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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시] |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전날 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정치권이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당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전망이지만 직장 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주장했던 서울시였던 만큼, 서울시가 이 문제 역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더군다나 민주당 내에서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연이어 터진 이상 이를 묻고 갈 수 없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현재 SNS상에는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 해시태그 운동 참여자들은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으로 조명되는 것이 피해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또 성착취 문화 속에서 피해호소인이 어렵게 용기를 낸 만큼, 성추행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어져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해당 해시태그 내건 다수의 트위터리안들은 “직장 내에서 일어난 위계적 성폭력이므로 해당 기관인 서울시청이 적법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하길 바란다. 더불어 피해를 묵인한 서울시 관계자들도 발본색원해야 한다”라는 글을 공유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선 ‘서울시 직장 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선희 다큐감독은 지지모임 제안과 함께 서울시에 민원을 넣자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직장 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을 주장했던 서울시의 원칙에 따라 해당 사건을 처리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서울시청 내의 운영규칙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법률적 정신적 경제적 등 지원을 요청합니다. 사건 처리와 대응을 피해자의 요구와 보호 아래 투명하게 진행할 것을 요청합니다”라는 민원글을 공유하고 있다.
서울시와 민주당, 박 시장 성추행 혐의엔 입 닫아
반면 서울시와 민주당 등은 고 박원순 시장 관련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10일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서울시의 입장을 브리핑하며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질의 시간에 성추행 피소 사실에 대해 시가 추가 조사를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나오자 “피해와 관련된 사항은 알지 못하고, (추가 조사는) 검토하지 못했다”라고 답변했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별도의 조사가 없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장 공보특보 역시 출입기자들에게 “고인이 별말씀을 남기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묻고 생을 마감한 이상, 그에 대한 보도는 온전히 추측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공보특보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인은 평생의 삶을 사리사욕 없이 공공에 대한 헌신으로 일관해 왔지만, 정치인-행정가로의 길로 접어든 이후 줄곧 탄압과 음해에 시달려 왔다”라며 “고인이 사회적 약자가 진정으로 보호받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필생의 꿈을 미완으로 남겨둔 채 떠난 상황에서, 이제 편히 보내드리면 좋겠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과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민주당의 대응 계획 질문이 나오자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2시쯤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인과 관련한 의혹에 당 차원에서 대응하려고 하나'는 질문이 나오자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얘기라고 하나.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성폭력 방조한 정치권 비판 목소리도 높아
한편 여성단체 등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 성폭력을 방조해 왔다고 비판해 왔다. 박원순 시장 사망 직전인 9일에도 ‘안희정 측근에 의한 2차 피해, 대한민국 국회는 이들을 끌어안는 곳인가’라는 규탄 성명을 발표해 성폭력을 방조하고, 비호한 더불어민주당과 국회를 비판한 바 있다. 안희정의 보좌진 A씨와 안희정의 가족 B씨가 피해자에 대한 억측, 비난, 욕설 등 2차 피해를 온·오프라인에서 주도했지만 이들이 처벌받기는커녕 민주당 내에서 보좌진 일을 하며 승진을 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서울여성노동자회 등 9개 단체는 “성폭력 가해자를 방조·비호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양산하던 사람들을 임용하고 승진시켜온 대한민국 국회를, 더불어민주당을, 해당 의원실을 규탄한다”라며 “반성 없는 권력은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것이다. 언제까지 성폭력 문제해결에 무관심할 것인가? 언제까지 피해자 보호가 아닌 피해자를 공격하는 자들을 보호할 것인가?”라고 성폭력 범죄를 용인하는 국회와 민주당을 질타했다.
이어 “민주당에서는 안희정을 당시 즉각 제명하는 것 외에 심각한 2차 피해 제지 노력이 없었다. 대부분의 기관이 성폭력 사건 처리 시 피해자 불이익 방지, 2차 피해 예방을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게 사건에 대한 사후교육이나 재발 방지, 피해자 보호를 했더라면 이 정도로 심각한 2차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폭력 2차 가해자를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고, 피해자와 대책위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성추행 등 성비위와 관련한 사건은 지위를 막론하고 무관용의 원칙을 지킨다.’고 했던 민주당도 침묵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성추행을 저지른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해서도 당 윤리심판원 회의 20분 만에 제명 징계하면서 손쉽게 꼬리를 자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2018년 3월,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제기된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서도 폭로 당일 출당·제명하는 절차를 밟았다.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전무했다.
한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정치인으로선 매우 드물게 피해호소인을 언급하며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류 의원은 영화 <굿 윌 헌팅>의 대사인 ‘네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를 인용하며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조문 계획은 없다며,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라고 끝맺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5일장,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박원순 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며 오후 2시 23분 기준 66,600명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