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청년에 대해서 말고, 청년의 입으로

[청년X노동조합] 청년들이 생각하는 노동조합과 연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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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8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해, 노태우가 대통령에 취임했고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1995년, ‘국민학교’에 입학했는데 2학년이 되니 초등학교라 했다. 표지판, 공책 등 ‘국민’에 덧칠한 ‘초등’이라는 글자가 낯설었다. 열 살이 되던 1997년에는 나라가 망했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매주 ‘아나바다 장터’(중고시장)를 열었고 교과서도 쓰던 것을 나눠줬다. 친구들은 IMF가 ‘아이고 미치고 팔짝 뛰겠네’의 줄임말이라며 장난을 주고받았다.

1988년과 1997년, 당신의 기억은 무엇인가. 누군가는 노조 설립총회를, 누군가는 총파업대회와 최루탄을 떠올릴 것이다. 또 누군가는 나와 비슷할 것이다. ‘세대’가 기억이 비슷한 집단이라면 지금의 청년 세대는 노동 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87년(노동자 대투쟁), 97년(96~97 총파업) 투쟁의 기억이 빈칸이다. 반면 다수 노동조합 간부의 87년과 97년은 끝없는 이야기다. 그때의 기억에는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다.

이렇게 기억이 다른 세대가 만나고 있다. 일터에서, 노동조합에서. ‘87세대’의 팽창하는 기억을 끄트머리라도 알던 세대를 넘어, 이제 아무 기억도 공유할 수 없는 세대가 만났다. 이 만남은 때로 연대와 공정성의 대결로, 대의와 자기 이해의 충돌로 해석되고 있다. 내가 만난 다수의 50대 노동조합 간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 고민과 실천이 없다”, “현장을 모른다”, “자기만 중요하다”, “희생을 모른다”고 말한다. 2~30대 간부는 “(중년 세대가) 자신들의 경험만 최고라 생각한다”, “희생이 당연한 줄 안다”, “설명해주지 않는다”, “자신들의 네트워크로, 자신들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털어놓는다. 어느 사업장에 가서 누굴 만나도 하는 말들이 비슷해 나는 매번 놀란다.


“아는 사람만 아는 얘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멀찍이서 지켜만 봤는데 그냥 안타깝기만 했어요”, “조합원 생각을 모아내는 과정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청년 간부, 조합원 10여명에게 ‘노사정 합의안을 둘러싼 민주노총 토론 과정’이 어땠냐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이다. 찬성과 반대 입장이 분명히 대립하며 각자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분투했던 3주. 나는 그 시간동안 “청년 혹은 신규노조 간부, 조합원의 생각은 어떨까” 내내 궁금했다. 전노협 정신과 30년 노동운동을 말하며 ‘민주노총이 앞으로는 이러해야 한다’ 는 주장들에서 나는 그 ‘앞으로’를 살아갈 사람들의 말은 듣지 못했다. 그 논쟁은 97년 노사정위를 기억하고, ‘강경파’, ‘국민파’ 등 소위 ‘정파’ 이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얼굴 몇 개는 있는 사람들의 전쟁이었다.

민주노총의 쟁점 형성과 토론 과정은 여전히 87세대의 것이었다. 그런 논쟁이 필요 없다거나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왜 가장 첨예한 논쟁의 장에서도 청년의 목소리는 드러나지 않았나 돌아보자는 것이다.

청년소득, 청년 정책, 청년 일자리, 청년 네트워크 등 ‘청년’이라는 단어만 갖다 붙이면 말이 되고 상품이 되는 세상이다. 때문에 노동조합의 다양한 갈등이 세대 간 갈등으로만 치환되는 경향도 있다. 세대가 출생연도에 따른 개념인 만큼 이 차이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쉬운 해석은 편견을 낳고 실제를 가린다. 실제가 어떻든 ‘청년들은 연대를 몰라’, ‘청년들은 자기만 중요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다. 청년에 ‘대해서’가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청년들이 생각하는 노동조합, 투쟁, 연대 같은 것들에 대해서. 나는 이 연재 지면에서 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아주 일부에 대해서밖에 쓸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써보려고 한다. ‘청년은 이렇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입이 아니라, 나와 우리의 입으로.

이전의 생각들과 다를 수도 있겠다. 이게 청년들의 생각이라면 우리 민주노조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싶은 말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러면 또 어떤가. 노동조합은 이념에 현실을 끼워 맞추는 조직이 아니라 현실에 발 딛고 함께 나아가는 조직이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 아저씨

    조직부장님이 젊으시구만. 내가 면목동에 있을때 태어나셨구만

  • 아저씨

    이번 비대위는 나이가 더 들었던데요. 상호간 이해가 잘 될 것인지 모르겠네요. 최근에 하나 안 사실을 말해줍니다. 한국의 번역가들이 얼마나 대단했던가에 대해서. 대략 1898년부터 1924년까지의 러시아 변천사?를 다 번역했더라고요. 이러한 내용은 전문가 수준이 아니고는 10권에서 20권 이상을 보기가 힘들 것으로 생각하는데 몇 년전 어느 자유게시판에서 보니까 끝도 없더라고요. 그 책들이 거의 다 70년대에서 80년대의 책일 테니까 영어를 잘 모르던 시대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조그만 한국 사람들 중에서 노동운동가들이 그 얼마나 대단합니까. 노선투쟁가들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렇지만 주눅들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대가 유교나 불교를 섭렵하지 않고 조금씩만 알아도 잘 살아가는 것처럼 현재의 경제학 등의 지식을 다 섭렵하지 않고 알만 큼 알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생하시요.

  • 와 저씨

    자유게시판의 농띠야

    내가 알려줄게 그 사람들은 투쟁도 파업도 마스트를 해서 니보다 한 차원 높은 농띠 중이란다. 약오르지. 그러게 남들 생고생을 할 때 니도 일좀 하지 그랬어. 인자 바라. 그 농띠들은 비오느는 날 막걸리 묵음서 마누리 궁디를 두드리는디 니는 니 눈물하고 빗물을 못가릴 거다. 배짱이도 배짱이 나름이지. 무슨 글 하나 써놓고 배 팅기노. 그 농띠들은 일, 투쟁, 파업까지 다 마스트를 해놓고 편해 쉬는구만. 앞으로도 잔머리 계속 굴려봐라. 그러믄 네가 지팡이 짚을 때는 따라가겠지. 아니냐 그럼 3대를 노력해봐. 한 집안에서 큰 인물이 나올라면 3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