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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선거, 빈곤 정책이 빈곤하다

[기고] 서울시장후보님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질문에 답변 좀 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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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틀 후로 다가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유력 당선 후보로, 현재 선거 지형은 이들의 양자 대결 구도다. 지난 3월 29일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후보는 빈곤정책 내놓고 도시빈민 생존권 보장하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선거운동 막바지까지 두 후보 진영의 빈곤 정책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화려한 말 잔치로 서민의 귀를 현혹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4월 4일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와 상인들은 두 후보의 선거캠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가난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와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개발과 성장’이라는 미명아래 선심성 공약만 내놓으며 당선에만 혈안이 돼 있는 두 후보를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출처: 최인기]

시민대책위는 먼저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박영선 후보 캠프를 찾아갔다. 그리고 서울시와 수협의 무분별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으로 상인들이 거리에서 수년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물었다.

상인들은 또 비리 온상이 된 노량진 수산시장 관련해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고 거세게 규탄했다. 상인들은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의 소유라 하더라도 개설자는 서울시”라며 “그런데 어떻게 서울시는 시장의 ‘관리와 운영 권한’을 모두 수협에 넘기고 민간개발을 용인할 수 있나?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수산물 먹거리를 이렇게 방치 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노량진구수산시장은 서울시민의 집단적 기억이 숨 쉬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시장 현대화 사업추진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미비했다. 박원순 전임 서울시장도 “수산시장 사태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건물을 짓기 전에 먼저 상인의 고충과 이해를 들어주고 지어도 늦지 않을 겁니다”라고 상인과 소통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신시장 현대화 사업의 결과를 두고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는 점도 이 사업이 명명백백히 실패했다는 증거다.

노량진수산시장이 현대화되고 수산물의 총 거래금액은 계속 줄고, 운영은 더 나빠졌다. 몇 년째 연속 적자를 기록할 만큼 상황이 악화됐는데 이 같은 손실의 책임을 상인들 임대료로 전가하고 또 서울시민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이미 수협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경영난을 겪으며 지난 2001년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1조1천581억 원을 수혈받았다. 2028년 상환을 목표로 현재까지 남은 빚은 8천533억 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받았던 수협은 이제 법인세마저 감면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협의 뻔뻔한 행태는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억대 연봉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간부들은 성매매 관광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매번 중앙회 회장 선거는 부정선거로 점철되고 있으며 인사 청탁 등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동작구청 그리고 수협 상인과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지만, 이 논의기구는 유명무실할 뿐이다. 보궐선거가 끝나고 새로 서울시장이 들어서게 되면 담당공무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기에 한시적으로 또 기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출처: 최인기]

상인들은 이어 참담한 심정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했다. 그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철연이 가세해 폭력적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 쇠 구슬인가 돌멩이인가를 쏘면서 건물을 점거하고 저항했다. 거기에 경찰이 진입하다가 생긴 참사다. 이 사고는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 투입으로 생겼다”고 했다.

그가 서울시장에 재임하던 시절 진행되던 ‘뉴타운 재개발사업’은 곳곳에서 수많은 갈등으로 이어졌다. 멀쩡한 마을을 부수고 새로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삶의 보금자리는 파괴되고, 대신 들어선 집과 부동산은 누군가의 불로소득에 이바지하며 도시는 기형적으로 변해갔다. 그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결국 ‘용산’에서 참사가 벌어진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철거민 다섯 분이 화염에 휩쓸려 살해당하고 살아남은 철거민과 가족들은 그날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무상급식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다시 서울시장 유력 후보가 된 지금, 노점상들에게는 잊지 못할 사건이 또 있다. 오 전 시장 시절의 서울시는 노점상들에겐 전쟁이었다. 거리 디자인화 사업을 한다며 ‘노점상 종합관리대책’을 내놨는데 지난 10년간 이 정책이 노점상을 거리에서 내모는 정책이었다는 게 증명됐다. 당시 1만 5천여 개를 선회하던 서울시의 노점상 숫자는 서울시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현재 6천여 개를 맴돌고 있다. 관리하고 통제하는 정책으로 많은 상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떠났다. 보행권을 침해한다는 온갖 비난이 휩쓸고 간 자리에 대신 화단이 들어섰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노랫말에 불과한 것인가?

이날의 기자회견 자리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그에게 서울시장이 되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오세훈은 서울시장 후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우리의 주장은 분명합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시가 법적으로 책임을 지게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시는 법대로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주장하고자 합니다. 용산참사가 터진 후 노량진수산시장까지 개발이 어떻게 사람을 몰아내는지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각 무수히 쫓겨나고 밀려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즉각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상인들은 지하철이 다니는 육교 위 2만5천 볼트 고압선 위에서 농성을 이어간다. 이들은 도시 속 ‘고립된 섬’ 위에 표류한 채 방치돼 있다.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무너진 대한민국 서울의 한 단면이 노량진 육교 위에 펼쳐져 있다.

** 2021년 4월 6일 화요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노량진수산시장의 기억과 목소리를 모아 상인들과 함께 하는 문화제’가 안국동 율곡로 박영선후보캠프 앞에서 개최된다. 오후 7시 옥바라지선교센터 기도회를 시작으로 예술해방전선 등이 중심이 되어 문화제가 이어진다. 지천으로 생명이 움트는 계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