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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두 악(惡)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친재벌 정부가 살아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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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순다라벳 태국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정부 청사 점거 및 공항 폐쇄라는 극단적인 양상으로까지 치달으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사막 총리는 "(시위대의) 위협에 굴복해 사임을 절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31일 오후부터 11시간 동안 진행된 정국 수습을 위한 상.하원 의원 합동 긴급토론회에서도 사임 및 의회 해산, 조기총선 실시를 제안했으나, 사막 총리는 이 안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아누퐁 파오진다 육군참모총장도 사막 총리의 사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다시 점거 하겠다"...노동조합도 가세

상.하원 의원 합동 긴급토론회에서의 제안마저 거부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민주주의연대(PAD)는 또 다시 강경한 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민민주주의연대(PAD)는 3일간 폐쇄되었다가 운영이 재개된 푸켓, 핫야이, 크라비 공항을 비롯해, 수랏타니, 사무이, 나콘 스리 탐마랏, 뜨랑 등 남부 지방에 위치한 7곳의 국제공항과 지방 공항을 다시 점거해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부지방으로 통하는 모든 육로도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조합도 가세할 전망이다. 국영기업인 전기공사와 수도공사 노조도 하루 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미 기관사를 포함한 국영철도 노조원 255명도 파업에 들어가 북부 12개, 북동부 27개, 남부 39개 정기노선이 4일째 제대로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두 악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그러나 지난 5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반정부 시위를 바라보는 태국인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태국 영문지 내이션에는 "두 악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글이 실렸다. 그 글에는 "독선적이며, 왕정주의자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권력을 남용하며 정치-기업을 독점하고 있는 선거로 선출된 현 정부인가"라는 고민이 담겨 있다.

이런 태국인들의 복잡한 심경은 현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속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인권개발 아시아포럼'의 아시아 프로그램 매니저인 포크퐁 로완시리는 방콕 포스트에 기고한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색깔을 드러내다'에서 "현재 국민민주주의연대(PAD)는 겨우 몇몇 개인들을 아우르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6년 반탁신 운동 당시 광범위한 반정부 운동이 이제는 더 이상 태국인들의 일반적 이해에 부합하는 요구를 내걸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06년 당시 동참했던 태국학생연합(SFT)의 경우 국민민주연대(PAD)를 탈퇴하기도 했다.

사막 총리의 사임은 민주주의의 후퇴?

2006년 탁신 치나왓 전 총리 퇴진운동을 벌였던 국민민주주의연대(PAD)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미디어 재벌 출신인 손티 림통쿨이다. 그는 2001년 총선 당시는 민주당에 반대해 탁신 전 총리의 집권에 일조했지만, 탁신 정부가 대외개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자, 반 탁신 전선에 앞장서 국민민주주의연대(PAD) 결성을 주도했다.

친 군부 성향의 참롱 스리무앙 전 방콕 시장도 국민민주주의연대(PAD)를 주도하는 인물 중 한명이다.

포크퐁 로와시리는 "손티 림통쿨이 군부 쿠데타에 대해서는 전혀 비판적이지 않으며 (사막 총리의 사임이라는) 시위대의 목표에만 동의한다면 새로 들어올 정부가 누구든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민주주의연대(PAD)는 오히려 상.하원 의회 의석 중 30%만을 선거로 선출하고, 70%는 국가에서 지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부가 쿠데타를 집권한 후 탁신 전 총리의 당이었던 타이 락 타이당의 후신인 국민의힘(PPP)의 집권을 막기 위해 상.하원 의회 의석의 50퍼센트를 투표를 통한 선출로, 나머지를 국가 지명으로 했던 안 보다도 후퇴한 안이다.

결국 이번 반정부 시위를 통해 합법적 선거절차를 통해 선출된 사막 총리가 물러나고, 친군부 성향의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형식적으로나마 복원된 민주주의마저 거꾸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동자들은 왜 반정부 시위에 동참했나

현재 반정부 시위에 적극 동참하면서 지도부로 꼽히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은 노동운동의 지도자인 솜삭 코사이숙이다. 철도, 전기공사, 수도공사 등 국영 노동조합도 현재 반정부 시위에 가세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들은 왜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반정부 시위에 동참을 하고 있을까?

이들의 요구는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주류와는 다르다. 탁신 정부 아래서도 반사유화 투쟁을 통해 전력사업 민영화 등을 저지했던 노동조합들은 사막 총리가 탁신 정부의 경제정책을 계승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사막 총리가 전력, 물 사유화 등을 추진하면서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유가 및 식품가격이 폭등하면서 지난 10년간 최대치인 9.2%의 물가인상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친재벌 정부가 살아남을 것인가의 기로 속에서 태국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