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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공동투쟁

[투쟁사업장 연속기고](1) 세상을 바꾸는 작은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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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7월 4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투쟁단’이 구성되어 17개 투쟁사업장이 매주 수요일에 함께하고 있다. 개별 사업장에 힘을 주고 연대하는 것과 더불어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그리고 노조탄압을 분쇄하기 위한 대정부투쟁도 함께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싸움에 함께하기를 원하며 함께 투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파업을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나고 있다

분노와 긴장 속에서 피를 말리며 정신없이 달려 온 하루하루 인지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왔는지 느낄 수도 없었다. 어느 날 정신 차려보니 파업 일수는 세자리 숫자를 만들어 가고 있고, 여전히 꽃샘추위가 기세를 부리던 봄 날씨는 최고기온을 연일 경신하며 조합원들의 살갗을 맹렬히 태우는 땡볕으로 변해있다.

변한 것은 계절만이 아니다. 조합원들도 많이 변했다. 석달이 넘는 길바닥 투쟁은 현직 대통령마저 공인해 준 금융권 ‘귀족노동자들’의 외모와 일상, 가치관까지 바꾸어 버렸다. (참, 다른 이야기이지만 ‘귀족노동자’의 투쟁과 관련하여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연봉 얼마부터 행사해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회적 비난을 유도하고 자본의 편에 서지 않을 것인지, ‘귀족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정당한 것인지, ‘귀족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로 얻은 이익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그리고 연봉 얼마부터 ‘귀족노동자’로 정의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투쟁은 지지한 적이 있는지)

처음 해보는 파업은 하루하루가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었고,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모험이었다. 월급쟁이 노동자로 살면서 스스로 일상을 깨고 파업을 경험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중소형 사업장의 파업 노동자들은 대부분 첫 경험이다. 그래서 시행착오와 실수가 많고, 승리하더라도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

파업은 그 자체로 가장 위험하고 높은 강도의 투쟁이므로 웬만한 고용의 위기나, 사용자의 탄압이 없이는 결행되기도 쉽지 않고, 사용자의 의도도 악의적인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승리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입법, 사법, 행정, 언론 등 사회시스템의 대부분은 전통적으로 또 노골적으로 자본의 편을 들고, 정치적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로 여론마저 파업투쟁에 대해서는 극단적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간다. 심지어 일부 노동조합 활동가, 운동가들조차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승산이 희미해지면 파업 중인 노동자의 분노와 절박함은 뒤로한 채, 동지에서 평론가로 중심을 옮기며 냉정하고 야멸찬 평가에 급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일과 일터를 떠나 파업을 시작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상당한 정서적 갈등과 함께 자연스레 고립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때부터 다른 곳에서 다양한 이유로 투쟁하는 사람들이 동병상련의 ‘동지’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항상 유리한 고지에서 내려다보며 탄압하는 사용자나 사회적 강자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는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다. 누구나 머리로 생각하는 연대의 논리다. 그러나 실제 파업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연대는 뜨겁고 절실한, 그리고 절절한 가슴의 연대이다. 상당한 시간을 보내며 파업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연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거나,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는다. 그냥 서로 애잔한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어지는 것이고, 그것이 연대로 불리어질 뿐이다.


투쟁사업장의 자발적인 공동투쟁이 시작되었다

한 달 전부터 매주 수요일 장기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하고 각 사업장을 돌며 집중 투쟁을 하고 있다. 절박한 투쟁들이 자발적으로 모인만큼 뜨겁고 적극적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것은 장시간의 힘겨운 투쟁 속에서 이미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다.

처음 공동투쟁을 제안했던 것은 민주노총도 아니었고, 각 연맹이나 산별노조도 아니었다. 22명이 죽어간 쌍차의 김정우 지부장,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8년을 투쟁하는 코오롱 최일배 지부장, 단체협약 회복과 복직,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1600일을 훌쩍 넘겨 투쟁하는 재능교육의 유명자 지부장 등 절절한 한을 품고, 인생을 걸고 맨몸으로 투쟁하는 당사자들이었다.

지난 6월 16일 ‘쌍용차 해고자복직과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향해 함께 걷자’ 행사와 문화제를 마치고 밤늦은 시간 대한문 앞에서 투쟁사업장 대표자들이 모여 긴말 필요없이 공감하고 결의한 것이 시작이었던 것이다.

각자가 앞이 보이지 않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사업장의 투쟁하는 노동자, 특히 장기투쟁국면의 초입에 접어들거나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 자본의 탄압이 악의적인 노동자들, 조합원 숫자가 많지 않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우선 힘을 모은다.

2000일을 넘긴 콜트콜텍, 심야노동철폐 올빼미 유성기업, 노동탄압 JW지회, 생산시설 해외이전에 따른 구조조정 생존권 투쟁 K2 지회, 기아차비정규해복투, 노조탄압과 지부장 부당해고에 맞선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지부 등 싸울 수밖에 없는 절절한 사연의 16개 사업장이 사람 냄새 나는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더 많은 투쟁 노동자들이 한목소리를 낼 때 울림은 더욱 크다

우리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는 노동운동가 출신 대주주의 노조탈퇴강요, 단체협약해지, 일방적인 정리해고 조항 도입요구 등 노동조합을 깨고 구조조정의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자행하는 노골적인 노동탄압과 갖은 부당노동행위, 회사돈 빼돌리기 등 배임과 부당경영행위, 노동조합과의 약속불이행과 노동자의 인격과 존엄을 말살하는 저급한 노무관리 등에 맞서 100일을 넘겨 투쟁하고 있다.

장기투쟁사업장의 공동투쟁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문제가 실상은 우리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며, 그 형태와 도발의 주체만 다를 뿐 다른 투쟁 사업장들과 본질은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분고분하지 않는 노동자는 깨버리겠다는 저급한 생각과 오만함, 이익을 추구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직원들을 버리고 약속을 깰 수 있다는 비인간적이고 근시안적인 경영관이 깔려 있는 것이다. 오로지 눈앞의 근시안적 이익을 위해서 자행하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기와 기만,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권에 대한 탄압이 모든 투쟁의 본질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업종과 소속, 고용의 형태를 떠나 투쟁하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고 연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고통의 본질이 같고 투쟁의 대상이 같기 때문이다.

더 많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투쟁하면 더 크게 울릴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대다수가 결국은 노동자로서, 소규모 자영업자로서 순서와 강도를 달리할 뿐 자본과 기득권자들에게 언젠가는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억울한 피해를 미리 깨우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작은 발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