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이른 아침, 가대위 천막 옆에 가족 분들과 나란히 앉았다. 조합원들을 괴롭히기 위한 사측의 선무방송과 경찰의 소란으로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해 머리가 멍한 상태였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밤 사수를 하고 올라가고 나니 정문 앞에는 취재진들과 가족, 연대 동지 몇 명밖에 없다. 도장공장 안이 최루가스로 가득 차서 숨을 쉬기도 어렵고, 외상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두통과 소화불량 스트레스 등으로 많은 조합원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인의협 백남순 선생의 말이 계속해서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어휴... 어쩌... 저걸 어찌해야 옳아. 어휴...”
“이 분은 동생이 안에 계시대요.”
“예...”
“나오라고 했더니 싫대. 안나오겠대.”
“지금 나오면 안돼요. 나오면 후회해요. 평생 한으로 남을 거예요. 나오라고 하면 안돼요. 나중에 원망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그래두... 저걸 어쩌... 어쩌...”
“남편한테 전화했더니 ‘어뗘? 이길 거 가터?’그래요.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이기고 지는 게 뭐가 중요해.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지.”
“그렇죠.”
“저 안(도장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억울한 사람들이에요. 자기가 왜 잘렸는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멀쩡하게 일 잘 하던 사람들인데,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지금 나오면 무기력해져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야. 우리 남편, 사람이 너무 순한데, 여기서 나오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다시 일을 못한다면 나랑 같이 장사를 할 수도 있는 거고. 그치만 중간에 나오면 아무 것도 못해요. 정말 무기력해진다니까요. 회사에서는 지금 나오면 3년 후에 다시 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도 안하던데, 그걸 어떻게 믿어요? 공증을 한 것도 아니고... 그런 말에 속으면 안돼요.”
우리 쪽 길로 출근하던 비해고자들이 우리를 보더니 길을 건너간다.
“우리가 여기 있으니까 본인들도 껄끄러우니까 건너서 가는 거야. 저는 조그만 가게를 하는데요. 가게에 ‘쌍용자동차 파업 때문에 영업 못 합니다’ 써 붙여 놓고 왔어요. 몰랐는데, 우리 가게 손님 중에 여기 관리자가 있더라고요. 여기 와서 봤잖아요. 나 보더니 그냥 고개 숙이더라고요. 본인이 당당하면 왜 고개를 못 들겠어요. 우리 남편들은 정말 옳은 일 하는 거예요.”
“가대위 이거 하는 사람들은 다들 참 훌륭한 사람들 같애.”
“(누님도) 잘 하시잖아요.”
“난 그냥 회사가 방송 틀고 그러면 화가 나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가대위) 남편들은 정말 복 받은 사람들이에요.”
또 하루가 이렇게 시작된다.
교섭이 재개되던 30일 저녁, 평택역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공장 앞에 농성하는 대오들이 많아 공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행여라도 촛불문화제를 하면 사측이 선무방송을 틀게 되고, 이로 인해 교섭하는 동지들이 신경 쓸까봐 평택역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서 가대위에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투쟁기금을 받은 가대위 회원 한 분이 이야기했다.
“오늘 밤에라도 평화적 타결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들 어려우신데, 투쟁기금을 안 받고 싶습니다. (오늘 밤 타결이 된다면)그저 저희 천막에 쓰레기 치울 돈만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감히 기대를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대했다가 부정 탈까 봐요...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것뿐인 것 같습니다.”
쌍용차 동지들의 투쟁이 시작된 이후, 평택역 앞에서는 매일 거리 서명과 선전전이 진행되고 있다. 평택 시민사회단체의 무기한 단식농성도 진행되고 있다. 모두 그런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오늘도 공장 앞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농성장을 떠났던 조합원들이 어제 공장 앞에 왔다는 보도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파업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그 마음들을 어찌해야 하나... 며칠 동안 ‘써야지’ 하다가 쓰지 못했던 이 글을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올리게 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다. 이 투쟁은 그 분들이 투쟁했던 과정과 지금의 그 마음까지 보태져서 가는 투쟁이다. 모두에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절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 밝게 웃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연대동지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정성스럽게 줍던 그 분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교섭이 재개된 지 사흘 째. 6차 교섭이 잠시 후 시작된다고 한다. 글 마무리를 하는데,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비가 시원하게 내리기 시작한다. 천둥번개가 이리 반가울 때가 또 있을까? 마치 쌍용자동차와 정부에게 하는 경고처럼 들리기도 한다. 도장공장에 있는 동지들, 얼마나 좋을까? 늘 갖고 다닌다는 비누와 샴푸를 꺼내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빨래도 하고, 빈 통이란 통은 다 꺼내다가 물도 받으면서 깡충깡충 뛰어다닐 이 동지들을 생각하니 살짝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