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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를 가라앉히고, ‘혐오’의 안경을 벗자

[미디어택] ‘반중 정서’가 가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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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덕질을 해온 입장이지만, 가끔은 ‘아이돌로 살아가기 정말 피곤하겠다’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최근 다국적 6인조 아이돌 그룹 에버글로우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도 그랬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1월 2일, 에버글로우는 팬 사인회에서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큰 절로 인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국적의 왕이런은 함께 절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멤버들이 절을 하는 동안 박수를 치고 중국식 인사를 하는 등 나름 최선의 인사를 했지만, ‘절 거부’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당사자나 소속사 모두 입을 다물었지만, 추측이 난무했다. 한쪽에서는 ‘중국인들은 무릎을 꿇는 절을 하지 않는 풍습이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돈은 한국에서 벌고, 자존심은 세우고 싶냐”라는 물질만능주의 시각의 비난에서 “한국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라는 확대해석이 담긴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이 점차 확산하자, 왕이런은 한국 활동을 정리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소속사는 ‘휴식’이라고 설명했지만, 팬들은 ‘퇴출’이라고 읽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또 다른 마녀사냥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또 다른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중국 국적인 준과 디에잇도 타 멤버들이 절을 올릴 때 서서 인사를 했다는 캡쳐 화면이 돌았다. 오래전에 출연했던 한 예능 프로그램이었지만 감시망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렇듯, 현재 아이돌 판은 중국 국적 멤버들의 과거가 파헤쳐 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곧바로 언론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진 ‘반중 정서’

이 같은 반중 정서를 둘러싼 연예계의 논란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번졌다.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와 남자 1,000m 경기에서 중국이 금메달을 가져가자 더욱 격화됐다.

해당 중계를 본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중국 국적 멤버인 닝닝은 버블(아티스트와 팬들의 소통 유료 앱)에 “와우 오늘 밤 첫 금을 받았다니. 기뻐”라고 올렸다. 그리고 모든 비난이 닝닝에 쏟아졌다. 쇼트트랙 경기에서 발생한 편파 판정으로 부글대던 감정들이 여러 방면으로 분출됐는데, 그 타깃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비난은 닝닝이 과거 ‘절 거부’한 사례가 있는 지로 집중됐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마침내 찾아냈다. 지난해 에스파가 새해와 크리스마스에 팬들과 소통한 콘텐츠가 회자됐다. 에스파 그룹의 타 멤버들이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는 절 형태(정확히 ‘절’이라고 볼 수 없는)의 인사를 하는 동안 닝닝이 다른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리고 이제 모든 시선은 에스파에서 닝닝의 퇴출 여부에 이목이 쏠려 있는 중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등 여러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전에서 황대헌 선수는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비디오판독 후 실격 처리됐다. 경기를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말을 잃었다. 결승전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헝가리의 리우 샤오린 산도르가 1위로 골인했으나, 실격됐다. 그렇게 금메달은 중국의 런쯔웨이에게 돌아갔다. 스키점프 종목에서는 복장이 문제 돼 우승권에 있던 선수들이 무더기로 실격되는 일이 벌어졌다. 스포츠에서 ‘공정’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이렇듯, 동계올림픽에서 발생한 편파 판정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건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자국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걸 두고 “기쁘다”라는 감정 표현이 문제가 되고, 종국에는 ‘퇴출’ 요구까지 나오는 건 뭔가 비정상적이다. 생각해보면, 베이징동계올림픽 초반부터 그랬다.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여성이 오성홍기를 들고 등장하자마자 ‘한복 공정’이라며 논란이 벌어졌다. 중국 측은 ‘중국 내 여러 소수민족이 각자의 전통 복장을 착용했다’라고 설명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불똥은 빅토르 안(안현수)과 김선태 감독에도 튀었다. 카메라는 그들이 중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장면과 그 옆에서 좌절한 한국 감독·코치진의 모습을 동시에 비추기 바빴다. 그렇게 그들의 환호와 웃음, 미소 모두가 문제가 됐다. 한국 선수들을 격려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중국 국가대표의 쇼트트랙 감독과 코치를 맡았다는 게 문제라는 식의 비난으로 확장됐다. 특히,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신상이 노출된 빅토르안의 가족의 SNS에도 비난의 글들이 올라갔다.

그렇다면, 정말 타 국가의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것이 문제인 건가. 그러면 베트남에서 영웅으로 칭송받는 박항서 감독은 어떻게 봐야 할까. 실제 우리나라의 훌륭한 지도자들이 해외로 나가 지휘봉을 잡는 사례는 많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번 사태를 보면서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냥 중국이라서 싫은 것이다.’

‘혐오’가 가리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을 향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다른 문제들을 가린다는 사실이다. 김선태 감독을 보자. 그는 한국에서도 이른바 ‘잘 나가는’ 지도자였다. 4년 전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총감독을 맡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조재범 코치가 심석희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김선태 감독은 폭행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김선태 감독은 그렇게 국내에서 지도자 활동이 어려워지자 중국행을 택했다. ‘중국이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딴 것에 기여했다’는 것보다, 이 문제가 더 심각한 게 아닌가.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이 여러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안에 조선족(중국 동포)이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의 사람들. 그러나 한민족의 혈통을 가지고 있고, 우리와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이 한복을 입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일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정작 우리가 눈여겨봤어야 할 건 따로 있다. 한겨레 박민희 논설위원은 <올림픽 한복 ‘문화공정 논란’이 놓친 것들> 칼럼에서 오성홍기를 들고 등장한 ‘위구르인’ 스키 선수 디니거얼 이라무장에 주목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거주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다. 그런데도 중국은 올림픽이라는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위구르인에게 오성홍기를 들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금 및 강제노동을 정당화하는 것 말이다. 안타까운 건 이런 부분을 조명한 매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한복 등장 같은 말도 안 되는 일로 반중 정서를 부추기기 바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2020도쿄올림픽과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을 거치며 한국 사회가 성숙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금메달보다는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중국을 바라볼 때는 ‘혐오’로부터 시작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돌 ‘절 거부’ 사태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 연예인들이 일본에 가서 활동하며 일본식 절을 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금과 똑같이 “일본에서 돈 벌려면 자존심은 버려야지”, “일본문화를 존중한 것이기에 문제없다”라며 깊은 이해를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이제 ‘화’를 가라앉힐 때가 됐다.
  • 주*희

    상황에따라 이해해줄 수 있는것과 없는것이 있죠 기자님은 왜 그렇게 비교를 하는지 모르나 진심 그런 상황이 비교가 된다고 보신다먼 기자의 자질을 다시한번 고려하세요! 무조건적인 혐중을 하고 있는지는 아닌지는 세계가 알고 있죠 또 닝닝친구가 어떻게 고국의 사랑을 표현했는지를 .. 우리나라 민족을 제대로 판단를 못 하는 미개한 민족처럼 표현 하지 마세요 중국 시장이 크죠 버리기 아깝죠 그렇다고 먹으면 안돼는것 알면서 삼키면 당장아니면 나중에라도 언제든 몸이 상하죠~ 제발 우리나라를 좀더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민족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아끼며 응원하며 의지하며 앞으로 간다면 느리게 가도 언젠가는 올라갈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도 서로 즐겁게요 ~? 요즘처럼 우리나라가 이슈가 되었던적도 없는데 그것 또한 저는 다른나라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우리만의 것으로 더욱발전시켜 만든것을 보여주어 인정 받은 것이라 봅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우리끼리 상처주지말고 가죠~ 모두다 에게 사랑받으려고 아닌것에도 욕심 부리면 체해요.. 충분히 사랑 받고 있고 그곳에 더 집중하고 유지하다보면 더좋은 상황으로 우리에게 보답할지 몰라요~ 현재 우리를 더욱 인정해주는 곳에 집중하기도 힘들죠~ 그런 생각과 활동의 결과는 나중에 그분들이 우리를 도와줄것이라 생각 해요 ~ 그렇다고 과격한 혐중을 말하는것이 아녀요 우리것은 지키며 무시를 해주는 고도의 심리전을 높은 우리의 지능의로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민족 스스로가요 나라가 나서는것은 일이 커지니 말이죠 ~ 기자님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거라 생각해요 이런글을 쓰는데 무슨 이유가 있엏겠죠 하지만 소명의식에 양심을 걸고 다시한번 생각하고 글을 써주세요~ 아이들은 아직까진 그냥 받아들일수 있습니다 깨끗한 언론인이 되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문경락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2020도쿄올림픽과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을 거치며 한국 사회가 성숙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금메달보다는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중국을 바라볼 때는 ‘혐오’로부터 시작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돌 ‘절 거부’ 사태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 연예인들이 일본에 가서 활동하며 일본식 절을 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금과 똑같이 “일본에서 돈 벌려면 자존심은 버려야지”, “일본문화를 존중한 것이기에 문제없다”라며 깊은 이해를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이제 ‘화’를 가라앉힐 때가 됐다.

  • 팬더만세

    아이돌들이 일본에 가서 일본 문화를 배척한적이 있나? 심지어 일본어 까지 배워서 간다 그리고 "문경락" 님의 예시 또한 틀렸다
    가장 중요한것은 걸그룹이 팬에게 감사 인사하는 과정인데 그 팬들이 한국인이라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