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촛불이 일 년을 이어온 데는 물론 두 팔 걷어 부치고 앞장서서 광장을 만들어가는 활동가들의 노력도 있지만 새롭게 얼굴을 선보인 네티즌들의 역할도 주요했다. 어찌 보면 네티즌, 촛불시민이 보여준 그 잠재된 힘과 역동성이 지금까지 수원촛불을 이어가도록 만든 건 아닐까?
작년 촛불을 거치면서 네티즌을 비롯한 시민들이 보여준 역동성, 그 역동성이 가져다준 충격은 대단했다. 시청부터 광화문거리를 꽉 메운 인파도 대단했고, 밤새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요구를 드러내는 그 의지도 대단했다. 항상 일당백을 강조하던 조직의 힘보다 대중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구나라고 느낀 건 첨이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지를 표출하는 과정인 직접민주주의, 그 에너지 앞에서는 경찰도 속수무책이었고, 어느 누구도 그 의지를 막지 못했다. 그래서 MB는 스스로를 보호하기위해 청와대 주변에 장벽을 쳤다.
역동성...언제부턴가 조직된 운동단위들은 역동성을 잃어갔다. 파병반대를 외치며 국회 앞에 모인 그 많던 진보진영은 그저 멀찌감치서 파병안이 통과되는걸 보고만 있어야 했고, 자유로운 의지의 표현은 중앙지침에 의해서 반조직적 행위로 둔갑했다. 일 년에 몇 차례 있는 대규모 집회에서는 온종일 자리에 앉아서 우렁찬 대표자의 목소리만을 듣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역동성을 잃은 진보진영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기보다 정부나 자본이 만들어가는 정책을 쫒아 다니며 반대하기에 바빴고, 큰 정책이나 사업만이 아닌 우리들의 삶을 다방면으로 치고 들어오는 신자유주의 흐름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촛불이 보여준 역동성,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진보진영, 그래서 다시 주민운동에 주목한다.
우리의 활동이 마을로 돌아가서 조금씩 조금씩 삶을 바꾸는 흐름과 맞물리지 않으면, 결국 국회 앞에서 맛보았던 그 공허함을 끝낼 수 없기 때문에... 아파트분양권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그 작은 이기심을 버리지 않으면 용산참사와 같은 재개발문제는 중단되지 않기에... 지역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이런 운동을 고민하고 만들어온 사람들이 있다. 대안적인 교육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려는 운동, 재래시장을 활성화시켜 유통과정 개선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 동네주민들과 함께 우리 동네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마을 만들기가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을 하려는 대안 갤러리운동, 사회적 기업을 통해 정신 장애인들의 자활을 넘어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그런 운동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그러나 면밀히 알고 보면 그 로망은 더 나은 삶에 대한 로망이 아니라 돈에 대한 로망이다. 이미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에 익숙해져있는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돈벼락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럼 과연 돈으로 내가 필요한 걸 모두 해결하고 구할 수 있는 세상이 살만한 세상일까? 누구는 이웃의 무관심속에 죽어가고, 내 자식들이 누구에게 납치나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지금 내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는 안전한지 항상 의심해야한다. 또한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의 성적도 걱정이고, 군대갔다온 아들의 취직도 걱정이다. 즉, 돈이 내 걱정꺼리까지 덜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살기 좋은 세상이 되려면 돈벼락이 아니라 내 삶이 바뀌어야한다.
주민운동 사례를 접하면서 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요즘 대부분의 부모들이 컴퓨터중독에 빠진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많은 근심에 빠지지만 전래놀이를 통해 새로이 친구를 사귀고 놀이문화를 바꿀 수 있다. 경쟁교육과 입시에서 벗어나 특성화학교, 방과 후 학교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배우고 공동체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불안한 노후를 위해 한 달에 수 십 만원의 노후비와 의료비등을 보험료로 내지 않고 마을공동체에서 해결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 도시인의 정신질환을 손쉽게 상담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형태의 정신과가 있다. ‘편리하다’란 인식으로 우리의 삶에 밀착해 조금씩 삶을 파괴해가는 대형마트에 반대해, 정이 있고 활기가 넘치는 재래시장을 살려 자연스레 우리의 삶을 재래시장으로 옮겨가려는 노력이 있다. 문화라면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동네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함께 수다를 떨 수 있는 대안갤러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흐름들은 개별화된 개개인들에게 새로이 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삶을 바꾸어갈 공동체를 형성해준다. 그런 공동체를 통해서라면 나의,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진행되는 주민운동이 지금까지의 주된 흐름인 정치적 운동과는 거리가 먼 듯 보이지만 우리의 삶에서부터 요구되는 실제 정치적 내용들이다. 그런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 복지비가 확충되어야 하고, 무상 급식과 교육재정이 필요하고, 그래서 우리의 삶과 무관하게 기업에게만 무한 혜택을 주는 4대강 사업을 막아내고 예산을 돌려야하는 것이다. 지금의 정부가 이렇게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에서부터 나오는 요구들을 끝까지 무시할 수 있을까? 지역운동 포럼에서 나누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회복에 대한 만남이다. 파괴와 폭력에 맞서서 삶과 생활 속에서 회복되어지고 만나게 될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 포럼의 다양한 행사 중에는 정치적인 의견을 갖고 논쟁을 하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내가 사는 동네를 어떻게 살기 좋게 만들지, 좀 더 넓혀서 내가 있는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이야기를 함께 풀어놓고 내 삶과 동네를 바꾸기 위한 상상력을 펼쳤으면 좋겠다.
의외로 우리는 스스로 괜찮은 서로를 발견하지 못하고 외면하고 있지 않았나. 우리는 다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내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 내가 실천하는 작은 운동들. 그래서 큰 물결까지 되돌릴 작은 시냇물.
주민운동 사례나누기 워크숍에 초대합니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다양한 노력이 있습니다.
동네에서 이웃들과 소통하며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려는 움직임, 자본주의에서 파괴되어가는 공동체성을 되찾으려는 공동체운동, 도시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에서의 다양한 주민운동, 그밖에 수많은 풀뿌리운동들... 이렇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그런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수원지역에서도 이와 관련한 다양한 운동 흐름이 있고, 이를 실천하기위해 준비하는 다양한 모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운동들이 함께 엮이지 못하고 개별적인 활동으로만 그치고 맙니다. 주민들과 함께 내 삶을 바꾸고 지역사회를 바꾸는 것은 각자의 상상력이 서로 엮이고 더해져 지역사회의 비젼에 대해 공동의 꿈을 갖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민운동 사례나누기 워크숍에서는 다양한 주민운동흐름을 만나고, 각자의 활동경험들을 교류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고, 애로점이나 어려웠던 기억들을 드러내고, 공동의 논의를 통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함께 모여서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눠봅시다.
■1차 워크숍
- 주제 : 각자 활동사례 및 고민나누기
- 일시, 장소 : 11월 13일(금) 저녁 7시, 수원환경운동연합
■ 2차 워크숍
- 주제 : 고민 및 애로사항 등 활동사례에 대한 토론 및 실천과제 갖기
- 일시, 장소 : 11월 21일(토) 오후 2시, 아주대 법학관
※ 주민운동 사례나누기 워크샵 문의 : 어리버리 lightstart@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