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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 아마존’은 어떤 모습일까? 아르헨티나에 묻는다

[해외] 모두를 위한 전자상거래, 코레오 콤프라스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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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정부가 세운 ‘국영 아마존’, 코레오 콤프라스(Correo Compras)는 노동자와 소비자, 판매자의 혜택을 보장한다. 빅데이터도 공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지난 10월, 미국 의회는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술기업의 권력을 통제하기 위해 새 규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규제 대신, 아예 국가가 아마존을 운영하면 어떨까?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배달하고 판매자에게는 낮은 비용으로 시장을 제공하며, 노동자들에게는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새로운 온라인 시장. 이를 아르헨티나가 시작했다.

지난 10월, 아르헨티나는 ‘코레오 콤프라스(Correo Compras)’라는 이름의 온라인 시장을 출범했다. 이 플랫폼은 아르헨티나 국영 우편서비스 기업 코레오 아르헨티노(Correo Argentino)가 운영한다.

아르헨티나는 코로나 대유행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봉쇄 기간도 가장 긴 편이었다. 팬데믹 전에도 아르헨티나 인터넷 보급률은 74%로 매우 높은 편이었는데, 봉쇄가 시작되면서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서비스가 번창했다. 이제 아르헨티나 정부는 공적으로 소유된 옵션을 통해, 라틴아메리카를 문어발식으로 잠식하려는 민간 전자상거래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자 한다.

[출처: Fibonacci Blue, cc by 2.0]

라틴아메리카의 아마존, 메르카도리브레

들어 본 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아마존 대륙의 아마존은 올해 시가총액이 75%나 성장한 아마존닷컴이 아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아마존은 ‘자유 시장’이라는 의미의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이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에는 이베이, 그다음에는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 사업 모델을 빠르게 채택했다.

이 지역에는 외국계 플랫폼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메르카도리브레는 수익성 있는 사업을 개발할 수 있었다. 메르카도리브레는 이제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18개국에서 운영되며 5,150만 명의 실이용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업은 다른 기업을 선도하거나 궁극적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국가적 챔피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단순히 아마존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했다. 즉, 제3의 판매자로부터 가치를 쥐어짜는 전자상거래 시장이다.

베조스의 자이언트 아마존처럼, 메르카도리브레는 검색 순위를 올리는 수수료부터 플랫폼 내 광고 캠페인까지 다양한 거래 약정을 부과한다. 메르카도리브레도 구매가가 25달러 이상일 경우에는 무료 배송을 제공하도록 한다.

메르카도리브레의 배달 네트워크도 아마존을 본 따 공유 경제를 통해 생계를 꾸리는 우버 같은 운전사를 동원한다. 그리고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스트레스가 심한 노동조건에 시달린다. 메르카도리브레는 엄밀히 따지면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지만, 수익은 최대화하나 급여는 최소화하는 유연한 고용계약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부의 코레오 콤프라스는 (사실상 핵심사업인) 운송을 외주화하지 않고 노동자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거대 기술기업을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시급해졌다. 최근 미국 의회 조사 보고서뿐 아니라, 구글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에서도 이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다른 미국 기술기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팬데믹 전에도 전 세계 온라인 소매 활동 3분의 1이 아마존에 집중됐다. 아르헨티나에선 메르카도리브레에 해당 시장의 약 절반이 집중돼 팬데믹의 분명한 승자로 드러났다. IMF가 세계 경제가 4.4%까지 수축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선 8.1%로 세계 주요 지역 중 최악의 기록을 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메르카도리브레는 2020년 상반기 총이익이 45%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기술 유니콘*과 장기 불황 사이의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값싼 농산물과 광업 상품을 전 세계로 공급한다. 그리고 이는 경제나 생태, 건강에 영향을 미쳐왔다.

팬데믹 전에 메르카도리브레는 번창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 있었다. 이 위기는 부분적으로 낮은 상품 가격 때문에 발생한 무역 적자로 촉발됐다. 10년 이상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임금은 명목상으로는 증가했어도 구매가를 잃고 있었다. 게다가, 외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아르헨티나는 2018년 IMF로부터 사상 최대의 부채를 지게 됐다. 그러나 이는 경제 회복이 아니라 이전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되며 궁극적으로 자본 도피에 자금을 지원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장기 위기와 구조적인 저발전에도, 아르헨티나는 자체의 기술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메르카도리브레 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글로방트(Globant)와 여행 플랫폼 데스페가르(Despegar)가 미국 상장 이전에 모두 유니콘이었다. 이들은 라틴아메리카의 선두 기업이며, 글로방트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유니콘이라는 상표를 획득한 다른 기술 회사들로는 OLX와 Auth0이 있다.

이들 모두 2004년에 설립된 소프트웨어 프로모션 제도와 값싼 숙련 노동자들에게서 이득을 취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직업훈련 및 고등교육 등록률은 90%에 이른다. 미국의 해당 수치는 88%이지만 미국의 평균 IT 급여는 약 20만 달러인 반면 아르헨티나는 1만 달러 미만에 불과하다.

[출처: 코레오 콤프라스 화면캡처]

공공 디지털 경제

아르헨티나 새 행정부가 2,000개가 넘는 상품을 제공하는 코레오 콤프라스를 출시한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그것은 민영 메르카도리브레가 제공하는 비용에 대처할 수 없는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선호할 잠재력이 있는 고위험, 고이득의 이니셔티브이다.

공공 플랫폼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국영 기업이 디지털 결제 서비스 링크아자(LinkAja)를 운영한다. 브라질에서도 여러 공공 플랫폼이 등장했다. 예컨대, 유명 민간 배달 앱 서비스가 없었던 북부 지역에는 팬데믹 이후 배달 플랫폼 피께노라(FiqueNoLar)가 생겨났다.

더욱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편에선 미국 정부가 아마존을 국유화하여 물류 네트워크를 사용해 모든 미국 시민에게 필수 상품을 배달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코레오 콤프라스는 플랫폼 유지비만 내면 판매자들에게 더 저렴하게 최저 가격을 책정하겠다고 약속한다. 이 공공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디지털 경제를 규제하고 기존 민간 기업에 대한 공공의 대안을 제공하려는 광범위한 시도의 일부이다.

아르헨티나 국립은행 뱅코 나시온은 메르카도리브레의 온라인 결제사업 메르카도파고스(MercadoPagos)와 경쟁하기 위해 전자결제 시스템인 BNA+를 출시했다. 메르카도파고스 또한 경제 봉쇄 이후 번창해, 2020년 2분기 거래는 전년에 비해 122.9% 늘어 총 4억4,480만 건을 기록했다.

코레오 콤프라스는 또 소비자 수요 자극을 목표로 한다. 이 플랫폼에서 소비자는 3개월, 6개월, 12개월 할부로 구매할 수 있으며 이는 정부가 보조한다.

모든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공공 플랫폼의 성공은 직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즉,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부가적인 가치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과연 코레오 콤프라스가 성공해 다른 나라의 롤 모델까지 될 수 있을까?

민간 플랫폼과는 달리, 공공 플랫폼에선 정치적 동기가 네트워크 효과의 동인이 될 수 있다. 코레오 콤프라스에서 구매하면 기술기업의 권력을 줄이고 국가가 경제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하며, 현 정부에 지지를 표현할 수도, 이 기업 노동자를 지원할 수도 있게 된다. 어떤 경우이든, 그것은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는 최초의 정치적인 풀뿌리 행동이 될 것이다.

데이터, 계획 및 감시

마지막으로, 국가는 시장 데이터를 민간 기술기업과는 다르게 사용할 수 있을까? 코레오 콤프라스는 아르헨티나 국가에 전례 없는 기회, 즉 지속적인 시장 데이터 흐름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필요한 알고리즘과 연산력으로, 국가는 전자상거래 내외에서 정책적 조치를 현저하게 향상할 수 있다. 생산과 시장 기회를 예측하고 관련 정책의 영향을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데이터는 낭비를 최소화하며 지구의 생태적 역량을 존중하는 민주적 계획 수립에 사용될 수 있다. 우리는 부와 소득을 더 집중하는 대신 국민의 필요를 파악하고 충족시키는 지속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다.

정부가 디지털 보안을 어떻게 보장하고 감시 자본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코레오 콤프라스 외에도, 아르헨티나에선 기술기업에 대한 또 다른 대안으로 협동 시장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 모두 공공의 이익을 위해 데이터를 사용하며 지식과 부의 집중을 선호하도록 통제하거나 수정, 궁극적으로는 유도하지 않는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답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아르헨티나의 경험은 규제를 넘어설 기회의 창을 열어준다. 미국뿐 아니라 아마존에 의존하고 있는 영국이나 유럽연합(EU) 등 다른 정부들도 자국의 대안을 고민한다면, 이 같은 공공 플랫폼 계획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산업정책은 디지털 경제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코레오 콤프라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각주]*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신생 기업
[원문] https://www.opendemocracy.net/en/oureconomy/what-would-state-owned-amazon-look-ask-argentina/
[원문 게재일] 2020년 11월 24일
[필자] 세실리아 리카프(Cecilia Rikap)는 경제학 박사로 현재 아르헨티나국립연구위원회 CONICET의 연구원이다.
[코레오 콤프라스(Correo Compras)] https://www.correocompras.com.ar/
[번역] 정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