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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비정규직 해고방안’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7) 2MB정부의 비정규직 목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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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의 3월과 2008년의 9월

2001년 3월 29일, 봄 같지 않게 눈발이 날리고 날은 몹시 추웠다.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은 그날 새벽 목동전화국을 점거했다가 특공대에 의해 끌려 내려왔다.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7,000명을 하루아침에 계약해지하고, 도급으로 가라고 종용하는 회사에게 계약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서 저항했지만 517일간의 몸부림은 그날의 날씨처럼 얼어붙은 채 슬프게 막을 내렸다. 그들은 똑같은 현장에서 이제는 도급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투쟁을 그렇게 외롭게 만들었던 한국통신 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곧이어 114와 110 업무를 담당하던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분사가 진행되었다. 본사를 점거하고 투쟁했던 여성노동자들의 투쟁도 남성 노동자들의 연대 없이 쓸쓸히 막을 내렸다. 이어서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이 실시되었다. 수 천 명의 노동자들이 다시 현장을 떠났다.

한국통신은 더 이상 공기업이 아니다. KT로 민영화된 이후 우리는 114 전화번호 안내를 받기 위해서 한 통화에 12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전화번호 안내는 더 이상 한국통신의 무료서비스가 아니라 KT의 이윤을 위한 상품이다. KT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도 짤리고 우리의 호주머니도 털린다.

7년이 지난 오늘 파업 940일이 넘어가는 KTX 비정규직 승무원들은 40미터 상공에 서 있다. KTX 승무원은 철도유통에서 관광레저로 정처 없이 팔려나가고 임금과 노동조건은 계속 나빠졌다. 이래서는 도저히 300명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고 외치며 투쟁한 지 천일이 되어간다. 그러나 이것은 KTX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철도공사는 KTX 승무직을 외주화한 후 계약직이던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외주화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외주로 팔려나갔다.

그렇게 철도공사가 승무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것에 비례해서 KTX를 타는 우리들의 안전도 무시되었다. KTX 승무원들은 전에는 열차 내부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KTX 승무원들이 안전업무를 하면 불법파견의 여지가 있으니 이제는 열차 안에서 무슨 문제가 생겨도 단지 서비스만 하고 있으라고 철도공사는 말한다. 결국 열차 안전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는 승무업무 외주화와 함께 짓밟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한 정규직들은 결국 자신들도 비정규직이 되었거나 혹은 비정규직이 되는 과정을 밟았다. 공공부문에서는 그 업무들이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사유화(민영화) 되었다. 즉 공공성이 아니라 이윤 중심으로 재구성되었다. 비정규직들의 안타까운 투쟁에 함께 하지 않았던 우리는 자신들이 누리던 공공의 권리, 즉 114 전화안내를 무료로 받을 권리, KTX를 안전하게 탈 권리를 고스란히 자본의 이윤 논리 앞에 갖다 바쳤다.

허구로 가득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 김대중 정부는 공공개혁을 한다면서 대대적으로 공기업 노동자들의 인원을 감축했다. 하위직과 기능직이 대거 해고되었고, 인력이 부족해지자 해고한 노동자들을 다시 비정규직으로 불러들였다. 정부에서는 인력을 많이 감축할수록 예산을 많이 주니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었고, 민간위탁과 외주화도 계속 진행되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항을 계속했다. 2003년 근로복지공단의 이용석 열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고발하면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고,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투쟁을 계속했다. 그들의 저항이 결국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지켜나가는 길임을 분명하게 깨닫지는 못했을지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외주화로 표현되는 공공부문 사유화를 막는 매우 중요한 저항이었다.

이러한 저항에 직면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만들겠다고 한 정부는 ‘무기계약’이라는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냈다. 비록 차별은 남아있지만 고용은 안정되므로 나은 제도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무기계약 노동자들의 계약서에는 이미 ‘예산 축소, 업무 통폐합,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었고, 그것을 담은 ‘인사관리 표준안’이 각 기관에서 부활하고 있었다. 결국 겉으로만 고용안정이었지, 실제로는 외주화의 전단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부는 ‘합리적인 외주화 원칙’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핵심업무라 하더라도 외주화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철도에서 수송과 매표, 안내 등의 외주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볼 때 이후 여러 업무에서 외주화가 진행될 것이다. 인력감축과 예산절감을 공공기관의 핵심적 평가기준으로 삼는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것은 결국 외주화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외주화를 한다는 것은 경영의 공공성이 이미 없다는 것이며, 이윤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업체에 공공부문을 맡기는 것이다. 이것이 곧 공공부문의 사유화의 한 방편이다.

‘공기업 선진화’로 민간위탁 늘리고 비정규직 해고하기

기획재정부는 8월 중하순 1,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이 수익을 늘리고 비용을 절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공공기관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를 망각한 발언이다. 9월 중순에 3차 계획이 발표되면 더 많은 공공기관이 구조조정과 통폐합, 민간위탁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3차까지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기관에 대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고, 공기업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경영효율화 가이드라인이 제출된다.

지식경제부, 노동부에서는 이미 경영효율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그 내용은 인건비와 운영비의 10% 감축, 비핵심업무의 외주화, 연봉제 및 계약제 확대와 차등성과급 확대, 독립사업부제 및 외주위탁 활용 등이다. 정규직은 성과주의에 입각하여 연봉제로 돌리고, 계약직이나 비핵심업무의 경우 외주위탁을 할 것이다. 각종 경영평가를 통한 차등성과급 지급으로 기관별 내부구조조정을 부추길 것이다.

바로 이러한 구조조정을 예비한 것이 바로 7월에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추진 계획 지침이다. 그 내용은 6월 30일자로 2년 이상 된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되, “조직개편, 업무량 감소 등 구조조정이 예정돼 인력조정이 불가피한 경우”는 전환의 예외로 한다고 명시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계획된 경우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고 해고하거나 외주화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노동부가 예시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경영효율화 가이드라인에는 무기계약직 5% 감축, 비정규직을 줄이는 경상경비 절감 등이 나타나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도로공사,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학교비정규직 등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계약이 해지되거나 외주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규직 감축 비율에 맞춰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감축 비율을 맞추라고 내부 지침을 내리고 있으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성과나 투자효과가 낮은 사업은 폐지하고 민간수행이 가능한 기능은 민간위탁을 추진하라고 하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은 더욱 위협당하고, 민간위탁의 이름으로 공공성 없는 이윤논리가 횡행해질 것이다.

앞서 싸우는 비정규직과 어깨걸기

공기업을 선진화한다는 이 방안은 가장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희생자로 만든다.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학교 비정규직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기간제교사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도 나온다. 별정직과 계약직 공무원은 6개월 이내에 해고하라고 말하고 있다. 벌써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쫓겨나고 있다.

더 이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참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을 그냥 내버려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롭고 힘든 길을 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릎을 꿇으면 그 업무는 외주화 될 것이고 정규직들도 결국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그렇게 된 순간이 우리 모두의 공공의 권리가 파괴되는 순간이다.

물과 가스와 전기와 철도, 학교, 금융기관이 이윤에 휘둘리지 않고 모두의 것으로 남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어깨를 걸어야 한다. 자신의 삶이 불안정해지고 구조조정 당하는 길에 내몰리지 않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지금 앞서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공공성을 지키고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비정규직 투쟁(1)

    글 잘 읽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사회의 가장 큰 암울한 문제란 것은 자신에게 해당이 있든 아니든 모르는 사람 없을 겁니다.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있은 비정규직 문화제에 잠시 함께 하며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어 적어봅니다.

    비정규직 투쟁이야말로 <빡시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빡시다는 의미 안엔 지속적으로 해야한다는 의미 외에도 투쟁현장에서의 비정규 노동자들의 단합된 모습과 투쟁적 행동양식도 포함됩니다.

    저는 전자 못지않게 후자쪽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비정규직에 연대하려는 시민들이 그 마음을 확실히 정하는 계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현장 아닐까 싶어서입니다.

  • 비정규직 투쟁(2)

    그동안 촛불집회 및 여러 집회에 갔었습니다. 9일 서울역 집회시 나온 말이기도 합니다만, "촛불집회와 비정규직 집회(참가자)는 같지 않습니다."

    저는 같지 않은 가장 큰 부분으로 비정규직노동자 집회의 <어수선함>을 꼽고자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는 다른 어떤 집회보다 질서정연하고 일사분란해야 한다고 봅니다. 응집력을 잃지 말아야 하는 처지에서도 그렇고, 그래야만 지속적으로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잘 모르는 시민들이 비정규직 집회에 가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이 사람들이 정말 투쟁의지에 불타는가? 죽기살기로 투쟁하고 쟁취할 생각 가졌는가?"입니다.

    9일 서울역 집회도 어수선했고, 자리 이탈하는 사람들 많았고, 집회에 열중하지 않고 사담에 열 올리는 사람 많았습니다.

  • 비정규직 투쟁(3)

    좀 섭섭하겠지만 말합니다. 9일 서울역 비정규직 집회는 <잘 못하는 집회>였습니다. 제가 말하는 <잘 못한다>의 의미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 결사 투쟁!>을 외치기는 하면서, 철폐될만큼 결사적이지 않더란 뜻입니다.

    집회는 분위기가 중요하죠. 지인들은 집회 끝나고 다 만납니다. 자리이탈 많으면 산만해져 집회 이끄는 무대와 집회 참가자들이 유리되기 쉽습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너무 힘들다고 많이 들었어서, 그분들이 혹 너무 남루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란게 일단은 눈에 비친 밝고 환한 것을 쫓는다잖아요.

    참 멋장이가 많았습니다. 남성 노동자들도 훤해보였습니다.

    계속 그런 좋은 모습으로, 그러나 좀더 빡신 태도로 집회를 이끌어가면 좋겠습니다.

    집에 일찍 들어가 저녁밥까지 해놓고 부랴부랴 갔던 9일 서울역 비정규노동자 집회에서 저는 실망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사회적 약자라 하여, 처한 상황이 힘들어있다하여 무조건적으로 좋은 면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하여 몇자 적었습니다. 기껏 갔다가 터덜거리고 돌아오는 저 같은 시민이 안 나오면 좋겠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