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동구 아산로 입구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한미선씨. |
현대중공업과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가 합의한 협약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이는 한번 쟁취한 합의는 반드시 사수해야만 하는 원칙을 지키기 위함이자,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가 중심이된 울산지역 연대투쟁의 기풍을 세워내기 위함입니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자행한 심야테러는 김석진 개인에 대한 문제 해결을 넘어, 공개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받아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만약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과 철야농성은 항상 테러의 위협에 시달려야 할 것이며, 연대투쟁과 지지방문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는 미포 투쟁의 합의를 이끌어낸 주체로서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제 남편 김석진과 함께 현장대책위를 만들어 공동투쟁을 벌여온 민주파 현장조직들도 현실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하면 안됩니다.
최근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를 위한 동구대책위' 유인물에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협약서 이행과 심야테러 해결을 요구하는 남편의 주장글이 실렸습니다. 그러나 그 유인물은 미포 민주파 일부 현장조직과 일부 진보정당의 문제제기로 배포가 중단될 뻔 했다고 합니다. 논쟁은 벌어졌고, 논쟁 끝에 다시 배포가 결정되었으나 일부에서는 결국 배포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지난 번, 미포조선노조가 총회를 통해 규약을 개정하려 할 때, 남편은 민주노총 탈퇴 의도라며 민주파 현장조직과 함께 부결투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총회는 가결되고 말았습니다. 총회가 가결된 후, 노동조합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남편의 조합원 권리를 박탈하는 중징계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남편은 즉시 민주파 현장조직들에게 노동조합 징계 철회투쟁에 나설 것을 제안하였지만 거부 당하였습니다. 결국, 남편은 홀로 현장사무실을 순회하면서 노동조합의 처사가 부당함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사무실에서 제 남편이 발언을 시작하자 민주파 현장조직활동가는 구경꾼으로 되고, 대신 노조간부들과 관리자들이 사진기와 녹음기를 들이대는 웃지못할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간부 여러분 그리고 미포 민주파 현장활동가 여러분!
제 남편 김석진과는 투쟁 방향과 방법 등에서 차이가 있어서 투쟁에 함께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나다. 그러나 남편의 노조활동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단호하게 비판하고 고쳐나가야 할 일이지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남편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놓고 거짓과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제 남편은 노동자가 자본에 빼앗기고 당하고 있는 것들을 온전히 드러내고, 진실하게 말하는 것만이 노동자의 무기라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노동자의 진실을 아무리 숨기고 짓밟아도 결코 가려지지 않으며, 노동자의 투쟁도 결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진실은 노동자가 사는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편의 8년 3개월 간의 해고자 복직투쟁과 사내하청노동자들과의 연대투쟁을 지켜보면서, 노동자의 현실은 투쟁 없이는 조금도 나아질 수가 없고 투쟁만이 야만에 짓눌려 있는 노동자의 진실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더욱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올바른 노동운동은 세상을 밝게 할 빛일 뿐만 아니라, 참된 삶을 꾸려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당했을 때 상대가 강하다는 이유로 저항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현실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2년간 싸워온 현대중공업과의 투쟁을 민주노총울산본부와 민주파 현장조직은 포기해도 저 한미선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굴복과 포기는 노동자의 생존에 대한 살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