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말기에 KTX, 인천공항 등 공공부문 민영화가 다시 강도높게 추진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어떤 배짱으로 임기말 ‘용감하게’ 새로운 정책을 쏟아놓는 것일까?
그러나 사실은 이러한 민영화 정책은 공공기관의 시장화, 상업화 등 이명박 정부가 2008년부터 추진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한다. ‘선진화 방안’은 노사관계 개편 시도, 성과주의 임금제도 확대, 경영평가 제도 변경 등 이른바 소프트웨어 개혁과 함께 공공기관의 역할을 축소하고 민간기업의 역할을 확대하는 민간 매각, 기관 통합, 경쟁도입, 기능 조정 등 이른바 하드웨어 측면의 공공기관 구조개편 정책을 총망라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그 중 민영화, 기능 통폐합, 기능조정 등을 구조재편 방안으로서 제시한바 있다. 민영화(자산신탁 등 19개), 지분매각(인천공항 등 5개)을 포함한 민영화 대상이 24개 기관이며, 통폐합 41개 기관으로 통합 (36개->16개)과 함께 노동교육원 등 5개 기관의 폐지, 그리고 관광공사의 면세점 업무의 기능축소와 4대보험 징수통합 등 기능조정 22개 기관이 대상이다.
민영화,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의 연장선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자체 평가는 자화자찬으로 채워져 있지만 특히 노사관계 측면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진단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민간사찰 혐의로 구속된 국무조정실이 주도한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편이 가장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민영화 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상황과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인해 지체되었으나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2008-2010 공공기관 선진화 백서).
역대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대해 특혜 논란과 비리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이 그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매각이나 수서발 KTX 민영화와 같은 사안에서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피해가기 위해 지분 매각과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며 추진하려 했지만, 결국 민영화 반대여론에 밀려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권 말기 이명박 정부는 의료, KTX(철도), 가스도입, 공항공사, 면세점(관광공사), KS인증 등 다양한 부문에서 다양한 방식의 민영화를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민영화 정책은 쉬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공공의 이익의 관점에서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리한 추진은 임기말 정권의 불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허구로 판명되고 있는 시장만능의 신화를 근거 논리로 삼고, 재벌과 금융자본에 특혜를 주는 문제점을 낳으며, 보편적 서비스로서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민영화 정책을 의혹이 집중되는 정권 말기에 버젓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민영화 정책은 쉬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공공의 이익의 관점에서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졸속 추진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민영화의 이익을 나눠 가질 자들에게만 찬사를 받을 정책을 정권 말 소신 있는 정책집행이라고 착각한다면 큰일이다. 이미 막장을 치닫고 있는 정권의 불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명박 정부만의 문제?
더구나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은 단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실패를 드러내고 더 큰 파국을 막는 데만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실상, 기획재정부의 최근 민영화 계속 추진 발표는 기존에 계획되어 있던 내용을 재탕해서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관료들은 어떤 정권이든 간에 중단 없이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민영화에 관해 이해 일치는 몰라도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는 관료와 재벌의 민영화 추진을 막는데 사회운동과 시민의 저항이 중요하다. 이것도 충분치 않다면 정치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시장과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조정하는 관료를 거스르는 데 주저주저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다양한 방식의 민영화 조처가 시행되고 있고 산업부문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지분 매각 방식의 민영화만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여 운영권 분할, 사업권 분할 방식으로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고, 기능축소를 통한 민간기업으로 사업을 이관시키는 간접적 민영화나 민간위탁을 활성화 해 내부의 인력을 외부 민간 아웃소싱 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식도 많은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방식은 민간기업에 대한 특혜 조처이자 해당 산업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비용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 이는 해당 산업이 공공독점으로 운영되었던 이유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못한 채 경쟁도입이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시장만능주의 신조에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민영화 방식들은 모두 간접고용 확산 등 안 그래도 심각한 고용문제를 공공부문이 선도해서 악화시킨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
▲ 이명박 정부 민영화 추진의 문제점: 사례별 평가 |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함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를 겉으로만 의식한 결과가 영국의 대처 방식의 공공개혁에서 드러났듯이 “정부가 뭔가 하는 듯하게 보이기”만 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제는 공공성의 가치를 존중하며 실현하는 길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극단적 시장주의의 신조에 바탕을 둔 민영화 만능론이다. 시장기능의 확대가 효율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민영화의 기대목표는 산업의 현실적 여건과 기반으로 볼 때 거짓말이다. 오히려 재벌체제의 비효율적 독점과 특혜가 공공부문까지 확대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명박 정부 말기의 민영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매우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멈추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공공성에 대한 재발견 없다면 신자유주의 해체기의 우리 사회의 대안을 설계하기는 어렵다. 공공부문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 이해관계자만이 아니라 이제는 전사회적인 차원에서 대안이 마련되어야하는 이유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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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2년 6월 21일 국회에서 공공운수노조와 연맹 등이 주최한 이명박 정권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저자가 발표한 글을 수정, 축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