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우주생명체와 비정규직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에게 정규직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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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생명체와 비정규직이라니. 지구에서 안드로메다 만큼이나 먼 두 단어로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을까싶지만은 그런 일들이 생기고 말았다.

우주생명체 이야기는 지난 한 주 지구인들의 관심사였다. 다름 아니라 지난 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생명체 관련한 특별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사(NASA)가 ET나 외계인 출현 또는 외계인과의 교신을 밝힐거라는 등 다양한 기대가 만발했으나, 발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구에 사는 미생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비소를 기반으로 살아간다는‘GFAJ-1’ 박테리아 [출처: NASA]
하지만 이 미생물의 발견이 외계인 못지않은 중대한 발견이라고 하니 관심을 가져도 크게 손해날 것은 없어 보인다. NASA가 밝힌 것은 독성이 강한 비소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미생물이 발견되었으며 이것은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미생물 발견에 대한 과학적 성과들은 대대손손 기대를 모아가기로 하고, 오늘은 이 미생물의 이름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보자.

“펠리사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줘”

이 미생물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의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다. 최근 펠리사 박사의 연구를 지켜본 같은 대학 폴 데이비스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미생물의 이름이 붙여진 배경에 대해 알려졌다.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강하고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립적인 사고를 가졌던 펠리사는 ‘어떻게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6개의 필수 원소로만 구성돼 있나’하는 의문을 갖고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이 무모한 연구에 누구도 지원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고생 끝에 NASA가 연구비를 대기로 하고 3년여를 조사해 찾아낸 것이 바로 이 미생물이다.

어려움 끝에 찾아낸 이 미생물의 이름을 펠리사는 ‘GFAJ-1’이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GFAJ-1’은 어떤 의미일까? 데이비스 교수에 따르면 이 미생물체의 이름은 “Get Felisa A Job(펠리사에게 일자리를 줘)”의 첫머리를 따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미생물체 발견을 발표하고 있는 펠리사 [출처: NASA]
펠리사는 연구 들어갈 당시 20대의 여성 과학자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보따리 살림을 살아가던 임시연구직 연구원이었다. 이 놀라운 발견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당시에도 그녀는 계약직 연구원 즉, 비정규직이었다. 그래서 펠리사는 이제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달라는 의미로 ‘GFAJ-1’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미국도 우리처럼 비정규직 교수나 시간강사들로 넘쳐나는 모양이다. 얼마나 정규직을 염원했으면 새로 발견한 미생물체에, 그것도 우주생명체 연구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어 낼 만큼 커다란 업적을 남길 미생물체의 이름을 ‘정규직 일자리를 달라’고 지었을까?

하지만 미국 비정규직 과학자의 처지는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보다 낫다.

지난 5월 조선대 한 시간강사는 교수 임용 탈락을 비관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강사가 남긴 유서에서 비정규직 시간강사의 비참한 처지와 교수 채용 비리, 특히 교수의 논문대필과 스트레스로 자살하게 되었다고 밝혀 큰 충격을 주었다. 유서의 한 대목을 인용해 본다.

“저는 스트레스성 자살입니다. B 교수님을 처벌해 주세요...B 교수와 쓴 모든 논문(대략 54권)은 제가 쓴 논문으로 이름만 들어갔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대략 25편 함께 발표한 논문이 20편, 교수님 제자를 위해 쓴 논문이 박사 1편, 학진 논문 1편, 석사 4편, 학진 발표 논문이 4편...”

만약 펠리사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이런 연구를 했다면 연구비 지원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고, 연구를 했다손치더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교수 논문 대필해주느라고 어디 연구할 시간이라도 있었겠는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에게도 정규직을 줘”

아무튼 우리는 이제 비정규직 연구자들의 처지를 생각해서라도 이 미생물을 ‘GFAJ-1’로 줄여서 부를 것이 아니라 ‘펠리사에게 정규직을 줘’ 미생물로 명명해야 한다. 한번 불러보자. “펠리사에게 정규직을 줘!” 이러한 획기적인 미생물을 발견한 펠리사에게 찬사를 보내며, 이를 생방송으로 전세계에 소식을 전한 NASA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정규직이 되고 싶은 마음, 그 열망이 어떤 비정규직이라고 다를까? 이 미생물의 존재가 외계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면, 우리는 이 미생물의 이름과 발견 과정에서 정규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면 너무 지나친 과장일까?

현대차, 대우차 비정규직. 이들이 만드는 것은 우주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미생물체는 아니라고 해도 지구촌 누구라도 타고 다닐 수 있는 품질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투쟁만큼은 획기적인 것이다. 이들은 정규직과 똑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으로 살지 못하고 평생을 비정규직 신분으로 살 것을 강요받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펠리사에게 정규직을 줘’ 미생물이 발견된 것과 같이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획기적인 발견을 울산, 전주, 아산과 인천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규직이 된 이들이 만든 첫 차의 이름을 이렇게 지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에게 정규직을 줘!” 어서 빨리 만들어서 그 차 타보자. 외계인 만나는 것만큼이나 신나는 일이다.

  • 떠돌이별 생물

    저런 이름을 지을 수 있다니 미쿡에선 안드로메다가 더 가까운가? 기사 재밌군요.

  • 속만희

    시간강사 자살관련 B교수와 논문 대신작성 주장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났습니다. 엄한데만 수사하고 정작 문제있는 상아탑 내부는 쉬쉬하고 끝났습니다. 법적으로 끝난 건을 왜 운운하시는지? 그리고 비정규직문제의 사례로 좋은것도 많은데 굳이 우주미생물-펠리사-시간강사-논문대작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 이슈편승? or 역량부족? 걍 읽다보니 짱나서 몇자 적네요.

  • 이민영

    시간강사 자살관련 된 일이 B교수뿐일까요?자살하지 않아서 그렇지 많이 알려진 현실입니다. 비판도 중요하지만 기사에 반박하듯 감정으로 글을 쓰는건 어떤 공감도 얻지 못합니다. 세겨적으로도 슬픈현실이네요...비정규직이라는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