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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용산 유족 애로사항은 관계기관에 전달”

광화문 한 카페서 이재영 총리실 과장과 용산 유가족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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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총리실을 찾았으나 8명의 용산 범대위 관계자들이 연행되고 나서야 이재영 총리실 행정정책 과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재영 과장과의 만남의 장소는 총리실이나 정부청사 민원실이 아닌 광화문 근처의 한 카페였다. 애초 유가족들은 유가족 5명과 김태연 범대위 상황실장이 세종로 정부청사 안 민원실에서라도 만나겠다고 했지만 이재영 과장은 “청사 안에서는 만날 수 없다”고 밝혔다. 총리실의 이 문제에 대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총리실은 처음엔 김태연 상황실장은 빼고 유가족만 만나겠다고도 했다.

  용산참사 유가족과 김태연 용산범대위 상황실장에게 근처 커피숍에 가서 대화를 나누자는 이재영 총리실 행정정책 과장. 사진 오른쪽

카페에서 1시간 30여분 동안 이재영 과장을 만난 결과에 대해 김태연 범대위 상황실장은 “정부사과는 서울시와의 협상으로 풀기 어려운 부분임을 확인했다”면서 “11월 내에 총리와의 면담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런 요구에 “이재영 과장은 ‘면담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대로 보고해서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겠다’고 대답했다”고 김태연 실장은 전했다.

김태연 실장은 이날 면담을 놓고 “구체적인 협상내용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면서 “ 총리면담의 필요성과 정부사과가 장례를 치르기 위한 선결조건임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유족 면담에 앞서 이재영 과장은 “동일한 주장으로 면담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주장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상황변화가 생기면 검토 하겠다”고 총리실 입장을 밝혔다. 이재영 과장은 “유족들이 서울시와 협상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어 저에게 전화를 하시면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이라며 “협상이나 구체적인 액션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밝히기도 했다.

  광화문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하는 이재영 과장, 김태연 실장, 유가족들

총리, 추석 때 왜 유가족을 기만하셨나?

추석날인 지난 3일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한 정운찬 총리는 유가족들에게 내심 희망을 주는 듯했다. 그러나 총리 방문 24일이 지난 이날, 유가족들이 밝힌 입장은 한 마디로 ‘총리가 기만했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유가족을 왜 기만하셨느냐”면서 “차라리 눈물이나 보이지 말고 약속이나 하지 마시지 왜 그랬느냐”고 반문했다. 유가족들은 “사태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던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총리에게 직접 따져 묻겠다”면서 “총리는 용산 참사에 대해 정부 책임을 시인하고 유가족에 사죄하고 철거민 생계대책을 마련하라”고 면담을 요구했다.

유가족 김영덕(고 양회성 씨의 부인) 씨는 “총리가 용산에 찾아와 유가족 앞에서 눈시울을 흘리고 나서 그 뒤 두 번 전화가 왔다”면서 총리실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김영덕 씨는 “국감으로 지금 몹시 바쁘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면담을 통해 얘기를 듣고 해결을 짓겠다 하고 나서 아직 전화한통 없다”면서 “대화할 길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유가족들이 직접 정부청사까지 찾아와 면담을 요청한 것은 총리실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다. 김태연 상황실장은 “각종 언론에 총리실 관계자가 ‘만날 의사가 없다. 용산범대위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흘리고 있고, 한편으론 전화로 국감 이후에 볼 수 있다고 했다”면서 “총리실을 직접 찾아 진의를 확인하려고 왔다”고 유가족 직접 면담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만일 총리 일정으로 당장 면담이 어려우면 책임 있는 관계자가 나와 유가족에게 입장을 밝혀주고 이후 면담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청사 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유족들과 김태연 상황실장. 이들은 범대위 관계자 8명이 연행되고 난 후 이재영 총리실 행정정책 과장이 나오고 나서야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