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용산국민법정을 준비하며

[기고] 용산, 진실의 꽃으로 살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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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국민법정이 10월 18일 열린다. 국민법정이란 용산참사의 은폐·왜곡된 진실을 밝히고 강제진압과 철거민 사망의 책임자를 분명하게 짚어냄으로써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정의를 실현하고자 세우는 법정이다. 이미 시민기소인 10,00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 시민들이 나서서 용산사건의 책임자를 지목하여 법정에 세우고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잣대를 통해 그들의 책임을 묻기 위함이다. 왜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가?


2009년 1월 20일 용산 남일당 건물.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철저하게 짓밟는 재개발사업, 철거용역들의 온갖 폭력과 협박, 성희롱 등으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 망루로 올라간 철거민들. 주거권과 생존권의 박탈 위기에 내몰려 생존권 보장을 외치던 이들을 경찰은 도심테러범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단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무자비한 강제진압을 자행하였다. 철거민 5명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되었고 수많은 철거민들이 부상을 입었건만, 검찰은 철거민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하였고, 강제진압에 나섰던 경찰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하여 면죄부를 주었다. 경찰과 검찰의 시각에서는 철거민들은 ‘떼쟁이’요, 도심 한가운데 건물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화염병을 던져 길 가던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 테러범이 되었다. 반면에 경찰은 적법하게 공무를 집행한 것이란다.

과연 망루농성 철거민들이 진짜 범죄자이고 테러범인가? 서민의 생존권 보장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거대자본과 소유권자의 이익만을 위해 재개발사업을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 ‘법질서 확보’라는 미명 하에 철거민들의 망루농성을 도심테러범으로 규정짓고 살인진압을 감행한 경찰, 수사기록조차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검찰, 이들이 용산참사 사건의 주범이 아닌가?

용산 제4구역의 재개발사업이 시행되면서 세입자들은 주거권과 생존권의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로 강제퇴거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반인권적인 재개발사업, 폭력과 인권침해가 난무한 철거의 현장에서 생존권보장을 외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 망루농성이었다. 검찰은 이것을 범죄행위라고 말한다. 이러한 형식적인 법 논리 속에서는 주거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라든가 생존권박탈의 위기에 내몰린 철거민들의 피폐해진 삶의 현실이 철저하게 외면되고 있다. 유엔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물론 우리 헌법도 주거권 및 생존권보장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유엔인권위원회는 적절한 주거권보장의 대안 없이 세입자들을 강제 퇴거시키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선언하고 있다. 힘없는 약자들이 부당한 인권침해에 대항하여, 그것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 망루로 올라간 것이 어찌 테러범이 된단 말인가?

무자비한 강제진압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경찰과 검찰은 철거민들이 망루를 설치하여 거리에 많은 화염병을 투척해 시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테러범으로 몰아가는데 골몰하고 있지만, 망루농성 철거민들은 경찰의 비호 아래 각목과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물대포를 쏘는 철거용역들에 대항하여 화염병을 두 차례 던진 것이 전부이다. 망루 농성자들이 마구잡이로 화염병을 거리에 투척하였다는 것은 날조된 허위일 뿐이다. 반인권적 재개발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생존권보장을 요구하는 비폭력저항행위가 어느새 도심테러행위로 둔갑되고 있는 것이다. 철거민들을 테러범으로 몰고 가기 위하여 이명박 정부는 있는 사실조차 날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단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감행한 강제진압의 과정을 보면 경찰은 망루농성 철거민들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 망루 안에 화염병 등 인화물질이 많이 있음을 잘 알면서도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로 성급하게 경찰특공대를 남일당 건물 옥상에 투입함으로써 화재참사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망루 안의 인화물질로 인하여 섣불리 진압작전을 수행할 경우에 화재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망이나 상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찰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화염병을 소진하도록 유도하는 등 사전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로 전격적으로 진압작전을 감행하였다. 이쯤 되면 살인진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강제진압과 같은 국가공권력의 행사는 적법한 요건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적법성원칙과 비례성원칙에 어긋나는 진압작전은 불법적인 공권력행사로서 국가의 폭력행위이자 시민을 향한 테러행위일 것이다. 1월 20일의 강제진압은 공권력행사의 요건이나 절차, 수단과 방법 등 모든 면에서 적법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었으며, 용산참사는 경찰이 철거민들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무리하게 위법한 공권력행사를 감행하여 살인의 결과를 낳은 사건이다.

이러한 용산의 진실은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철저하게 왜곡되었다. 강제진압 며칠 후 검찰은 화재의 원인이 화염병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압작전을 수행하였다는 이유로 경찰의 책임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였다. 진압과정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하기도 전에 경찰은 적법한 공무수행자이고 농성 철거민들이 범죄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국철거민연합에 대해서는 전국적인 단위에서 철저하게 수사한다고 하면서, 조직폭력과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철거용역업체의 폭력, 협박, 업무방해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 검찰은 철거민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법원의 공개명령마저 어기면서 수사기록 3,000쪽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용산사건의 진실을 은폐․왜곡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법을 적용하는 사법기관의 법적 판단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권위를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법적 판단이 편파적인 진실의 왜곡을 만들어내는 순간, 그리하여 시민들의 상식적인 생각에서 멀어지는 순간, 법은 진실을 거부하는 수단이 될 뿐이고 시민을 향한 국가의 테러행위를 미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원리에 터 잡은 진정한 법이 아니다.

이것이 시민들이 나서서 국민법정을 통해 용산사건의 진짜 책임자를 가려내고 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이다. 국민법정은 서초동의 법조단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용산의 진실은폐시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무자비하게 살인진압을 자행한 경찰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자 하며, 편파수사와 수사기록 미공개로 진실은폐에 앞장서는 검찰의 행태도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반인권적 재개발정책을 주도한 이명박 정부가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작은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철거민들의 소박한 꿈마저 무참히 짓밟으면서 그들을 테러범으로 간주하여 무자비한 살인진압을 감행한 배후 수괴임을 밝히고자 한다.

서울 서초동의 법정에서는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졸지에 테러범으로 몰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로 진행되는 재판이다. 막가파식 재개발정책을 밀어붙이는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시공사들, 철거용역업체들, 그리고 반인권적 재개발정책을 위해 생존권보장을 요구하는 철거민들을 테러범으로 간주하여 소탕의 대상으로 삼아 살인진압을 자행한 경찰, 불법적 공권력행사를 적법한 것이라 감싸며 사건의 은폐와 왜곡에만 몰두하는 검찰,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서초동의 법정에 이들을 세울 수 없다면, 그리하여 용산의 진실이 은폐되어 버린다면, 주권자인 국민들이 나서서 용산의 진실을 폭로하고 사라진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민법정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진실을 선언하는 공간이다. 국민법정은 실제의 형사재판처럼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국민법정에서 우리가 선언하는 진실에는 시민들의 마음을 엮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참모습이 담기게 될 것이다. 법의 이름으로 용산의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이명박 정권의 법에는 민주주의가 없고, 인권이 없고, 민중의 따스한 삶이 없다. 이것이 진짜 법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용산국민법정은 철거민 다섯 분의 희생이 인권의 이름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진실의 이름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10월1호 특집기사에 실렸습니다. 이호중 님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용산국민법정 준비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