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가 지난 7일과 8일 실시한 2010년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가 부결됐다. 임금협상 찬·반 투표 결과는 재적 조합원 3,561명 중 찬성 1,514명(43.76%), 반대 1,946명(56.24%)로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단체협약 찬·반 투표 결과도 찬성 1,485명(42.92%), 반대 1,975명(57.08%)으로 과반수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금호타이어 지회와 회사는 12월부터 3월까지 4개월 분의 체불임금, 상여금, 년 월차 수당 지급일정을 제시하며 잠정합의안 가결에 힘을 실었지만 조합원의 판단은 부결로 기울었다. 합의안 부결에 따라 금호타이어 지회 현 집행부는 사실상 지도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부결은 잠정합의안에 독소조항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초 잠정합의안이 나왔을 때는 회사가 워크아웃이라는 상황이라 가결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았다. 작년 쌍용차 투쟁에서 정부가 보여준 강경진압도 조합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많았다.
잠정합의안은 연간 1천7백여 만원에 달하는 임금·상여금 삭감효과(40% 삭감효과)를 담았다. 또 597명의 도급화를 통한 비정규직화 뿐 만 아니라, 정리해고 완전 중단도 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기간 해고 시도가 계속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정리해고철폐투쟁위원회, 현장 공동대책위원회, 민주노동자회 등 현장조직의 부결운동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회 집행부는 현장조직의 부결운동 대자보에 대해 “만약 부결된다면 이후 상황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 그 이후 상황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납득이 갈 수 있는 분명한 입장을 내라”고 비난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재벌 일가의 잘못된 경영과 투기적 행태가 낳은 경영실패 책임론이 일었지만 모든 희생은 노동자가 감수한다는 논란도 일었다. 노동계 일부에선 이번 합의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4월 말 총파업·총력 투쟁과 일정을 맞춰 더 강도 높은 투쟁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작년 쌍용차 사태 이후 노조의 강경 투쟁이 오히려 공멸의 길로 갈 것이라는 정부와 재계의 우려와는 반대로 금호타이어는 쌍용차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일 도출한 금호타이어 노사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10% 삭감 5% 반납 △상여금 200% 반납 △193명 정리해고 유보 △597명 단계적 도급화 △워크아웃 졸업 때까지 임금 동결 △현금성 수당 일부 삭제 △워크아웃 졸업 때까지 복리후생 중단 및 폐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