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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난 뉴타운 모델하우스 옆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기고] 불이 번져 집 잃은 쪽방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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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화재사고가 났다. 언론은 일제히 서울시내의 큰 화재사건을 보도했지만 그 불이 번져 졸지에 집을 잃은 30여가구의 상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출처: 동자동사랑방]

서울역 주변인 갈월동-동자동 지역에는 보증금 없이 월 15~20만원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는 쪽방촌이 밀집되어 있다. 한 평도 못 되는 열악한 시설을 갖춘 곳이지만 보증금 한 푼 마련하기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번 사고로 화재에 취약한 쪽방으로 불길이 옮겨 붙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30여가구, 약 50명의 주민이 한 평의 쉴 공간을 잃었다. 순식간에 집을 잃은 주민들은 경로당을 임시거처 삼고 있지만 피해보상이 가능한지 여부도 막막한 형편이다.

임시주거지원, 피해보상대책이 시급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가난한 이웃들이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용산구청은 관련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처: 동자동사랑방]

한편, 공교롭게도 불 탄 모델하우스는 왕십리뉴타운 2구역에 세워질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였다고 한다. 왕십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 시범구역으로 지정한 곳이지만 이 곳 주민과 상가세입자들은 아직까지도 이주대책, 보상대책을 보장받지 못하고 철거민대책위를 구성해 투쟁하고 있는 곳이다. 용산참사가 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세입자철거민, 우리의 가난한 이웃을 거리로 내모는 살인개발이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화려한 뉴타운 아파트 모델하우스 바로 뒤편에서 무너져가는 최후의 주거지 쪽방 주민들이 집을 잃었다는 것이 그저 예사롭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날 오후 동자동사랑방과 홈리스행동 회원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 자활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던 아저씨 한 분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오랜 세월 연락이 되지 않던 가족들이 찾아왔다. 마음씨 좋은 우리 아저씨의 갑작스러운 죽음 역시도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가는 이 시대에는 그저 슬픔 뿐만은 아니다. 소득 상위층과 기업의 어마어마한 세금 감면에는 그토록 적극적인 반면 인권침해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가난한 이들의 쥐꼬리만한 수급비와 자격기준은 어떻게든 줄여보려고만 하는 인색한 정부. 서럽다. 서럽지만 차마 분노로 끓어 올리지 못하는 응어리가 더욱 커지는 것만 같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