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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급의 유혹, 야간노동

[연속기고](2)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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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급과 주야맞교대...24시간 노동체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주간연속2교대제와 동시에 월급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주야맞교대를 필두로 하는 심각한 장시간노동의 주된 요인이 시간급 임금제에 있다는 점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공장 생산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개 시급제와 일급제 방식으로 책정되고 있다. 완성차사들에서는 주로 시급제, 부품사들에서는 주로 일급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둘 다 시간급으로 임금을 계산하는 시간급체계라고 할 수 있다.

시간급제는 자본주의 초기부터 채택된 자본주의적 상품 생산에서의 중요한 생산기술 중 하나이다. 그것은 시간당 산출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도급제로부터 유래하여, 자본주의적 협업/분업에 기초한 공장제 생산이 일반화되면서는 집단적인 시간당 산출량에 따라 각 개별노동자에게 시간당 임금을 지불했다. 그에 따라 노동시간의 양에 따라 임금의 크기가 달라지도록 해 노동시간의 길이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시간급제가 이용되게 되었다.

또한 기계제 대공업 성립 이후부터 자본주의적 상품 생산은 24시간 가동체계를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삼는데, 그럼으로써 기계와 설비 등에 선투자되어 있는 자본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대규모 기계장치산업들에서 24시간 가동체제를 유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때 기계와 설비를 놀리지 않으려면 노동력에 의해 그것들이 중단 없이 소비되어야 하고 따라서 노동자들을 24시간 기계/설비에 동여매는 작업 형태로서 교대제를 고안해내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노동자가 24시간 동안 작업을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육체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하루의 표준노동시간을 정하는 운동이 확산되면서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에 대한 임금지불 문제에 대해서도 시간급제가 자본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초과노동에 대하여 일정한 할증율을 부여함으로써 노동시간의 길이를 연장하는 데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급제 임금은 기본급을 매우 낮게 책정하여 노동자들에게 스스로 노동시간의 길이를 연장할 유인으로 작용한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시간급제로 왜곡된 노동자 임금체계

한국의 자동차산업에서 노동자들의 초봉은 시급 4천여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에서 시작해서 근속 15년쯤 되면 시간당 임금이 평균적으로 7천여원 정도가 된다. 그래서 평균 근속 15년에 평균 나이 40여세의 노동자들이 받는 월간 기본급이 170만원 수준이다. 완성차나 부품사나 생산직 현장노동자들의 시간급과 월 기본급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상태에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주야맞교대로 10-10시간 일을 하거나 3교대로 8-8-8시간을 하거나 8시간 기준 상시주간작업을 하면서 잔업이나 휴일특근을 하거나 함으로써 잔업/심야/특근 할증급을 받게 되는데 이런 할증급이 평균적으로 거의 월 100만원 수준에 달한다. 그러니까 구조적으로 잔업/특근 등 초과노동을 하도록 임금이 구성되어 있다. 초과급여가 기본급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내하청이나 사외하청의 경우는 완성차사나 부품사들보다 더욱 열악하다. 그 열악성들은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채워지고 있지만,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시간급의 차이뿐만 아니라 통상급을 구성하는 수당들과 상여금 격차로 인하여 열악성이 해소되고 있지 못하다. 대규모 완성차기업일수록 상여금 월할분을 포함한 총임금 중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게 나타나고, 하청중소영세기업으로 갈수록 기본급 비중이 높은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완성차와 부품사들의 경우 기본급이 총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38% 남짓에 불과하다. 임금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기본급 수준이 중요한데, 자동차산업에서는 기본급 비중이 높은 것이 그래서 별로 달갑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의 철폐와 함께 월급제 도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건강문제 때문에 야간노동을 축소하고 주간연속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변경 요구함으로써 노동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시간급제에 입각한 현행 임금형태가 유지될 경우 필연적으로 임금불안, 따라서 생활불안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야간노동 철폐와 월급제 도입의 필요성

우선 직관적으로 보아도 10-10에서 8-8로 시간단축이 이루어질 경우 시간연장에 따른 초과급여가 없어지게 된다. 이로 인한 임금감소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월급제 도입에서 핵심적인 쟁점의 하나이다. 현재의 임금을 근무형태 변경 이후에도 보장함으로써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시간급으로 임금의 규모를 최소화하면서 많은 노동을 시키는 데 익숙해진 기업들이 그것을 그대로 수용할 리 없는 것이 문제이다.

더욱이 시간급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초과노동에의 유인이 그대로 남아있게 되어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어도 과도한 장시간노동을 해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다. 또한 낮은 시간급에 기초한 기본급 책정 때문에, 현재로서는 통상급 수준으로도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의 시간급에 기초한 임금을 어느 만큼 보전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근무형태의 변경과 함께 새로운 기본급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망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우선 시간급제를 월급제로 전환하고, 월급여의 기본급체계를 새로이 설정할 것이 요구된다. 적어도 통상급으로 생계의 60~70% 가량이 충족될 수 있도록 기본급체계를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사업장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행의 기본급 수준을 토대로 하여 월급제 방식의 새로운 월정 기본급체계를 도입하고, 수당체계를 정비하면서, 생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월급제 임금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된다고 하여도 여전히 야간노동이 존재하게 되는 점이 시간급제를 잔존시킬 가능성으로 남아 있게 된다. 이 점을 감안하여 월 기본급여를 책정하고 야간노동에 따른 수당을 정액으로 책정하는 것이 임금안정성과 과도노동에 대한 유인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생산현장에 실제 완전 월급제를 도입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동안에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월급제 도입을 위해서는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내면화되어 있는 시간급제의 유혹이 해소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