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유성기업지회 가족대책위원회] |
다시 등장한 ‘주간연속 2교대제’ 요구
그 동안 한국 자동차산업 노조에서 야간노동 축소 및 폐지 및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교대제 개선방안은 주간연속2교대에 맞춰져 왔다.
IMF이전 시기인 1997년경 대우자동차와 자동차 부품회사 중 케피코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에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를 추진하기 위한 안을 만든 바 있으며, 이 시기에 현대자동차도 제도개선위원회 차원에서 검토가 되었다. 그러나 IMF가 터지면서 이러한 논의들은 중단됐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안정 확보’로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 또한 당시 정리해고 투쟁의 실패로 잠시 거론되는 수준이상을 넘지 못했다.
그 뒤 2004년 주간연속2교대 및 월급제 요구투쟁이 다시 시작됐다. 고용안정 방안이면서 동시에 노동자 건강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확보하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 투쟁으로 제기됐다. 이는 IMF 이후로 상시적인 잔업․특근․철야, 노동강도 강화, 고령화, 과로사 등.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원인의 중요한 고리 중 하나가 야간노동과 초장시간 노동에 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성차 공장에서 시작한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 투쟁은 2005년, 2006년 실행시기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냈을 뿐, 더 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쟁점이 임금보전과 생산물량 보전으로 전환되면서 야간노동 축소 및 폐지를 통한 실질적인 노동시간단축 및 노동자 건강권 확보의 중심목표가 이동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부품업체인 두원정공에서 2010년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를 시행하기 시작했고, 이어 2011년 현재, 유성기업에서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 실행을 위한 특별교섭을 진행하는 중에 유성기업 사측이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해 투쟁의 성격이 민주노조 사수 투쟁으로 전환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유성노동자들의 투쟁은 다시 야간노동의 문제점 과 주간연속2교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야간노동,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는 100년 전에 사라진 노동착취방식
자본주의 성립 이후 노동운동의 가시적인 최초의 성과 중 하나는 입법을 통한 노동시간단축이다. 1833년 영국에서 최초로 아동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공장법(하루 12시간 노동)이 시행된 이후 노동시간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19세기 후반 주간 70시간노동이상에 연간 3,000시간 정도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었던 노동시간은 20세기 후반에 들어 실제 노동시간은 주 35~40시간으로 연간 1,600~1,700시간으로 축소됐다.
노동시간단축 과정은 야간노동 축소 및 교대제의 변화과정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200년 전 영국에서는 아동과 여성을 동원하여 야간에도 기계를 돌렸다. 여기에 동원된 아동들은 또래의 농촌아동보다도 키가 작았으며 여성들의 수명도 단축되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100년 전 하루 12시간 주야맞교대로 노동자들은 혹사당했다.
그러나 주야맞교대와 그로 인한 야간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위협하게 되자, 점차 야간노동을 철폐하고 교대형태를 개선하는 투쟁이 확대되었다. 그 결과 1차 세계대전(1914년) 이후 선진자본주의에서 주야맞교대와 그로 인한 야간노동은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주야맞교대는 이미 1차 세계대전 이후 없어진, 즉, 선진자본주의국가들이 100년 전에 적용했던 방식이다.
선진자본주의에서 사라진 주야맞교대제와 야간노동이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의 이윤 때문이다. 투자된 전체 자본 중 기계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큰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기계를 24시간 가동하면서 최대한의 이윤을 뽑는 근무형태를 선호하게 되며, 그에 부합하는 최상의 조건이 주야맞교대 근무다. 즉, 자본은 설비투자 없이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생산량을 뽑을 수 있고, 노동시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방식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주야맞교대는 생산의 유연성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변동하는 시장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아주 유익한 근무형태다. 시장수요가 없으면, 다시 말하면 물량이 없으면 잔업 2시간을 줄이거나 특근-철야를 없애면 된다. 반대로 물량이 많으면 잔업과 특근․철야를 포함해서 1년 365일 24시간 공장을 돌릴 수 있다.
따라서, 주야맞교대와 야간노동은 가장 자본적인 근무형태인 동시에 가장 반노동자적이고 반인간적인 근무형태라고 할 수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노동시간 단축투쟁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요구는 ‘노동시간 단축 투쟁’이며, 단체협약 쟁취투쟁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단축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노동시간단축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이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 노동시간의 연장은 항상 자본의 본성에 뿌리를 두는 기본적인 욕구이며, 따라서 노동시간의 길이를 둘러싼 노동과 자본은 기본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단축이 이루어지면, 자본은 유연화 및 노동강도를 강화시킨다. 동일한 시간 내에 노동강도를 단축된 노동시간의 범위 내에서 달성될 수 있는 정도까지 강행한다. (UPH 업, 편성효율 증가, 자유로운 전환배치 등) 즉,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요구투쟁은 노동시간의 길이와 노동강도를 둘러싼 모든 쟁점들이 등장하는 사안이며, 따라서, 노동시간단축투쟁의 관점을 분명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체협약 쟁취투쟁은 노동자들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권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단체협약 쟁취투쟁의 역사는 자본에게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거나 확보해 온 과정이었다. 물론 최근 자본의 힘이 우세하여 단체협약을 무시하거나 단체협약 해지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총노동이 전체 전선을 구축하지 못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따라서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요구투쟁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열악한 노동조건인 초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을 축소하는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