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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다 털리브, “녹슨 수돗물 쏟아내는 자본주의를 잠그자”

[지금, 여성사회주의자] 플린트의 수도 위기 촉발한 GM을 겨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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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손 씻기다. 그런데 습관이나 번거로움의 문제가 아닌, 깨끗한 물이 부족해 손을 씻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상에서 가장 큰 담수호 중 하나인 오대호 인근에 있는 미국 미시간 주민들의 얘기다.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난 까닭은 제너럴 모터스(GM) 같은 기업이 급수원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조리를 고발하며 싸우는 여성 사회주의자 정치인이 있다. 바로 미시간 디트로이트 출신이자 미국 최초 팔레스타인계 여성 하원의원, 러시다 털리브다.

  러시다 털리브 의원이 GM 모토쇼 자선 시사회에 참가해 시위한 모습 [출처: https://www.socialistmajority.com/]

제너럴 모터스의 본고장, 플린트의 수도 위기

미국 미시간 주에 위치한 플린트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로부터 페트병에 담긴 물을 받아 마신다. 이미 6년도 더 지난 일이다. 2014년 플린트 수도 위기가 시작된 뒤로 수돗 물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스나이더 전 미시간 주지사가 파산이 임박한 플린트 시 정부에 선출되지 않은 비상 관리관을 기용해 긴축을 강행하며 빚어진 일이다. 수도관에선 깨끗한 물 대신 중금속에 오염된 누런 물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어린이를 포함해 주민 수만 명이 납에 중독됐다. 주민들은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수년 동안 힘겹게 싸워왔다.

미국 미시간 플린트는 GM의 고향으로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활황인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GM이 수익을 이유로 공장을 해외 이전하면서 노동자들이 줄줄이 해고됐다. 플린트 출신 마이클 무어 감독이 로저 스미스 GM CEO와의 인터뷰 시도를 담은 다큐 <로저와 나>에 나오듯 GM의 구조조정은 악랄했다. 결국 플린트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전락했다. 인구는 20만 명에서 반 토막이 났다. 대다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45%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더구나 플린트 시는 2011년 2,500만 달러의 부채를 이유로 미시간 주 정부의 비상 관리를 받게 됐다. 그리고 스나이더 전 미시간 주지사가 임명한 비상 관리관이 긴축을 진두지휘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마이클 브라운 비상 관리관이 밀어붙인 막대한 긴축 조치 중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남긴 것은 상수도 문제였다. 2014년 플린트 시는 비용을 이유로 디트로이트 수자원에서 플린트 강으로 급수원을 바꿨다. 그런데 급수가 시작되자마자 지역에선 악취, 변색 및 불쾌감이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시 정부는 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무시했다. 주지사는 시음 이벤트까지 벌였다. 결국, 18개월 동안 플린트 수도를 이용하게 된 주민들은 피부 발진과 탈모, 가려움증을 비롯해 납 중독과 치명적인 감염병인 레지오넬라증에도 감염됐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2015년 252개 가정에서 수돗물 샘플을 수집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약 17%가 연방이 정한 납 수치 기준을 초과했으며, 그중 40% 이상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어린이의 혈중 납 수치는 2014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했으며 특정 지역에선 3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2017년 미시간시민권위원회는 이를 ‘체계적인 인종 차별의 결과’라고 표현했다.1)

안타까운 것은 플린트 물 위기 이전부터 플린트 강 오염 문제가 불거져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 정부는 무리하게 이를 급수원으로 선택했고 필요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플린트 강은 GM 등 자동차 공장부터 육류 포장에 이르기까지 1세기가 넘도록 수많은 산업의 비공식적인 폐기물 처리 장소였다. 애초 플린트 강에서 급수하던 시 당국이 1960년대부터 디트로이트에서 물을 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특히 GM이 쏟아낸 폐기물은 플린트 강을 심각하게 오염시켰다. 미국 보건역사학자 데이비드 로스너가 “GM과 그의 공급업체들에 의해 수십 년 동안 산업 폐기물이 플린트 강에 버려지며 오염됐다”며 “GM의 요새였던 플린드의 수도 위기는 한 세기 동안 이뤄진 착취의 부산물”이라고 지적할 만큼 GM의 책임이 컸다.2)

상황이 이런데도 시 정부는 플린트 강으로 급수원을 바꾸면서 중금속에 오염된 물이 수도관을 녹슬지 않도록 하는 화학 처리에 소홀했다. 또 물을 소독할 수 있는 충분한 염소도 넣지 않았다. 2014년 10월에는 GM마저 수돗물이 자동차 부품을 부식시킨다는 내부 조사 결과에 따라 사용을 중단했다. 하지만 주민들에겐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공급됐다.

지역 당국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플린트 주민들은 2015년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즉각적인 비상조치 발동을 청원했지만, EPA마저 이를 무시했다. 결국 2016년 주민들은 주 공무원들을 고소하고 정부에 공식적인 조사와 수도관 교체, 그리고 주민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연방판사가 플린트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며 비극을 끝낼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

미시간 주 정부는 수도예산 몇 푼을 아끼려다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지난해 9월까지, 플린트 시의 수도관 90%가 교체됐고, 이 작업을 위해 미국 연방정부와 미시간 주 정부는 수억 달러를 집행했다. 미시간 주 정부가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하는 비용만 최소 6억 달러다. 그럼에도 플린트 수도 위기에 책임 있는 자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위기가 시작된 지 7년 만인 지난 1월 14일에서야 릭 스나이더 전 미시간 주지사를 비롯한 8명의 전직 공무원이 경범죄로 기소됐을 뿐이다.

수돗물 예산 앗아간 금융자본

플린트 수도 위기는 일부 썩은 정치인의 잘못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 금융기관 역시 이 위기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플린트 수도는 급수원을 전환하기 전까지 인근의 디트로이트 상수원을 급수원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헤지펀드에 투자했던 디트로이트 수자원 공사(DWSD)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폭삭 망하면서 수도요금을 올렸고, 이는 2014년 플린트 시가 급수원을 바꾼 계기가 됐다.

지난 2016년 <자코뱅>에 기고한 조우사이어 렉터에 따르면, 2005년 디트로이트 시 당국은 미국 금융회사 UBS AG 및 메릴 린치 캐피털 서비스와 14억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는 DWSD 자금으로 맺은 ‘금리 스와프’ 계약이 포함됐다.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커지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금리가 급락하며 DWSD는 금융회사에 모두 5억37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2012년에는 4억8900만 달러의 추가 채권 부채를 해결해야 했다. 결국 DWSD는 이를 지불하기 위해 수도요금을 인상했다. 그해 블룸버그통신이 “(DWSD에서) 부채 서비스가 매출의 40%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듯, 디트로이트 주민이 낸 수도요금의 절반이 은행 채무 서비스에 지급됐다.3)

  플린트와 디트로이트 수돗물 [출처: https://www.aclumich.org/]

당시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디트로이트에도 비상 관리관을 임명하고 수도 예산 삭감을 밀어붙였다. 수도 부서의 주요 기능을 민간 회사에 아웃소싱했고, 체납 가정의 수도는 가차 없이 끊었다. 이 때문에 가구원 10만 명의 수도가 차단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파산이 임박한 GM이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약 510억 달러의 구제기금을 받고 회생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현재에도 디트로이트에 사는 3천여 가구의 수도가 차단돼 있다.

미국에서 물 위기에 처한 지역은 비단 미시간만이 아니다. 버지니아에선 50만 명 이상이, 펜실베니아에선 18만 명 이상이 수도 요금을 체납하고 있다. 미국 비정부기구 ‘푸드앤워터와치’에 따르면, 1월 현재 미국인의 56%(약 1억8300만 명)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수도 차단 보호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주에서 살고 있다. 지난해에는 20개 주만 수도 차단을 금지했으며, 11개 주에서 시행한 유예 조치는 이미 만료됐다. 최소 226개의 민영상수도 시설도 유예 기간이 만료됐다.4)

모두를 위한 안전한 산업

이러한 물 위기에 직면해 가장 열심히 뛰고 있는 미국 원내 정치인이 바로 러시다 털리브 의원이다. 그는 지난 1월에도 플린트를 포함해 저소득 가구의 수도 요금을 지원하는 비상시기물인권법을 발의했다. 지난해에는 전국 100개 이상의 사회단체 지지를 받으며 전국적으로 납에 오염된 배수관을 교체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물은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강조하며, “사람들은 20초 동안 손을 씻으라는 공중 보건 지침을 받고 있지만 흐르는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들의 로비스트”라고 말한다.5)

털리브 의원이 저소득계층의 수도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것이 미국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계층이 직면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가 대표하는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인종적으로 다양한 미시간 제13선거구다. 산업이 빠져나가고 도시가 공동화하면서 가난한 유색인종 이주노동자들이 남겨진 곳이다. 털리브는 2018년 10월 하원의원 후보 시절 이곳에서 시간당 15달러로의 최저임금 인상과 노조할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 시위에 참여했다가 케이블 타이에 손목이 묶여 연행될 만큼 지역 노동운동과 긴밀하다.

털리브 의원이 안전한 물과 환경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모두를 위한 산업 재편이다. 그는 그린뉴딜을 가장 먼저 지지한 의원 중 한 명이었다. 2019년 GM이 현지 5개 공장 폐쇄와 약 1만4천여 명의 노동자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을 때는 정부가 GM에 개입해 ‘연방 일자리 보장’ 정책을 시행하고 ‘그린뉴딜’을 통해 GM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린뉴딜을 위한 지역단체인 ‘그린뉴딜을 위한 디트로이트연합’과 함께 정부가 GM 공장을 인수해 공공을 위한 그린뉴딜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09년 연방정부가 납세자의 돈으로 GM을 구했다는 점에서 GM의 막중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GM이 폐쇄하려 한 디트로이트 풀 타운 공장은 40년 전 건설 당시 시 당국이 1,300개 이상의 주택, 학교, 교회, 기업과 병원을 압류해 철거하고 GM에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더욱 크다고 말한다. 6)그리고 그는 그린뉴딜을 위한 투쟁이 근본적으로 계급투쟁이라고 본다.7)

러시다 털리브의 고향인 미시간 디트로이트의 팔레스타인 노동자계급은 왕성한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에서 일한 아랍계 노동자들은 1970년대 인종차별과 사측의 학대, 노조의 관료주의에 반대하며 파업 등 산업 행동을 감행한 바 있다. 1973년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결정에 반발해 살쾡이 파업(노조 비승인 파업)을 벌였다. 털리브의 부친 또한 포드 자동차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일하며 당시 아랍계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했다.8)

러시다 털리브 의원은 2018년 미국 의회 최초로 팔레스타인계 여성 의원으로 당선한 뒤 지난해 하원 선거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일한 오마르 의원과 함께 최초의 무슬림 여성 의원이기도 하다.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과 함께 미국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외교 문제에 대해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단과 BDS 지지를 표명해 왔다. 그는 이 때문에 이스라엘 입국이 금지됐다. 털리브는 로스쿨 출신으로 하원의원이 되기 전에는 미시간 주의원으로 일했으며, 이후 노동자법률센터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했다.

[참고]
https://www.nrdc.org/stories/flint-water-crisis-everything-you-need-know
https://en.wikipedia.org/wiki/Flint_water_crisis#:~:text=The%20Flint%20
water%20crisis%20was,with%20lead%20and%20Legionnaires'%20
disease.&text=Between%206%2C000%20and%2012%2C000%20
children,with%20high%20levels%20of%20lead.

[각주]
1) https://www.michigan.gov/documents/mdcr/VFlintCrisisRep-F-Edited3-13-17_554317_7.pdf
2) https://www.publichealth.columbia.edu/public-health-now/news/flints-toxicindustrial-legacy
3)https://www.jacobinmag.com/2016/10/water-detroit-flint-emergencymanagement-lead-snyder-privatization/
4)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1/02/15/tlaib-dingell-cleanwater-act/
5)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0/aug/14/water-shutoffsmoratoriums-end-coronavirus
6)https://www.detroitnews.com/story/opinion/2019/01/02/opinion-generalmotors-job-cuts-expose-corporate-greed/2431612002/
7) https://www.socialistmajority.com/theagitator/blog-post-title-two-ybynf
8) https://www.jacobinmag.com/2020/08/palestine-strike-wildcat-uaw
  • 문경락

    미국에서 물 위기에 처한 지역은 비단 미시간만이 아니다. 버지니아에선 50만 명 이상이, 펜실베니아에선 18만 명 이상이 수도 요금을 체납하고 있다. 미국 비정부기구 ‘푸드앤워터와치’에 따르면, 1월 현재 미국인의 56%(약 1억8300만 명)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수도 차단 보호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주에서 살고 있다. 지난해에는 20개 주만 수도 차단을 금지했으며, 11개 주에서 시행한 유예 조치는 이미 만료됐다. 최소 226개의 민영상수도 시설도 유예 기간이 만료됐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