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일제고사 강제실시에 대해 많은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학교의 서열화, 사교육비 증가, 입시에 따른 학교 교육 파행 등, 한국 사회 교육의 문제점들이 더욱 파괴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는 학생들, 가장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부모님들, 그러나 입시와 경쟁 속에서 학생들의 꿈과 재능이 사라져가고 있는 사회.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일제고사 반대’를 외치는 청소년들이 있다. “촛불집회를 보면서, 청소년들의 제대로 된 저항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지가 막 불타고 있다”는 청소년 인권활동가 따이루도 그 중 한 명이다.
▲ 캐발랄 솔직담백 따이루의 뒷모습. 따이루는 오늘도 학교에서, 거리에서 '우리가 원하는 교육'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첫째는 시험보기 싫어요. 가장 큰 이유는 그거에요. 시험 보는 게 너무 싫고 이제 지겨워요. (웃음) 그 다음에는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 된 이후에 사실상 경쟁교육을 대 놓고 하겠다는 건데, 청소년에게 다가오는 직접적인 정책이잖아요. 이걸 막느냐 못 막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일제고사 반대투쟁은 앞으로 교육정책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느냐, 이명박-공정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느냐 하는 갈림길이에요. 그리고 또, 일제고사가 가지고 있는 자체의 문제점이 있어요. 줄 세우기를 한다는 거에요. 그게 지금보다 더 심해진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회에서 공부로 성공할 능력이 절대 없는 따이루에게는 상당히 압박스러운 일이죠.(웃음) 학교 다니는 상황에서,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입시교육이 더 강해진다는 건 인권이라는 가치나 소통하는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한 거니까요. 그런 거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서 이 운동을 하고 있는 거죠.
학교가 줄 세우기를 한다는 걸 몸으로 느끼나요?
다른 학교들은 우리 학교보다 더 심하지만. 내 사례만 말하면, 애들을 등수대로 앉히는 거요. 수학선생님이 시험 끝나고 등수대로 앉혔어요. 잠깐 동안 앉혔다가 복귀 시켰지만. 또, 선생님들이 상위권 공부 잘하는 아이들한테 보이는 친절, 엄청난 친절(웃음) 같은 게 있죠. 우리에겐 오지 않는 정보가 그 아이들한테는 가기도 하는 그런 차별이요. 그런 거 통해서 애들을 차별하고 줄 세우기를 하는 거에요. 또, 수학반을 성적으로 나눠서 상중하로 분반을 했어요. 합법적인 우열반 형태인거죠. ‘상’반 애들이 ‘하’ 반 애들한테 “난 ‘상’반 갈게. 얘들아 안녕” 그러고 가요. 그러면 다른 애들이 “미친놈” 그러죠(웃음) 애들은 농담일 수도 있는데, 가벼운 농담 같지는 않은 거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해지고 있어요.
시험이 싫은 이유에 대해 조금 더 말해줄래요?
공부하고 싶지 않은 과목인데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나는 옛날부터 수학이란 과목은 정말 싫었어요. 영어는, 영어 성명서를 읽겠다는 목표가 있긴 한데.(웃음) 수확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기본적인 것만 알면 될 거 같은데. 그런 압박이 너무 싫었고, 압박을 ‘만들어주시는’ 시험이 싫어요. 오늘도 시험 보고 왔어요. 소위 말해서 공부를 거의 포기 한 애들이 있고, 중간 정도인 애들이 있고, 공부에 거의 미친 애들이 있어요. 포기한 애들이랑은 웃고 놀고 얘기하고 그러는데. 오늘도 그러다가 시험시간이 다가오니까 어떤 애들은 장례식 표정으로 공부만하고 있고. 그런 분위기도 너무 싫고. 시험 끝난 다음에 애들이 자꾸 한탄하고 걱정하는 것도 싫어요. 엄마가 패겠지, 어떻게 하냐 그러는 얘기도 싫고요.
친구들이랑 그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 많이 하나요?
할 때도 많죠. 애들은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봐요. 저는 ‘성공’이라는 거 자체도 반대하거든요. 내가 어떤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야 성공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건 누군가에 대한 폭력일 수도 있고. 경쟁이라는 게 공정하지도 않은 거고요. 도덕교과서에 나온 말들도 이상하잖아요. ‘도덕’은, 얼마나 이상한 얘기가 많나 보려고 읽어봐요. 이번에 시험 보면서 읽었는데. ‘도덕을 찢어버려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도덕이라는 게 양심이잖아요. 개인의 양심이라는 걸 교과과목에 주입시키고 획일화하는 거죠. 국가에 대한 비판보다 충성을 원하니까. 내가 국가에 대한 뭘 할 수 있는 지 고민해봐 그러잖아요. 문제 풀 때 나와 반대되는 거 찍어야 하는 거니까. 그나마 ‘사회’는 좋아요. 프랑스혁명이나 근현대사는 재미있어요. 사회 같은 과목은 사이사이에 구멍이 많아요.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말랑말랑한 게 있어요.
학교 친구들은 몰라요. 학교에서 아직 안 알려줬어요.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어요. 일제고사가 뭐냐? 14-15일 시험 보는 거야. 또 시험 봐? 그런 반응이요. 아마 지금 중간고사 기간이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려고 나름 인심 쓰신 거 같은데. 시험 끝나고 말해 줄 거 같아요. 아마 학원 다니는 애들이나 알만한 애들은 알고 있겠죠. 학원에는 일제 고사 대비반 같은 것도 있으니까. 아는 애들은 알거에요. 아마 중간고사 끝나면 학교에서도 일제고사 대비반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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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당일 날 시험거부-등교거부 행동을 준비하고 있죠?
지금까지 등교거부 행동이 몇 번 있었는데, 물론 허당, 굴욕인적도 있었지만(웃음) 저는 제가 고3때나 등교거부 같은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촛불집회, 등교거부, 시험거부 엄청난 발전이죠. 등교거부는 이 사회에서 미성숙하다고 생각했던 청소년들의 가장 수위 높은 행동이에요. 그리고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이나 생존권을 위해 싸울 때 노동 3권이 있잖아요. 청소년들에게 사실상 교섭권도 없단 말이에요. 청소년들도 학교 안에서 학업에 착취당하는 건데. 저는 이게 진정한 의미의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생도 충분히 노동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청소년들이 착취당하지 않기 위한 파업인거에요. 직접적으로 거부함으로서 타격을 주고 구멍을 내는 거죠. 바뀔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거에요. 그렇게 구멍을 만들어 우리가 원하는 교육을 요구하는 거죠. 사람들은 등교거부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가요?
우리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데, 저나 아수나로에서 고민하고 있는 건, 그냥 주입식 교육은 아니라는 거죠.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연구해 보거나, 호기심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수학 뿐 아니라 국어 영어 사회 과학 다. 주입의 목표가 대학을 가거나 취직하는 거잖아요. 좋은 대기업에 취직하고, 정규직 되는 거. 그 과정에서 경쟁하라고, 다른 사람을 짓밟고 순응 하는 게 진리라는 거잖아요. 비판적인 생각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학생회 탄압하잖아요. 교육이라는 건 민주주의라는 건 도전하면서 토론하면서 만들어지는 거 아닌가요. 권위 있는 교장, 학생부, 교사의 권위에 굴복하게 만드는 건 교육이 아니죠. 교사와 학생이 평등한 관계속에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거죠. 교사가 항상 새로운 정보를 주는 역할이 아니고 서로 주고 받는 관계 될 수 있는 거니까. 목표가 단순히 대학이 아니라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고민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교육 만들고 싶은 건데. 지금까지 경쟁에서는 반대방향으로, 그게 불가능한 방향으로 가는 거죠. 소통하는 교육은 경쟁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거든요. 애들한테 정보 주입하기도 바쁜데, 애들 삐딱한 말 듣고 있으면 학교에서는 성이 안 차겠지. 경쟁교육 하지 않는 한 불가능 할 거라고 생각해요. 일제고사는 그런 것들을 없애는 게 아니라 더 강화시키는 거니까 문제인거에요.
학교 친구들이 따이루의 활동에 대해 알고 있나요?
네. 알죠. 학교에서 인권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기도 해요. 어느 때는, 애들이 너 어디 갔다 왔어? 너 또 시위 갔냐? 그러면 저는 비정규직이 어떻고, 뭐가 어떻고 막 얘기 하죠. 그러면 같이 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제가 무슨 강연하는 것 처럼 애들이 모여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시험 때는 그런 게 안 되죠. 가끔 나쁘게 말하는 애들도 있어요. 근데 그냥 욕하는 건 괜찮은데, ‘야, 호모’ ‘병신’ 이렇게 소수자를 비하하는 말을 할 때는 정말 싫어요. 사람들이 다 ‘이 놈의 교육 갖다 버려야지’ 그러잖아요. 애들도 다들 이런 교육, 학교 다 싫어하는데. 그러니까 직접적으로 우리가 바꾸기 위한 행동이 필요한거죠. 평범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액션이라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같은 바보나 공부 못 하는 애, 돈 없어서 사교육 못하는 애들이나 부모들이 나서야 하는 문제인거에요.
앞으로 뭐하고 싶어요?
지금 내가 사는 지역에서 청소년 축제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이번 일제고사 반대행동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운동권들은 항상 시작인데 ing가 안 돼요. (웃음) 그리고, 학생의 날 (11월 3일) 행동도 잘 하고 싶어요. 우리가 원하는 교육에 대해 교과부나 이명박도 그냥 무시 할 수 없을 거고. 저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키가 청소년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이 가장 억압당하고 있잖아요. 저항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청소년들은 발칙하잖아요. 청소년들이 발칙한 게 철 없다고 표현되는 건데, 현실과 타협되지 않는 다는 거죠. 운동도 관성화 되었잖아요. 전교조가 교육주체 결의대회 하는 건,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잖아요. 그런 거 말고 열정을 갖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거죠. 청소년이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을 만들어가는 주체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