는 유서에서 ‘노조도, 조직도, 동지도 모두 차갑다’고 말했다. 그리고 ‘잊혀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 좌절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서로 위로하고 함께하지 못했던 우리는 깊은 슬픔과 아픔을 느낀다. 너무나 부끄럽다. 하지만 우리는 윤주형 동지의 유언을 지킬 수 없다. 우리는 결코 그를 잊을 수 없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워왔고 누구보다 싸우는 이들에게 힘을 주었던 그를 누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윤주형 동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 기아자동차 사측이 무너뜨리려고 한 그의 명예를 기아자동차 현장에서 다시 회복해야 한다. 비록 살아서 복직을 하지는 못했으나 죽어서라도 당당하게 기아자동차 노동자로 복직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해서 싸우자.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2차 하청이라는 이유로 조합원 자격조차 얻지 못했던 해고자도 함께 복직하도록 싸우자. 노동자들을 나눠놓고 해고자들마저 등급을 나눠버리는 기아자동차 사측의 논리와 압력에 굴하지 말고 모든 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도록 같이 싸우자. 그렇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윤주형 동지를 땅에 묻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그가 사라진 공허 속에서, 다시 투쟁과 연대를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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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비소리

    결코 고 윤주형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죽어서라도 당당히 복직하도록,그를 보듬지 못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 반성과 더한 투쟁을 통해서 그를 반드시 복직시켜야합니다.

  • 단비내음

    고 윤주형 동지 원직복직 인사발령 났습니다. 도장부 A조 방청공정...해고 당시 일했던 곳으로...
    그런데 김수억,이동우,이상욱 해복투 쓰레기들이 고인을 안놔줍니다. 염,입관까지 했는데...정신병자들 맞죠?

  • 거지

    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거지다 아직 주인이 되지 못헸으니 거지 신세다
    비정규직 해고자 윤주형 동지는 누가 죽게 했는가?

    첫째 이놈의 자본주의 사회다
    둘째 해고한 자본가 놈들이다 현대 자본이 해고로 죽음의 길로 내 몰았다
    섯째 그와 함께 했던 자들이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할 해고자 들이다 그런데 어떤 놈도 잘 못했다고 고백하는 놈은 없다 자신들의 영웅적 투쟁으로 포장하기에 혈안이다 누가 더 영웅적인지 경쟁하는 것 같다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지 않나? 우리 모두가 챙겨주지 못한 죄인 이거늘 동지의 죽음으로 자신이 영웅 된 들 우리에게 무엇이 남겠는가? 빨리 편하게 보내 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