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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대필보고서 날치기 논란에 국회 위상 추락

한전, 요식행위로 국회 농락한 꼴...주민들 서울 결의대회, “밀양에서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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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밀양송전탑 전문가 협의체 검증을 요식행위로 만들어 국회를 농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전문가 협의체 위원들의 학자, 전문가적 양심을 믿고 각종 대안과 쟁점을 검증할 것을 위임한 상황에서 한전 측 추천위원들의 보고서 대필, 표절 의혹이 나온 데다, 휴일 이메일 서면투표 날치기 강행 논란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 협의체 위원의 분포가 밀양 송전탑을 밀어붙이려 했던 한전과 여당 성향 추천인사의 숫자가 많은 상황에서 대필, 표절 의혹 보고서를 표결로 채택하려 한 것은 처음부터 협의체를 요식 절차로만 봤다는 지적이다.

  7일 오후 5시 서울광장에 모여 탈핵 희망 문화제 ‘우리가 밀양이다’에 참가한 밀양 주민이 송전탑 저지 영상을 보며 슬픔에 잠겼다.


밀양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전문가협의체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6일, 백수현 협의체 위원장(동국대 교수)이 이메일 서면 투표를 강행해 주민과 야당 추천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앞서 백수현 위원장은 사실상 협의체 최종 회의라 할 수 있는 5일, 6차 회의에서도 보고서 채택을 놓고 대필 의혹 등으로 평행선을 달리자, A4 1장짜리 서면에 협의체 3가지 의제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자는 긴급제안을 던진바 있다.

주민, 야당 측 위원들은 이를 표결시도로 받아들였고, 참관했던 주민들과 주민 추천위원 일부가 서면을 찢어버리는 등 강하게 반발하면서 표결은 무산됐다. 그렇게 마지막 회의인 6차회의도 종료된 것이다.

협의체 의사규정상 임시회는 3일 전 전체 정원 1/3 이상의 발의로 위원장이 소집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5일 회의에서 임시회에 대한 의결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문가협의체 회의는 사실상 종결된 상태다.

하지만 백 위원장은 6일 저녁, 위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국회에 제출할 전문가협의체 보고서에 첨부할 개인 의견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다시 서면 투표를 요청했다. 주민, 야당 측 위원들은 이를 날치기 표결로 규정했다.

전문가 협의체는 8일 활동이 종료되면,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문가협의체 보고서를 검토하고 권고 안을 낼 예정이다. 결국 협의체가 표절, 대필 의혹이 있는 보고서를 중심으로 채택하면 권고 안이 한전 측에 유리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협의체 주민 추천위원인 하승수 변호사는 “백수현 위원장은 어떻게든 공사강행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라는 임무를 어디선가 부여받은 것이 분명하다”며 전문가 협의체를 요식행위로 만들려는 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또 “한전 측 위원들이 보고서를 수정할지 알 수는 없지만 수정을 해도 기본 내용이 모두 한전 보고서를 베낀 것이라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국회가 믿고 검증을 맡겼는데 대필을 한 것은 국회 기만이다. 국회가 이를 좌시하면 스스로 국회 위상을 내팽개치는 일”이라며 한전과 한전 측 위원의 제재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대필 보고서 채택하면 밀양에서 다시 싸울 것”

이미 믿었던 전문가들의 학자적 양심에 배반당한 밀양 주민들은 정부와 한전 측의 밀어붙이기식 공사 강행을 대비하는 모양새다. 밀양 주민 400여명 등 시민 500여명은 7일 오후 5시 서울광장에 모여 탈핵 희망 문화제 ‘우리가 밀양이다’를 개최하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 밀양 주민들은 “베끼기와 대필한 자들의 의견을 국회가 받아들인다면 주민들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대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우리는 밀양에서 다시 싸워야 함을 알고 있다”며 “국회 산업위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의원실에 전화를 해 달라. 밀양이 무너지면 서울도 살기 힘든 곳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고 호소했다.

밀양 주민 김명자 할머니는 “내 머릿속에는 송전탑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다. 고추를 따면서도 구호를 외치며 사는 실정”이라며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전까지 우리는 고립된 싸움을 해왔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힘을 보태고 있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문화제에 참석해 국회에서 표절, 대필 의혹 보고서 채택을 막겠다고 밝혔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위 위원인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도 문화제에 참석해 “한전 측 전문가들의 양심과 전문성을 내던진 표절과 대필 정황의 보고서로 주민 생존을 내몰 수는 없다”며 “한전 거수기가 된 전문가들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제남 의원은 “전문가들이 내놓은 보고서의 최종 판단은 국회와 관료의 일이기에 전문가는 압력에 굴복할 것이 아닌 진실과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국회가 표절과 대필 의혹의 보고서를 발아들일 수 없도록 하겠다. 이미 협의체는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무대 아래에서 <참세상>과 만나 이후 대응을 두고 “애초 한전 측 추천위원이 전력계통 전문가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는데, 결국 표결 강행으로 베끼기와 거수기 역할을 하려고 온 것이 드러났다”며 “지금은 국회 간담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한전 측 위원들의 대필과 표결 문제를 최대한 알려내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도 “전문가 협의체 야당 위원과 여기 모인 주민들,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말도 안 되는 협의체의 억지 주장을 깨부술 것”이라며 “국회에서 벌인 일은 국회에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8년을 싸워 얻어낸 전문가 협의체 40일은 밀양 어르신들이 다치며 얻어낸 금쪽같은 날”이라며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리고 애초 한전의 편을 들고 협의체 대안을 낼 마음이 전혀 없었다. 전문가들은 진정성을 갖고 밀양 송전탑 문제를 풀어야한다”며 송전선로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을 국회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