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재벌 개혁이 다시 전 사회적인 쟁점이 되었다. 1997년 IMF 위기시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주목되어 재벌 개혁이 의제로 오르고, 김대중 정부 초기 재벌 개혁에 실패하고 재벌간 빅딜로 끝난 이래 근 15년 만의 일이다. 왜 그런가? 지난 십 수년간 재벌의 몸집 불리기는 도를 더해 왔고, 온 나라는 삼성, 현대 등 몇몇 재벌이 지배하는 재벌 공화국이 되었다. 특히 MB 등장 이래 기업프렌들리 정책이 펼쳐지고, 2009년 출총제가 폐지되면서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대기업의 독점은 더욱 심화했고 일자리 창출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수출을 하고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011년 10대 재벌의 매출액은 1,023조원으로 GDP(1,237조)의 83%이고, 그 중 삼성의 매출액은 224.8조원에 이른다. 10대 재벌의 GDP 대비 매출액 비중은 2005년 55%, 2009년 65%, 2010년 75%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얼마나 자신감에 넘치면 실형 선고를 받고도 풀려나면서 온 국민을 상대로 “솔직히 자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라”고 방약무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수십 년간 재벌 손보기, 재벌 개혁이 시도되었음에도 더욱 커지는 무소불위의 권력, 국가 권력 위의 권력이 된 재벌의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재벌의 자산 몰수’ 주장은 재벌들의 행태가 범죄적이며, 이제까지의 대처 방식으로는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조세 포탈로 재벌 총수에게 실형이 언도되고, 불법 상속을 자행하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삼성. 공유정옥 활동가는 27일 집회에서 백혈병 문제의 책임을 물어 이들을 사기, 절도에 이어 살인죄로 고발한다고 하였다. 어디 삼성뿐인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지 않고 있는 현대, 회계 조작, 기획 부도로 헐값 매각을 하고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몬 쌍용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재벌들의 각종 불법, 탈법 행위는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비호를 받으며 초과 이윤을 사취해 축재를 해왔다. 이들의 지속적인 범죄에 대해 죄를 묻고, 일단 불법, 탈법으로 축재한 자산을 몰수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제까지의 재벌 개혁에 대한 이야기들은 주로 순환출자금지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산분리 등 재벌이 문어발식으로 지배구조를 확장하는 소유 방식들에 대한 규제와 1%에서 3% 정도밖에 안 되는 자산 지분으로 제왕적 위치에서 최고 경영자로 행사하는 지배적 경영 구조를 완화하는 문제에 집중되어 왔다. 이는 경제 주체로서의 재벌에 대해 어느 정도 규제를 가하면 정상화될 것이라는 ‘경제적’ 해법에 제한된 관점이다. 그러나 ‘정상 모리배’, ‘정경 유착’ 이라는 용어가 보여주듯이 재벌들은 성장 과정에서부터 정치권과 결탁해 왔으며,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커왔다는 점에서, 재벌 문제는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한 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축적된 부를 가족/혈연 관계를 매개로 사유화한 것, 끝없이 이윤을 사유화하고 손해를 사회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커온 것이 재벌이라면 이제 그 해법도 그 결과물을 ‘사회화’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사회화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최근에도 미국에서 부도가 난 금융/투자사들을 공적 자금을 투하한 뒤 사실상 국유화한 경우가 있다.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자 소유 등 사회적 소유의 형태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