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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논란이 된 KTX 민영화에 이어, 최근 6월 26일, 기획재정부는 인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추가적인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권말기에 이명박 정권은 왜 무리하게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것일까?
우량 공기업에 집중된 민영화
수서 발 KTX 노선의 분할 민영화는 특정 재벌에게 사업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 다시 추진되는 민영화 사업은 주로 국가 기간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민영화로 인한 이익이 재벌과 금융자본에 집중되도록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스산업 민영화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가스산업 경쟁도입’이란 바로 SK, GS, 포스코 등 대기업이 천연가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들 대기업은 자체 발전소나 소매 도시가스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매용 도시가스 판매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수입하고 있는 천연가스는 ‘규모의 경제’ 덕에 장기간 대규모 물량을 수입함으로서 가격안정 효과를 낳고 있다. 재벌대기업에게 경쟁도입권을 허용할 경우에는 이들에만 이익을 주는 결과가 발생한다. 최근 정부는 이들에 신규 저장설비 건설을 허용하면서 이 시설을 가스공사가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의 민영화에 금융자본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한국공항공사의 청주공항 민영화 과정은 이를 증명한다. 운영권 매각 체결 업체인 ‘청주공항관리주식회사’는 미국·캐나다의 합작회사인 ADC&HAS사, 흥국생명, KACG컨설팅그룹 등 금융자본 컨소시엄이다. 민영화되더라도 이들에 대한 세금을 통한 지원은 계속된다. 민영화 이후에도 활주로 연장, 국제선 추진, 공항 접근 인프라 구축(도로, 철도 등) 등 각종 지원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럼, 재벌기업과 금융기업에 대한 특혜로 추진되는 민영화 이후에도 공공적인 지원책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밀은 최대 공기업이었던 ‘한국통신’이 민영화된 KT의 사례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민영화된 KT는 금융자본에 대해 높은 배당성향을 보여준다. 2009년에는 배당성향이 94.2%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배당금의 절반 이상이 해외주주들 몫이었다. 한국의 높은 통신비는 높은 이윤을 보장한다. KT는 이에 더해서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억제, 구조조정과 연구비용 감소를 추진했다. 순이익의 상당부분은 공기업 시절부터 갖고 있던 토지와 설비 등 자산을 매각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를 가능하도록 한 것은 ‘정권코드 경영’이다. KT사장은 역대로 청와대 출신, 혹은 정부여당 인사들이 차지했다. (해외투자자들이) 경영진을 매개로 정권이 요구하는 낙하산을 받아들이면서, ‘정권-해외투자자 동맹’을 형성한다. 대표적으로 KT는 정권이 추진한 종편사업에 각 20억씩 82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명백히 정권코드 경영이다. 즉, 공기업 민영화가 이뤄지더라도 정권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금융자본이나 재벌대기업도 이를 매개로 공생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권말기의 민영화 불장난, 되돌릴 수 없어
재벌기업이나 금융자본에 특혜와 이윤을 보장하는 공기업 민영화는 정권 말기에 추진되면 더욱 위험하다. 민영화로 인한 폐해가 나타나기 전에 그것을 결정한 자들은 손 털고 가버리면 책임질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FTA 협약 체결 이후에 공공부문 민영화는 한번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어느 정치세력이 대선에 승리해 집권하더라도 이 폭탄돌리기를 피할 수 없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이 투쟁으로 요구하는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은 바로 이 과정을 끊어내자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