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으로 타당한 비판이다. 국회의원, 공직자 몇 명 배출한다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질리 없다. 그러나 이번 투쟁은 사안의 규모나 성격상 구청장의 권한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충분히 있다. 이 정도 사안에서도 구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항변한다면, 최소한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그런 구청장 뭐하러 하나”라는 비판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좁게 보면 진보정당 소속 인사들의 의회나 지자체 내에서의 역할과 책임, 넓게 보면 진보정당의 제도권 진출의 목표, 지향의 문제라 할 수 있는 이 문제는 확실히 논쟁적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투쟁의 과정 속에서 ‘당들’이 보이는 태도에도 역시 여러 쟁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청장이 소속된 당은(물론 그 유관단체들 조차도) 이번 투쟁에 전혀 결합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통합진보당의 활동가들과 직접 대화를 해본적은 없으니 그네들의 고민과 사정을 여기서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차고 넘친다.
‘국회의원, 공직자 몇 명 배출한다고 하루아침에 세상 달라지지 않는’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한다면 구청장 개인이야 이러저러한 정치적 부담을 가질 수 있고, 사안에 개입하기까지 일정한 명분쌓기의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당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구청장의 역할만으로 당의 모든 역할이 환원되는가? 진보운동, 지역운동의 일원으로서 당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진보신당에 대해서도 할 말이 좀 있다. 이번 투쟁은 사안의 성격 상 사태해결에서 구청장이 일정하게 키를 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노동자들이 파업이라는 최고수위의 투쟁을 벌일 땐 여러 가지 목표가 있을 것이다. 예컨데, 노동조합의 투쟁력․단결력의 강화, 파업내용의 선전선동, 성과의 쟁취를 통한 파급효과 만들기, 지역연대의 강화 등. 당연한 얘기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이들은 현안과제의 해결 뿐 아니라, 노동조합이 이와 같은 투쟁의 여러 목표를 놓치고 가지 않도록 힘을 보태고 지지 지원하는 것일 테다. 특히 노동조합이 파업투쟁을 통해 단결력과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해당 투쟁이 더 큰 투쟁으로 이어지고 확대될 수 있도록 역량과 힘을 모아내는 것이 연대투쟁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 면에서 진보신당의 경우 통합진보당과는 정반대의 포지션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 하는 방식으로 투쟁에 결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당조직의 이점을 활용하여 투쟁의 확대, 연대의 조직, 여론 형성, 나아가 지자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 제시 등의 역할에 주력하기 보다는, 구청장에 대한 정치공세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이런 활동방식이 해당 노동조합과 지역운동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되는 바가 크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그다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진보정당이 대중투쟁보다 제도정치를 우위에 두면서 나타나는 문제, 진보정당운동의 분열과 경쟁적 당활동이 대중조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비판했던 문제들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런 문제들은 이미 드물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도 이번 투쟁에서는 조건 상 좀 강하게 드러났을 뿐이지, 갈등적 쟁점이 형성되거나 아슬아슬하게 긴장이 걸린 경우가 지난 투쟁에서도 여럿 있었다.
진보정당이 대중조직과 대중투쟁, 지역운동의 통합과 단결에 복무하기보다, 갈등과 분열의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 이 시간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기에 고민과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