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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회생, 경영진과 채권단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도협박에 맞서 노조가 경영통제권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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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0일 금호타이어 정문앞 광주전남 노동자대회 [금호타이어 지회]

잠정 합의안 부결, 조합원들은 투쟁 선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이하 금호타이어 노조)가 사측과 잠정 합의한 임단협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찬성 44%, 반대 56%로 부결되었다. 조합원들은 40%에 가까운 임금 삭감, 모든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단계적 도급화, 일시 유예에 불과한 정리해고 유보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조합원들의 반대는 사실 너무나 정당한 것이다. 사측과 노조의 합의안은 금호그룹 박씨 일가의 탐욕이 만들어 낸 손실을 노동자의 희생으로 복구하는 것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금호 사태로 인한 희생 : 200억 vs 1,400억원 ?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의 일부 주식만으로 순환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던 박삼구 회장 일가의 손실은 지금까지 약 200억 가량의 금호산업 주식이 전부였다.

반면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4개월 동안 받지 못한 체불 임금만 해도 약 700억 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합의안대로 임금이 삭감되면 연간 약 1천4백억 원을 회사에 내주게 된다.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경영진의 손실에 비해 현 사태와 크게 관련도 없는 노동자들이 7배가 넘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운영한 결과 2009년에만 1,185억 원의 이자를 지불했다. 경제 위기 이전 2008년에 금호타이어가 영업이익으로 번 돈이 3천6백억 원 수준이니, 정상대로 영업을 했다 해도 타이어를 만들어 번 돈의 3분의 1은 이자 비용으로 지불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제조업 기업 중 이 정도의 이자 규모를 견딜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 채무 상환금까지 고려하면, 금호타이어는 아무리 타이어 만들어 팔아봤자 남는 돈이 있을 수 없는 상태다. 참고로 2009년 금호타이어보다 매출이 1조원 가량 많았던 한국타이어의 이자 비용은 150억 원 정도였다.

심지어 금호타이어는 노동자들 임금도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2010년 1월부터 2월 말까지 단기차입금 2,060억 원을 갚았다. 그나마 2009년 4/4분기부터 호전된 영업 사정으로 얻은 수익도 모두 금융권 차입금 상환에 바친 것이다.

노동자들이 임금도 받지 못하며 벌어들인 돈 모두를 채무 상환과 이자 지불에 써야 하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가 봐도 박삼구 회장 일가에게 있다. 하지만 정작 잠정합의안은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니, 조합원들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금호타이어를 살리는 길은 금호 사태의 책임자가 희생하는 것

잡정합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언론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노동자들과 부결 운동을 이끈 현장 조직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채권단이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가 없으면 금호타이어 채권 환수에 나설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회사를 부도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실은 반대다. 정작 회사를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박삼구 회장 일가와 이들의 투기성 인수 합병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인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그룹 차원의 자금 동원으로 인한 재무 문제만 제외하면, 영업 문제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위아,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고,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40%에 육박하는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20%의 시장 점유율로 타이업 업계 중 1,2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임자 박삼구 회장 일가가 사재를 털어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고, 채권단 역시 책임을 함께 지는 차원에서 좀 더 채무를 유예해주면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박삼구 일가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빚 갚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고, 채권단은 채권 환수 욕심에 눈이 멀어 사태를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다.

노동자들과 광주전남 시민들의 대안 : 박삼구 일가 재산 환수, 건전한 투자와 친노동 기업 만들기

그러므로 금호타이어가 회생하기 위한 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 자산으로 투기를 일삼은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이들의 재산을 기업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현재 박씨 일가는 금호석유화학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소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무상 출연하고, 이를 통해 당장 급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채권단은 구조조정 압박을 중단하고 채무 상환 유예 기간을 좀 더 연장해야 한다. 또한 2월에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하기로 한 운영 자금 1천억 원을 당장 지급해야 한다. 채권단은 마치 인력 구조조정만이 회사를 살리는 길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금호 그룹의 무리한 자금 운용이었지 노동자들의 임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광주 전남 시민들이 나서서 금호타이어 경영진과 채권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부 시민들은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면 금호타이어에 문제가 생기고,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는다고 여기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반대로 그나마 비정규직이 적었던 기업인 금호타이어에서 정규직을 대량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한다면, 지역 내 비정규직 확대, 노동자 해고가 도미노처럼 펼쳐질 수도 있다. 지역 고용에 큰 악영향이다. 더군다나 박씨 일가와 채권단이 삭감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채무 상환금으로 광주 전남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부이다. 따라서 남는 것은 고용 악화, 소비 감소의 악순환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광주 전남 기업이라는 금호의 이미지 덕분에 지역에서 각종 혜택을 누리고도 투자는 게을리했다. 금호타이어의 설비 자산은 2005년 8천억 원에서 2009년 6천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광주 전남 시민들은 신규 투자는 고사하고 기존 설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금호타이어 경영진이 아니라 건전한 투자와 친노동 경영을 통해 지역 고용 조건을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금호타이어 노동자의 주장에 힘을 보태야 한다. 국외 공장 건설에만 열을 올리는 박삼구 회장과 현 경영진은 광주 전남 지역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넷째,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소유권 문제를 포함한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당장 체불임금 전액을 받을 수 없고 위기 이전 임금 수준을 회복할 수 없다면, 그에 상응하는 경영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 무조건 기본금을 삭감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잠정합의서를 수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채권단만 해도 빚을 받지 못하자 감사관을 파견하고 경영을 통제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경영 통제는 국내 투자 확대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같은 지역 친화적인 고용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계속되는 부도 협박, 산자와 죽은자에 대한 이간질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답은 “단결된 투쟁”

지금 이 순간에도 자본과 보수언론들은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미 191명에 정리해고를 통보함으로써 정리해고자와 고용유지자를 나누려 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부도처리와 법정관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찬반 투표를 통해 보여준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일부 현장 조직들의 선동으로 왜곡함으로써 조합원들과 현장 조직들을 갈라 놓으려 한다.

그러나 매번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마다 반복된 자본과 보수언론의 얄팍한 선전에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현혹될 필요는 없다. 악의에 찬 자본의 선전에 대한 노동자들의 답은 언제나 단결된 투쟁이었으며, 지역 시민들과 함께 하는 투쟁이었다.

채권단은 4월 20일 경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구조조정 합의안을 내놓지 않으면 부도를 포함한 모종의 조치를 취하겠다면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두려워 할 필요 없다. 겁먹은 짐승이 더욱 크게 짖는 법이듯, 지금 궁지에 몰린 것은 박삼구 경영진과 채권단이다. 법정관리까지 가게 된다면 박삼구 회장이 지금처럼 경영권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채권단 역시 상당한 채무 삭감을 감당해야 한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지금보다 더 굴욕적이고 위협적인 구조조정 안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 현재 제시된 안이 최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