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반정부 시위대의 유혈충돌이 벌어지고, 사막 총리가 3일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치안 전권을 담당하고 있는 군은 사실상 시위를 묵인하고 있다. 아누퐁 파오찐다 육군 참모총장은 계속해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어떤 경우에도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비상사태를 선언하자 텟 분락 태국 외무장관도 사임해 사막 총리가 코너로 몰리는 형국이다.
2006년 쿠데타 이후, 계속되는 태국 정국의 혼란에서 사회운동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태국의 독립 인터넷 언론인 프라차타이(http://www.prachatai.com/english/)에 실린 글을 통해 그 고민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왕정주의자들의 복귀인가, 친 재벌 정권을 선택할 것인가의 기로에 선 태국 사회운동에 독립적 정치 운동이 필요하다는 길스 지 웅파코른('노동자 민주주주의' 회원)의 주장을 통해 태국 사회운동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다.-편집자 주
▲ 태국 국왕에 대한 애정의 상징인 노랑색 티셔츠를 입은 PAD시위대들.왕정주의자들의 복귀와 친재벌 정부의 지속 사이에서 사회운동은 고민에 빠졌다.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11401580@N03/] |
계속되는 태국의 위기에 대한 간략한 보고
지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특히 2006년 쿠데타이후, 태국 사회는 진정한 사회.정치적 이슈를 잃어버리는 최면에 걸렸다. 대신 가장 비극적인 것은 태국의 전체 사회, 사회운동이 두 지배계급 사이의 싸움에 말렸다는 것이다.
그 한 편에는 집권당인 국민의힘(PPP)이 있다. 국민의힘(PPP)은 탁신 치나왓 전(前) 총리의 당이었던 타리락타이(TRT)당을 계승하고 있다.
그 반대편에는 권위주의적인 왕정주의자들의 느슨한 연대체가 있다. 여기에는 쿠데타와 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민주주의의연대(PAD), 군부 및 법관들이 속해 있다. 권위주의적인 왕정주의자들은 단일하지는 않지만 탁신의 정당을 쓸어버리겠다는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다.
이 양쪽은 서로 닮은꼴이다. 양쪽은 모두 태국 자본가 엘리트 진영들이다. 양쪽 모두 민족주의이며, 인권 침해를 주저하지 않는다.
탁신의 전 정부와 현재 총리인 사막 순다라벳 정부는 남부 지방의 봉기세력에 대해 법외 살인을 하는 데 지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반대파들 또한 이런 살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반대파 지도부에도 2004년 크루새 사원의 대학살을 묵인했던 판롭 피마니 장군이 있다.
부패
양쪽 세력 모두 부패의 기록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태국 정치인들은 합법 판결을 받았건, 불법 판결을 받았건 모두 부패 혐의와 연루되어 있다.
군부도 또한 부패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2006년 불법 쿠데타를 행했던 군부도 예외는 아니다. 쿠데타 이후, 그들은 스스로를 국영기업의 임원들로 지명해 군부의 수입을 늘렸다. 법원은 탁신 세력들의 부패혐의를 찾아내는 데 이용되었고, "권력을 남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탁신이 권력에 있었을 때는 탁신의 요구를 따랐다.
그래서 태국에는 진정한 정의가 살아있지 않다. 법원은 유권자들에 대한 책임을 전혀지지 않은 채, 부자들과 권력자들 만을 지지해왔다. 노동법원도 항상 노동조합에 반하는 판결만을 내려왔다.
정치 전략
두 세력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탁신 쪽은 선거, 의회 민주주의 그리고 돈의 정치에 의해 권력을 얻는 전략에 집중해왔다. 국민민주주의연대(PAD)와 그의 친구들은 군사 쿠데타를 선호해서, 선출된 의원을 수를 줄이고 임명되는 관료와 군의 수를 증가시키는 전략을 선호한다.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태국의 다수의 빈민들은 '너무 멍청해서'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세력은 또한 광신적인 왕정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쿠데타를 원하며,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캄보디아와의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고대 크메르 사원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의 위험이 증가하자 기뻐했다.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전략은 그들의 지도격 인물인 피폽 통차이가 개괄한 것처럼, 충분한 정치적 혼란을 일으켜 정부와 정당이 파괴되고, 재 속에서 "새 질서"가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신 질서'는 민주적일 필요가 없으며, 사회정의나 평등에 대한 어떤 기여를 할 필요도 없다.
경제 정책
경제 정책에 대해서 탁신 세력들은 "이중"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다. 그들은 빈민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보건정책과 같은 친 빈민 프로그램을 했던 집행했던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또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복지국가를 건설한다는 등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민주주의연대(PAD) 및 다른 왕정주의자들은 반대로 강경 통화주의자이다. 그들은 이자율 급등, 빈민지출 감소, 임금 억제 정책 등을 선호한다.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군주 중 한명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통화주의 경제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며 자급 경제를 옹호하고 있다. 모두가 그들의 생산수단을 가진 것에 따라 지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것은 소득 재분배 문제는 배제시킨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빈민들은 지속적으로 탁신 세력들을 지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는 태국 사회운동, NGO 네트워트, 노동조합의 총체적 혼란이다. 1980년대 중반 공산당이 몰락한 이후, 민중운동의 새로운 슬로건은 "답은 마을이다"였다.
하나의 이슈를 따라 농촌 개발을 장려하는 것이 NGO의 전략이었다. 이 슬로건은 또한 정부의 태도와는 정 반대로 마을 주민들에 대한 '존중'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국민민주주의연대(PAD)를 지지하는 이런 민중운동 네트워크의 전략은 "주민들은 멍청하다. 투표할 주제도 못된다" 또는, "답은 군부, 법관, 그리고 왕에 있다"로 바뀌었다.
남반부 포커스(Focus on the Global South), HIV+, 민중의 친구, 일부 농민 그룹 등이 포함된 'NGO 코디네이팅 위원회' 일부는 PAD를 지지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철도 노동조합과 태국 항공 노동조합도 국민민주주의연대(PAD)를 지지한다는 뜻을 보였다. 철도노동조합 지도부들은 수십년간 어떤 복지 혜택도 없이, 임시계약직으로 일을 해온 철도 노동자들에 대한 캠페인을 벌린 적도 없었다. 태국 항공 노동조합도 항공사나 공항 당국의 군부 부패 문제를 외면해왔다.
두 노동조합 모두 노동조합에 대한 심각한 공격에 대해서는 등을 돌렸고, 고위급이 청신호를 보낼때만 행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끌려다니는 활동가들
국민민주주의연대(PAD)와 함께하지 않은 다른 활동가들은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로 끌려다니고 있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민주주의연대(PAD)를 지지하는 것 만큼이나 나쁜 것이다. 일부는 경찰이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했을 때, 이를 격려하기도 했다.
태국 민중 운동에서 독립적 계급 정치가 부재한 이유는 어떤 종류의 정치 또는 정치 조직을 거부한 결과다. 이것은 또한 스탈린 권위주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산당이 붕괴한 이후 보편화된 아나키스트적인 생각에 기원을 두고 있다.
문제는 NGO등의 "로비 정치"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이런 전략은 노동조합이나 사회운동이 독립적인 위치를 자리잡지 못하도록 했다. 그들은 "대의 민주주의"를 거부했지만, 어떤 구체적인 민주주의적 제안도 내 놓지 못했다.
정치적 독립을 건설하자
오늘도, 심지어 이 늦은 시각 부터라도, 우리는 정치적 독립을 건설할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아래로 부터의 통제를 건설하는 운동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사법 시스템 뿌리로부터의 개혁을 옹호하고, 군부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하며, 군부 예산을 삭감하고 급진적인 부자들에 대한 세금개혁을 통해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엘리트들 간의 분쟁에서 우리가 어떤 쪽을 선택해야만 하고, 개혁은 나중의 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이 분쟁이 곧 종식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리고 만약 분쟁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엘리트 그룹의 한 쪽이 승리하는 것일 거다. 결국 민주적 공간은 축소되고, 사회운동의 협상력은 약화될 것이다.
번역: 변정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