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에서는 일부 교과목들의 집중 이수, 수행평가 의무제 등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비효율적 교육 정책들이 마구잡이로 시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앞두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학생참여위원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정책에 반영하겠다.’ 라는 취지로 학생참여위원회를 설립한 것은 좋다. 그러나 그 취지만큼 운영 방식과 과정이 좋은지는 의문이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하지만 학기 초인 5월에 설립된 학생참여위원회에 관한 내용의 공문이나 알림을 듣지도 받지도 못했다. 다른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 알아봤으나 상황은 마찬가지, 주변 학교 학생들 역시 학생참여위원회에 대해서, 심지어 학생참여위원회가 설립된 것도 모른다. 학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만들어진 학생참여위원회는 위원이 아니면 그 존재조차 모르는 실정인 것이다. 나와 내 주변의 친구들처럼 학생참여위원회의 위원이 아닌 소외된 일반 학생들은 분명 서울에 있는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지만 서울 학생참여위원회에 대해 알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참여위원회’가 아닌 학생들은 학생 관련 정책에 대해서 아무런 의견이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학생참여위원회’에 참여하는 학생이 있는 학교의 학생이라도 학교 학생회에서는 학생회의 외부 활동에 대한 정보 공개나 공유도 없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은 학생회 임원이 되지 못하면 학생회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알 수조차 없다. 학생들이 모르는 이 상황에 어떻게 학생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학생참여위원회에 대해 알아본 결과 학생참여위원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의 학생회장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어떠한 방법으로 선발했는지 기준조차 없고, 그들이 어떤 권한을 가졌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다. 서울시 교육청에는 협의회를 가졌다고 게시가 되어 있지만 협의 내용을 자세하게 알 수는 없다. 게다가 그 내용이 실제 정책에 반영이 되었는지는 더더욱 미지수이다. 공부하느라 바쁜 학생들이 매일 교육청 홈페이지를 찾아볼 수는 노릇이고, 학생참여위원회의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한 다수 학생들은 자기 학교에 위원이 있는지조차도 알지 못한다.
학생참여위원회와 같은 참여 기구가 민주적으로 의견을 반영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일단 그 기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성원은 누구인지 모두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한 전제 조건이다. 그 존재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구를 통해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생참여위원회에서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학생참여위원회는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단지 “학생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겉치레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학생참여위원회가 진정으로 학생들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하고 원한다면, 학생회장들뿐만 아닌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방법을 바꿔야 할 것이다. 더 많고 적극적인 학교 내외 홍보와 학생참여위원회에 참여한 학생들 대표들의 활동 내역과 결정된 사안들을 공개하고 어느 사안이 교육정책에 반영이 되었는지 공개적으로 게시해야 한다.
학생참여위원회가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교육정책에 반영하고 싶다면 ‘학생참여위원회’의 위원들만 알고 있는 현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학생참여위원회의에 참여할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선발 과정을 바꾸고 활동 내용의 공개와 정책 반영 여부를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 학생들의 많은 참여로 소통하겠다는 취지와 이름만큼 좋은 학생참여위원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