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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당직자들 피 흘려가며 방청석 문 뚫어

FTA 날치기 취재 못할 뻔 ...당직자들 유리문 깨고 자물쇠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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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당 당직자들이 본회의장 서쪽 기자석으로 통하는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 방청석 문 손잡이를 드라이버 등으로 풀자 기자들 60여 명이 몰려들었다.

22일 한나라당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날치기 처리가 끝나자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1996년 12월 26일이 떠올랐다”며 “김영상 정권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의원들은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에 도둑고양이처럼 숨어서 국회에 들어가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신한국당 의원들은 날치기를 성공 시켰다고 기뻐했지만, 기쁨도 잠시 노동계의 거대한 총파업에 정권이 흔들리는 상황까지 갔다.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는 여론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됐다. 한나라당은 각종 언론에 몸싸움 장면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급박하게 대치중인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회의 비공개 동의의 건’을 상정해 표결했다.

재석의원 167명 가운데 154명의 찬성으로 본회의 비공개가 결정되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비공개는 영상은 물론 회의록도 안 남는다”고 비난했다. 이날 비공개 결정으로 본회의는 국회 홈페이지 인터넷 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가 안 됐다. 국회방송조차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비공개 결정으로 취재가 불가능할 뻔 했던 한미FTA 날치기 현장은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피까지 흘려가며 본회의 방청석 서쪽 기자석 입구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면서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민노당 당직자들은 오후 4시 16분께 회의장 서쪽 기자석으로 통하는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 방청석 문 손잡이를 드라이버 등으로 풀었다.

기자들은 본회의장 입구 로텐더 홀에 대부분 몰려있었다. 4층 방청석이 열렸다는 얘기가 나오자 순간 기자 60여 명이 우르르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4층 입구까지 잘 올라가던 기자 행렬은 방청석 입구 통로에서 멈췄다. 누군가 방청석 입구로 들어가는 유리문을 깨 부쉈는데도 경위들이 비공개라며 문을 열어 주지 않자 기자들은 깨진 유리 구멍으로 한 명 한 명 들어갔다.

유리문 안 방청석 문 앞에서도 여전히 기자들은 줄을 섰다. 누군가 방청석 문을 따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고 곧이어 문을 따던 민주노동당 당직자가 땀을 흘리며 통로 쪽으로 나와 ‘어서 들어가시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방청석 자물쇠를 풀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민주노동당 당직자는 손에서 피를 흘렸다. 유리문을 깨는 과정에서 손을 다친 것이다.

본회의장 오른 쪽 위의 조그만 방청석은 60여명의 기자들이 다 들어가기에는 너무 비좁았다. 잠시 후 본회의장 전광판에 회의 비공개 안건 상정이 떴다. 비공개 안건이 통과되자 국회 경위들은 기자들에게 ‘비공개’라 나가달라고만 반복해서 말했다. 곧이어 비준동의안도 상정됐고 3분 여 만에 날치기 처리했다.

  날치기 처리가 끝난 후 본회의장을 나가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