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희망근로프로젝트, 노동자를 위한 '희망'은 없다

일자리, 시혜 아닌 정당한 권리로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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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정부는 '희망근로 프로젝트'라고 하여 일자리를 통한 취약계층 생계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안정대책의 일환으로, 1조 7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6개월짜리 한시적 일자리창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월 급여 83만 원 가량에 식대와 교통비 6만원을 포함해 한 달에 최대 89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희망근로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임금 가운데 30~50%를 5천원권, 1만원권 등의 상품권(소비쿠폰)으로 지급해, 사실상 현금으로는 5-60여 만 원을 받고 25만 원 가량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희망근로는 이름이 '희망근로'일 뿐, 희망적인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너무나도 성급하게 진행한 정책이라는 우려가 크며 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많은 문제를 발생 시켰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6월 초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희망근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희망근로 참여자의 입장에서 희망근로사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세상 자료사진

희망근로프로젝트,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희망근로는 신청시기부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각 지자체는 희망근로 신청 실적을 높이기 위해, 처음에는 '18세 이상 65세 이하'로 신청연령을 규정하였지만 사실상 연령대를 무시하고 신청을 받아, 희망근로로 선발된 사람들의 연령대는 60대 이상이 46%로 가장 많았다. 반면 희망근로의 추진목표 대상인 '경제위기로 인한 실직자', '휴폐업 자영업자'는 오히려 신청이 저조하여 처음부터 난간을 겪었다. 신청자 중 자영업자인 경우는 6.7%에 불과하였으며 낮은 임금, 단순노동, 6개월 한시적 일자리, 상품권 지급 등의 불만으로 인해 젊은 층의 참여 또한 낮은 편이였다.

이같이 처음부터 예측하지 못한 '고 연령' 참여자가 많아 사업에 차질이 생기도 하였다. 희망근로 사업 중에 컴퓨터 전산화 작업이나 보도블록 설치 등 전문 기술이 필요한 사업, 어느 정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고사목 제거나 등산로 정비 등은 노인들이 하기에는 벅찬 부분이 있다. 게다가 한 낮 뙤약볕 아래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어서 건강문제도 우려된다. 실제로 이로 인한 탈진이나 작업도구에 다치는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경기도에서는 60대 후반의 희망근로 참여자 2명이 작업도중 질식사로 인해 사망하기도 하였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짧은 기간 내에 시급하게 '희망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했기에, 잡초 뽑기, 도랑 치기, 쓰레기 줍기 등 기존 공공근로와 다르지 않는 단순 작업이 대부분이어서 참여 인력들이 기능을 높이거나 경력을 쌓기는커녕 보람을 느끼기조차 어렵다. 공공근로와 같은 지자체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전환되는 데 불과해 일자리 숫자는 늘겠지만 일자리 신규 창출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농촌에서 더욱 심각했다. 농번기와 희망근로 사업시기가 겹쳐지면서 농촌일손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이에 공주시 과수농민들은 인력난 문제를 호소하며 항의시위를 하기도 하였다. 실제 과수원의 하루 일당과 희망근로사업 하루 평균 임금이 비슷한데, 과수원에 비해 일도 쉽고 근무 시간도 짧다 보니 마을 일용직 가운데 30% 이상이 희망 근로로 빠지면서 과수원의 품삯도 오를 수밖에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난 6월 중순경 충북 음성군에서는 과수농사를 짓던 A씨(74)가 희망근로로 인해 일손으로 구하지 못해 농사일에 비관하여 극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도 발생하였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희망근로 사업에 ‘농촌일손돕기 기동단’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농촌 인력난은 더욱 가중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 이다.

임금의 30%는 상품권으로 지급, 빈곤층 주머니 털어 지역경제를 살린다?

  서대문구에서 희망근로하는 박00씨의 첫 급여명세서(6월 30일 지급받음)

한 달이 지나자 상품권의 지급과 사용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서대문구에서 희망근로로 공원청소를 하고 있는 박씨(46세)는 상품권 사용에 있어 불편과 사용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어디가나 상품권 안줘요. 다 현찰로 주지. (공공근로도) 다 현찰로 줬죠. 이런 법이 없죠. 가령 보너스로 몇 장 주는 것은 모르겠지만", "상품권 사용에 대한 설명은 없었어요. 우리가 갑갑하죠. (가맹점이 어딘지) 설명도 안 해 주고 자기가 알아서 처리 해라는 식이예요. 상품권 받을 때 아무런 설명도 없었어요."

급박하게 진행된 사업은 계속 문제를 발생시켰다. 지속적으로 가맹점은 증가 되었지만 가맹점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고 상품권 사용, 가맹점에 대한 설명 등이 부재하여 많은 상품권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더욱이 상품권 사용은 하루살기에도 빠듯한 빈곤층에게 소비를 종용하는 문제에 있다.

"가맹점에서 거스름돈을 주지 않고 물건으로 바꾸라고 그러는 거예요. 돈은 안 남겨 준다는 거죠. 농협상품권은 현찰도 가능하잖아요. 차라리 그런 걸주던가요. 상품권은 감당하지 못해요. 현찰이 사용하기 편리하잖아요. 우리같이 (쪽방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은 현찰이 중요하죠. 무슨 상품권이 필요하겠어요. 사람들이 불만이 많아지죠. 그러니 그만두는 사람이 많죠."[서대문구 희망근로 일을 하는 박00(46)]

"못사는 사람한테 25만원 상품권을 주는데요. 그럼 한 달을 이걸 소비하라는 건데, 손 떨려서 못써요. 그렇다고 아끼다 보면 3개월 지나면 끝나는 거잖아요. 그럼 (3개월 안에) 강제적으로 물건을 구입해야 야 된다는 건데. 그럼 쪽방에 가보실래요 방 조그만데다가 25만원어치 물건 사드리면 나 잘 때 없어요. 그럼 문제가 있는 거예요." [용산구 희망근로 일을 하는 배00(50)]

희망근로는 저소득층을 위한 생계지원이라는 목적으로 진행되지만, 또 다른 목적인 소비 진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품권 지급'은 결국 빈곤층의 주머니를 털어서 지역경제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3개월 안에 소비해야 만하는 상품권은 결국 빈곤층에게 비효율적 소비를 강요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가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상품권 사주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상품권 사용 초기부터 상품권 '깡'이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물건 살 때 쓰면 되는데, (시설에서 생활하는) 나 같은 경우는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혼자 복지관에서 생활하니까 돈 쓸 일이 거의 없거든요. 할 수 없으니 ... 다들 ‘깡’을 하더라고요. 공식적으로는 못하게 해요. 동사무소 직원도 ‘깡을 하지마라’, ‘적발 한다’. 그러는데 그래도 어떻게 하는지, 다들 하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깡’하는데, 깡 하는 사람만 돈 벌어 주는 거죠. (10% 싸게 한다고 하면)가령 20만원을 한명이 바꾸면 2만원이 남잖아요. 100명만 바꿔도 200만원 인거잖아요."

"(깡을 하게 되면) 손해를 보죠. 그렇지만 (가맹점이 많지 않아) 이게 현금처럼 유통이 안 되니까. 그리고 이게 3개월이 지나면 휴지쪼가리가 된데요. 3개월 안에 써야 되는데, 필요 없는 물건을 사야 되거나 소비를 해야 하니까 억지로 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저 같은 경우는 쓸 일이 없는데, 가지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깡을 하는 것 같아요."

[영등포구 희망근로 일을 하는 신00(50)]

임금의 30%, 25만원은 빈곤층에게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적절히 소비할 수도 없고 다 쓸 수도 없다면, 손해 보더라도 '깡'을 통해 현금을 가지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는 것이다. 상품권 사용자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행하는 상품권 지급은 사용 초기부터 깡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함부로 '희망'을 말하지 말라!

저임금, 한시적 일자리 이지만 빈곤층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택하여 달성한 희망근로 25만개 일자리, 이렇게 2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희망근로사업은 경제위기로 인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취업자 수를 일시적으로 증가 시켰다. 첫 희망근로가 시작된 6월 취업자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6월 실업자 수도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통계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는 희망근로 25만 명의 일자리에 32만 명이 몰려 7만 명이 구직활동을 하여 실업자로 계산되어 통계에 잡힌 것이다. 증가된 취업자 수도 7월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출처: 통계청, 7월 고용동향]
이처럼 희망근로는 실질적인 실업문제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뿐 아니라 한시적 일자리라 장기적 대책도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희망근로에 대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내놓은 민생안정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라면, 노동자에게 '희망'은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안정적인 노동조건, 정당한 임금 수준과 지급방식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놓는 일자리 정책들(자활, 사회적일자리, 사회서비스 일자리, 청년인턴제 등)을 보면 한 결 같이 저임금에 한시적이며 불안정한 질 낮은 일자리들이었다. 희망근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희망근로에 누구도 희망은 걸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불안정 저임금 일자리 창출로 현 정부는 실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해서 희망근로 참여노동자에게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은 철회하고 임금의 현금지급 원칙을 지켜야 한다. 빈곤층의 주머니를 털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발상은 결국 빈곤층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으로 소비쿠폰제도와 임금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실업문제 해결과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자리가 시혜적 차원이 아닌 정당한 권리적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불전국안정노동철폐연대가 발행하는 월간지 '질라라비' 77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