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경찰 지휘부 수사기록 3천쪽 미공개가 오히려 검찰에 역풍으로 작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28일 용산 철거민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이 죽고 특공대원 1명이 죽은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용산 철거민 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등 당시 진압 작전에 관여했던 지휘라인 8명이 다음달 9일 법정에 증인으로 서야한다.
용산 재판은 검찰 수사기록 3천 쪽 공개를 요구하며 초기 변호인단이 전부 사임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변호인단이 요구했던 수사기록은 경찰지휘부에 대한 수사기록과 용역업체에 대한 기록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임한 변호인단은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 등 경찰 지휘부 3인만 증인으로 채택해 놓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요청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등 추가 5인을 모두 증인으로 받아들였다.
검찰은 “이전 변호인이 신청한 경찰지휘부 3인 외에 추가로 증인을 채택하는 것은 이 자리가 공무집행의 적법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김석기 전 서울청장 등의 추가 증인 채택을 반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전 변호인들은 검찰이 수사기록을 모두 줄 것이라 생각해서 3인만 신청한 것이라 새 변호인이 요구하는 경찰 지휘부 추가 5명의 증인을 모두 채택하겠다”고 결정했다. 사실상 검찰의 수사기록 미공개에 대한 부적절함을 지적한 것. 검찰은 수사기록 3천 쪽을 공개하지 않은 것 때문에 원치 않는 공무집행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경찰 지휘부를 불러 심문하게 된 것이다.
용산 철거민들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경찰 지휘부와 용역에 대한 두 가지 수사기록에 대한 협조를 했으면 불필요한 증인 채택은 뺏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태 변호사는 경찰 지휘부 채택을 두고 “진압계획의 총책임자인 김석기 총장, 현장에서 지휘를 총괄한 서울청 차장, 박삼복 특공대장외에도, 진압을 건의한 용산경찰서장 등 8인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심문 없이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미 검찰에서 이 모 검사가 경찰 지휘부를 상당히 추궁한 기록이 있었으나 수사를 하다가 스톱 됐다”면서 “애초대로 서울경찰청 차장만 부르면 ‘총장이 시켜서’ 라고 말하면 끝이다”라고 추가 증인 신청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28일 공판에서도 변호인단은 지난 24일에 이어 망루화재 발화원인이 화염병인지와 특공대 투입 요건이 정당했는지를 두고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그 동안 증인으로 채택되어 나온 경찰특공대원 들은 발화원인으로 화염병을 모두 보지 못했다. 김석기 전 서울청장 및 경찰 지휘부에 대한 심문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는지를 판단하는 자리가 된다.
이날 공판이 끝나고 김형태 변호사는 “화재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공소사실이 거의 다 무너졌고, 정당한 공무 집행이 아닌 걸로 드러나면 공무집행방해치사가 아니”라며 “만약 김석기 전 서울청장이 증인으로 안 나오면 (재판부가) 구인을 해야 한다. 시간이 넘어가더라도 시간에 쫓겨서 재판을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