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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간 노동’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기고] 단시간 노동자들이 늘어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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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자본이 단시간 노동을 급격하게 확대하는 것은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이다. 파견법을 통해서 간접고용을 늘리고, 기간제법을 통해서 사용사유 없이 자유롭게 기간제 노동자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특수고용이라는 별도 직군을 만들어서 노동자의 권리를 가로막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단시간이라는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단시간 노동을 확대하는 것은 비정규직을 종류별로 다 만들어서 기업이 원할 때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고용형태를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러한 단시간 비정규직의 확대는 구조조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특정 직무를 단시간화하는 구조조정

공공부문에서 진행되는 단시간노동 확대 방안은 명백한 구조조정 방안이다. 이미 단시간제가 시행되거나 들어오려고 하는 곳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부는 ‘단시간 적합 직무’를 발굴하여 그 직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단시간으로 채우려고 한다. 2009년에 제출된 ‘퍼플잡 창출·확산 기본계획 수립 및 세부정책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보면 “업무분할형(민원상대업무, 보육시설), 휴일·야간 전담형(국공립도서관, 박물관), 집중시간형(고학력 경력단절여성채용 피크타임) 등으로 적합 직무를 구분”하여 단시간 근로 직무를 구체화한 바 있다. 위 용역보고서에서는 단시간 적합직무란 ‘대체근로 용이, 정형화된 업무, 특정시기와 시간대 집중직무’라고 이야기한다.

발전5개사에서도 단시간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업소별로 단시간 근무 운영이 가능한 직무를 1개 이상 발굴하여 본사에 건의’하도록 하고 이 건의와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사업소별로 1개 이상의 단시간 근무 대상 직무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발전부 공무보조(인권현황판 관리, 교육업무, 문서수발), 냉난방관리, 자료실 업무 등을 단시간 적합 직무라고 보고되고, 이 직무는 이후에 단시간노동자로만 채워지는 직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 전일제로 일하던 노동자가 단시간제도를 선택하면 이 노동자는 단시간직무로 전환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다시 자신의 직무로 돌아오려고 할 때, 그 일자리를 이미 다른 노동자가 대체하고 있다면 과연 쉽게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노동자들이 단시간제도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신규채용의 10%를 단시간직무로 채용하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단시간일자리로 들어온 노동자들은 다시 전일제로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특정 직무를 외주화했던 것처럼, 단시간제도도 특정 직무를 단시간이라는 비정규직으로 채워나가는 구조조정일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전일제 업무 중에서 소위 ‘단순·부수적’이라는 과업을 분리한 직무와 직렬을 개발하게 되면 그 직무는 숙련도가 낮고 간단한 일이라는 이유로 이후 인력감축이 되거나 외주화가 시작될 때 우선적으로 선별될 것이다. 결국 단시간 제도는 특정 직무를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구조조정일 뿐이다.

단시간노동자를 정원으로 산정하여 정규직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

정부는 총액인건비제를 통해서 공공기관의 인원을 관리한다. 그런데 정부는 단시간 노동을 늘리기 위해서 정원을 시간으로 계산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한 공공기관의 정원이 100명이라고 한다면 원래는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80명만 정규직으로 쓰고, 나머지는 4시간짜리 단시간노동자 40명을 써도 총원 100명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4시간짜리 단시간 노동자는 1인당 0.5명으로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규직 100명의 일자리를 80명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비정규직화하는 정책이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20명 일자리가 더 늘어나면 좋지 않겠냐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한 계산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단시간 적합 직무를 개발하게 되면 그 직무는 말 그대로 단순직무이기 때문에 충분히 노동강도를 높여도 된다. 집중시간대에 단시간을 활용하게 되면 예전에는 전일제 1명이 필요하던 일이 이제는 단시간 1명으로도 충분해진다. 결국 20명 일자리가 40명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노동강도를 훨씬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늘어나는 것은 30명 일자리도 안 된다. 결국 정규직 일자리 20개를 줄여서 반쪽짜리 임금의 비정규직 30명을 만드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착시현상이 생기지만 전일제로 계산하면 일자리는 줄어든다. 그러면서 정규직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불안정노동은 확대된다.

이미 단시간노동이 확대되어 있는 대학을 생각해보자. 교과부에서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시간강사들에게 ‘교원’ 지위를 인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대학에서 당연하게 확보해야 할 정규교원을 시간제 강사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강사’를 교원의 범주와는 다르게 해서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및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대학 교원수에서는 ‘교원’으로 인정하여 정규직을 대체할 수 있게 하고, 각종 혜택에서는 제외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시간제를 정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그렇게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

상시고용 100인 미만 사업장은 조세특례제한법 등의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단시간노동자를 사용하면 시간에 비례하여 상시고용수를 계산하겠다고 한다. 단시간노동자를 사용하여 얻는 이 혜택은 고용보험 등 각종 사업주 지원규정이나 혹은 장애인고용촉진법 등 사업주에 대한 규제 규정,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이나 근로기준법 등 노동자수에 따라서 적용을 달리하는 각종 법으로까지 범위를 넓히게 될 것이다. 단시간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을 더 잘 할 수 있게 법령을 바꾸는 것이다.

단시간노동을 시간제 임금형태로 간주

단시간노동자는 통상노동자보다 노동시간이 짧은 노동자를 말한다. 노동시간이 단축되었다고 해서 이 노동자가 반드시 시간급으로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단시간 노동을 시간제 노동과 동일하게 여긴다. 발전5개사에서 만든 ‘보수규정관리요령’에 따르면 “단시간근무자의 기준임금, 기준외임금, 휴가보상금, 상여금 등은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승격에서도 1년간은 40시간을 기준으로 인정해주지만 그 이후에는 실제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정한다고 하고 있다.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임금과 노동조건과 승진을 정한다는 것은 이 노동자들이 시간제라는 것이다. 단시간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시간제 임금과 연동된’ 고용형태가 되면 임금산정방식과 각종 노동조건이 모두 시간급 단위로 분절된다. 각종 복지나 부가급부 역시 ‘시간’에 비례하여 계산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이것이야말로 단시간노동자들을 차별하지 않는 증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용계약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각종 급부가 있다. 그것을 시간제라는 이유로 쪼개서 지급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시간에 기반하여 승급제도를 운영하면 여기에서도 차별을 당하게 된다.

단지 시간제노동자들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문제인 것이 아니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급부를 시간으로 환산하고 세밀하게 만들면 이후 노동에 근거하지 않는 급무를 비용절감하는 근거로 활용될 것이다. 노동을 상품으로 규격화하는 일을 면밀하게 하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시간급제가 많아지면 고용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마치 파견노동자들이 시급계산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사업주의 필요에 따라 긴급할 때 동원되는 호출노동이 되고, 고용불안과 임금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허구에 속지 말고 제대로 투쟁하자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고 삶의 희망을 갖기 어려울 때 일하는 시간이 줄면 노동자들의 삶도 나아지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법정노동시간과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시간제 노동이 많아지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을 반토막내서 그 사람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단시간 노동자들은 미국의 서비스업종 단시간 노동자들처럼 두 가지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게 된다.

결국 단시간제도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불안정한 단시간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노동시간 단축은 시간제로 임금을 받는 ‘단시간노동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 노동시간 단축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원할 때 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와 직무 전환배치 없이 자유롭게 짧은 시간을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로운 노동시간’이라는 정부의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를 깨야 한다. 단시간노동제도가 결국 정규직을 대체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이며 직무를 분할하여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제도임을 알려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시간으로의 전환을 신청하여 이 제도를 확산하는데 기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단시간으로의 신규채용을 반대해야 한다. 단시간계약직으로 신규채용되는 노동자들을 다시 전일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노사합의 없이 밀어붙이고 있고 발전5개사에서도 인사 및 보수관련 규정과 취업규칙 등을 정비하면서 밀고 들어오고 있다. 노조의 힘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하게 막기 어렵더라도 이 제도는 문제가 있는 제도라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정부는 단시간노동 등 유연근무제 확대 시행을 계기로 직무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고용형태를 만들고 위계화하려고 시도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주장이 직무에 따라서 임금을 달리하는 ‘다른노동-다른임금’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직무 사이의 위계를 인정하여 차별적인 임금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경총이나 전경련에서 계속 ‘직무급’ 주장을 하고 ‘직무분석’을 하겠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을 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무분석에 근거하여 노동자들을 위계화하고 특정 직무를 비정규직화하는 정부의 의도를 정확하게 앍고 대응해야 한다. 첫출발은 임의적인 직무분석과 평가에 저항하는 것이다. ‘핵심-비핵심, 상시-임시, 중요-부수적’이라는 일자리에 대한 판단은 자본의 논리일 뿐, 우리에게는 ‘필요한 일인가 아닌가’가 있을 뿐이다. 필요한 노동을 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간접고용 문제가 심각하다. 그리고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계속 늘어난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더욱 짧은 시간 계약하면서 삶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여기에 단시간 노동까지 더해지면서 노동자들은 이중삼중으로 고통당하고 불안정해진다. 이렇게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노동자들은 삶의 전망만이 아니라 투쟁의 전망도 잃게 된다. 어디에서부터 누구를 대상으로 투쟁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비정규직 확산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정부의 허구적인 이데올로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 지금 비록 단시간노동의 확대를 완전하게 막지 못하더라도 이것이 잘못된 제도라는 것을 더 많이 알려서, 새롭게 단시간으로 일하게 된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조직하고 투쟁할 수 있도록 내용과 힘을 비축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