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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공동투쟁은 “희망을 꿈꾸는 날”

[투쟁사업장 기고](2) 베링거인겔하임, 민주노조 향한 다국적 기업 해고자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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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7월 4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투쟁단’이 구성되어 17개 투쟁사업장이 매주 수요일에 함께하고 있다. 개별 사업장에 힘을 주고 연대하는 것과 더불어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그리고 노조탄압을 분쇄하기 위한 대정부투쟁도 함께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싸움에 함께하기를 원하며 함께 투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한국에 두 개의 법인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사람을 치료하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고, 다른 하나는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주)이다. 같은 공간, 같은 사장, 그리고 같은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으며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은 모두 국내 제조 시설 없이 마케팅과 영업 조직만 존재한다.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은 대한민국에서 동물약품을 판매하는 회사 중에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독일 자본의 다국적 기업으로 양돈백신이 주력 제품인 회사이다. 30명의 직원으로 2011년 세전 100억 원의 이익금을 남기는 회사다.

노사관계 선진국이라더니 노조 결성 후 해고

지난 2012년 8월 27일은 노동조합 결성 총회를 하고 만 2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의 엄청난 임금 차이, 그리고 막대한 이익금을 남기고 있으면서 복지혜택에 차별을 두고 있었던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동물약품(주)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만 있으면 다 잘되려니 하고 생각했다. 노사관계의 선진국이라는 독일에서 온 회사이기 때문에 노동조합만 만들어진다면 원만한 교섭과 임단협이 이루어질 줄 알았다.

전 직원 30명에 노조 가입 가능한 21명 전원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으나 현실은 정말 냉혹했다. 노동조합 결성 이후 쏟아진 탄압은 일반 직원들이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다수의 조합원은 탈퇴하고 현재는 4명이 남아서 싸우고 있으며, 그마저 본인은 2012년 4월 30일자로 해고자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10년을 조금 못 채운, 10월이면 10년이 되는 해에 말이다.

회사는 헌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권리인 집회신고를 방해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과 계약직 직원을 매일 아침 9시에 남대문 경찰서로 출석시키고 ‘국민건강증진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집회신고를 하고 있었다. 나도 지금까지 안정적인 집회를 위해 휴일을 가리지 않고 집회 신고를 하고 있으며 집회 신고 후에는 본사 사장실이 있는 연세재단 세브란스 빌딩 16층으로 올라와 연좌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따뜻하게 맞이해 준 투쟁 선배들의 미소

그러던 중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을 알고 합류하게 되었다. 사실 시작할 때는 고민도 많이 했다. 베링거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상황에서 투쟁하는 선배(?)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사실 ‘나를 같이 투쟁하는 동지로 받아줄까?’라고. 그러나 그러한 의구심은 마치 몇 년을 같이 투쟁한 동지처럼 대해 주는 모든 공투단 동지들의 따뜻한 마음에 곧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렇게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에 합류하게 되었고 정말 많은 동지들과 어깨를 걸고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울며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공동투쟁단이 모이는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올해같이 덥고 힘들 때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변변히 누울 곳도 없이 노숙을 하는 동지들의 환한 미소가 보고 싶어서 소풍가는 어린이처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 딛는 발걸음에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꿈같은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이루어야 하는 세상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살아 있는 뜨거운 노동자의 심장을 느낀다.

벌써 10차 공동 투쟁을 향해 달려간다. 미칠 듯한 더위도 세상을 삼킬 듯한 태풍도 이제는 지나가고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도 성큼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 오고 민주노조 사수와 원직복직을 이룰 희망 또한 가까워짐을 느낀다.

“우리가 희망이다. 민주노조 사수하자”
“우리가 희망이다. 원직복직 쟁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