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우선 언론과 야당을 속이기 위해 언론과 야당에는 24일 본회의 처리가능성을 시사하면서 22일 오후 2시 의총은 예산 관련 의총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예산안을 논의한다던 의총은 원래 국회 본청 1층 회의실에서 예정 됐지만 회의 직전 본회의장 맞은편에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으로 장소가 옮겨졌다.
예산 논의를 진행하던 중 2시 50분께 황우여 원내대표가 “오늘 오전 김진표 원내내표의 의사를 확인해 봤지만 민주당은 협상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결단할 때가 왔다. 한미FTA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이동 하자”고 강행처리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때 까지도 지도부의 계획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이날 날치기가 군사작전처럼 치밀한 준비 하에 이뤄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바로 건너편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강행처리를 예상하지 못했던 야당 의원들에게는 3시 5분께 이 사실이 알려졌고 야당 의원들은 이때부터 본회의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또 3시 11분께 경호권이 발동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본회의장에 들어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의장석에 앉아 있는 정의화 국회 부의장에게 날치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미 단상을 향하는 계단은 국회 경위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숫적으로 불리한 야당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한 여당을 막기는 역부족인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본회의 강행 의결정족수가 넘어선 4시 8분께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의장석 아래서 최루탄을 까고 최루가스를 의장석에 뿌렸다.
김선동 의원이 뿌린 최루탄으로 잠시 회의진행이 중단 됐지만 최루가스가 가라앉자 의원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어 정의화 부의장은 4시 24분께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먼저 본회의 비공개 안건 부터 상정해 통과시켰다.
언론에 조차 한미FTA 날치기 처리 모습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선 4시 10분께 민주노동당 일부 당직자들이 본회의장 4층의 기자 방청석으로 향하는 유리문을 깨부수고 기자실 문도 개방시켰다. 민주노동당 한 당직자는 유리를 깨는 과정에서 손을 다쳐 피를 흘리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아니었다면 역사적인 날치기 상황을 언론이 담지 못할 수 있었다.
정의화 부의장은 본회의 비공개 안건을 처리하고 2분 뒤인 26분께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직권 상정했다. 비준동의안 표결은 약 3분 여 만에 끝났다. 야당 의원들은 날치기 처리가 끝나자 날치기 무효라고 외쳤지만 정 부의장은 이어 한미FTA 이행법안 14개도 다시 날치기 상정했다. 14개 법안 날치기엔 채 20여분이 걸리지 않았다.
▲ 본회의 해산후 야당 의원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가 끝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본회의장에 남은 야당 의원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의총을 진행하고 본회의장 농성을 결정했다.
야당, "날치기 쿠데타 한미FTA 무효투쟁 하겠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강행처리된 한미FTA의 무효를 선언하며 무효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며 “이 정권하에서 무효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저희가 정권교체를 통해서 한미FTA 무효를 선언하고 한미FTA를 새로 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FTA를 막지 못해 국민 앞에 사죄한다”며 “다시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권의 폭거와 쿠데타 무효화를 위해서 앞장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참담합니다. 18대 국회 2008년 첫 정기 국회부터 4년차 마지막 이 국회까지 강행처리로 끝나지 않는 때가 없다.며 “헌법 119조 2항을 무력화시키는 한미 FTA에 대해서 이것은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무효임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루탄을 깐 김선동 의원은 “제 솔직한 마음은 폭탄이라도 있다면 이 한나라당의 일당 독재 국회를 폭파해버리고 싶다”며 “대한민국 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국가의 사법주권을 무너뜨린 이 조작으로 가득찬 한미 FTA를 통과시키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국민의 힘으로 심판해 달라. 국민 여러분의 명령이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