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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간노동, 정부의 비정규직 확대전략

[기고] 단시간노동자들이 늘어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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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단시간노동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네시간이든 여섯시간이든 자신이 선택해서 일할 수 있고, 언제라도 원할 때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신규채용이 더 늘어나면 일자리도 나눌 수 있고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로 정부가 이야기하는 단시간노동이 그렇게 좋은 것일까? 정부의 노동전략은 대다수가 비정규직 확대전략에 맞춰져 있다. 단시간노동 활성화방안도 거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있지 않다. 노동자들에게 자유로운 시간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단시간이라는 이름의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안일 뿐이다.

급격하게 확대되는 단시간노동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전략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단시간근로제도이다. 정부는 이미 2009년부터 ‘유연근무제’라는 이름으로 단시간제도를 추진해왔고, 2010년 지자체 중 9개에 대해 3개월간 시범실시를 하고 곧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추세이다.

지방자치 단체 전면실시는 물론이고, 기획재정부에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0곳에 유연근무제 실시를 강력 유도하여 그 결과 2011년 1월에 공기업 27곳과 준정부기관 83곳 등 110개 기관 가운데 26개 기관에서 1천14명의 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하고, 그 외 66개 기관에서는 재택근로나 탄력근무제 등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이후 기획재정부에서는 ‘2011년 공기업 정부권장 정책 이행실적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단시간노동 등 노동유연화 관련규정을 정비하거나 채용 및 전환실적이 있으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를 분기별로 점검하여 실적을 관리하겠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4월 14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유연근무형태를 법에 명시하고, 유연근무제의 활성화를 위해 각 행정기관장은 이를 신청한 공무원의 보수나 승진, 근무성적 평점 등에 부당한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와 같은 단시간노동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는 공공부문에서만 드러나는 현상은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단시간제도를 확대하기 위해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와 소득제 등 각종 세제를 지원하는데 중소기업은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이거나 자본금 80억원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 단시간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월 60시간 미만일 경우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할 때 제외하고 월 60시간 이상의 단시간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0.5명으로 계산하여 여전히 세제혜택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 상시 시간제를 고용하면 월 40만원 한도로 인건비의 절반을 1년간 지원하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단시간제도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종으로도 확대하려고 한다.

단시간노동을 확대하는 정부 주장의 허구성

정부가 단시간 노동을 확대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여성의 경우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어야 하므로 여성친화적 단시간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여성은 일도 하고 가정도 돌봐야 한다는 전제 속에서 양육이나 노인 부양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을 하고 나와서 받는 임금은 반쪽짜리여도 된다고 한다. 여성의 수입은 부수적이라는 가족임금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려면 공공보육시설을 늘리고 남성과 여성 모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면서 여성을 불안정노동으로 내모는 것이다.

정부가 단시간 노동을 확대하는 두 번째 근거는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워낙 최장시간 노동이므로 단시간노동을 활성화하여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노동자들의 건강권 침해가 심각하므로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 한다. 정말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려면 법정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개개인이 노동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다수 노동자들의 최장 노동시간은 유지하면서 특정 업무에 단시간 일자리를 만들면 전체노동자 평균노동시간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전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단시간 노동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증가하고 노동강도 강화와 심리적 불안정성 때문에 건강한 노동도 아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세 번째 근거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다. 단시간 제도를 통해 일자리를 공유하고 청년실업 해소라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기만적인 논리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지금 있는 노동자들도 용역·외주화·아웃소싱으로 비정규직으로 만든다. 기획재정부에서 총액인건비제도로 임금 총액을 묶어놓기 때문에 지자체나 공기업들은 모두 신규채용을 꺼린다. 그러면서 단시간노동자들을 활용하면 정원 규정도 자유롭게 해준다고 하면서 공공기관들이 정규직 채용대신 단시간노동자들을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그 자리를 단시간으로 채우는 것이 어떻게 청년실업 해소라는 사회적 책임 이행인가? 그것은 청년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모는 것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단시간노동제도

단시간노동제도에 대해서 정부는 장밋빛 선전을 계속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도 유연근무제를 신청한 공무원의 보수나 승진, 근무성적 평점 등에 부당한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했다고 하고, 지자체 9개를 대상으로 시범실시를 할 때에도 원하는 노동자들의 신청을 받아서 했고, 이 일자리는 상시 일자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만이다. 실제로 시범실시에서도 그러했고 노동자들은 반쪽짜리 시간급으로 전환하는 것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도 이것을 미리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규채용 중 일부를 단시간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물론 신입 단시간근무자는 전일제 근로자 채용시 우대한다는 조건을 내거는데, 결국 새롭게 들어오는 노동자들이 단시간을 선택하는 이유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전일제로의 전환 우대라는 미끼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게 들어오는 단시간노동자들은 대다수가 6개월에서 11개월짜리의 계약직이다(11개월인 이유는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4월 14일에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유연근무제 운영현황’에 의하면 공공기관에 새로 도입된 단시간 노동자들 1천14명 가운데 계약기간 6개월~11개월 노동자들이 724명이다. 대다수가 1년도 안되는 계약직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자리를 채워나가는데 이것이 정규·상시적인 단시간 일자리란 말인가?

더 중요한 문제는 단시간제도는 ‘노동자’ 개인이 단시간노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가 단시간화 하는 것이다. 특정한 직무를 단시간 적합 직무로 지정하여 그 직무 전체를 단시간 노동자로 채우기 때문에 그 일자리는 당연히 단순한 일자리, 중요하지 않은 일자리로 취급받고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치 외주화 과정이 그랬던 것처럼 그 일자리는 저임금 기간제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차별이 없게 하겠다고 말하지만 단시간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로 채워지고 직무도 단순직무가 되면 기간제보다도 더 못한 처우를 받게 된다.

지금도 가장 단시간 노동자들이 많은 서비스업종을 생각해보라. 편의점 알바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무수히 많은 단시간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에 미달한다. 24시간 편의점 직종은 ‘단시간’이라는 굴레 속에서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저임금 직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점차로 현장에서는 단시간노동이 확대되고 가뜩이나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많은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단시간 일자리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단시간이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확대

그동안 정부가 비정규직을 어떻게 확대했는지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1998년에 파견법을 시행하여 간접고용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로 인해서 합법파견노동자도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불법파견이 용역이나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간접고용은 확대되었다. 그리고 2006년에 기간제법이 도입되었다. 사용사유가 있든 없든 기업들은 기간제 노동자들을 2년동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유사근로자 보호법’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단 이런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 다시 법을 개악하여 이 법안에 담겨있는 어느 정도의 규제도 없애서 완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6년 기간제법이 만들어질 때 단시간제도도 만들어졌다. 그동안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단시간 노동자들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이번 정부의 조치로 인해서 단시간노동자도 많이 확대될 것이다. 정부에서 이렇게 단시간노동을 확대하려고 하는 이유는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완성’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모든 비정규직을 종류별로 다 제도화해서 기업이 원할 때 원하는 고용형태를 고를 수 있도록 한다는 말이다.

일단 다양한 비정규직이 제도화되면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직무를 분석해서 직무와 고용형태를 연결시키려고 시도한다. 어떤 직무는 핵심업무니까 직접고용, 어떤 업무는 핵심업무이지만 상시업무는 아니니까 단시간, 어떤 업무는 핵심업무는 아니니까 간접고용 등 업무를 마음대로 평가하고 그에 따른 고용형태를 따로 만들어서 노동자들 사이를 갈라놓고 위계화하고 임금 등 각종 차별을 정당화하게 된다.

간접고용과 기간제, 특수고용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단시간 노동자까지 확산하고, 그렇게 다양해진 고용형태를 갖고 자본이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골라서 사용하게 하는 구조,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이야기하는 국가고용전략이다. 노동자들에게 시간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겉으로 보이는 조치들에 속아서 단시간제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