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평균 4.5% 인상에 이어, 올해 6월 27일자로 전기요금이 평균 3.9% 인상되었다. 그리고 내년에도 또 올릴 걸로 예상된다. 계속적인 전기요금 인상의 배경에는 약 3조 원에 이르는 작년 한전 당기순손실과 올해 초까지 계속된 적자가 있다. 한전의 손실은 LNG 및 무연탄 등의 주요 연료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정부는 전기요금이 공급원가에도 못미침을 지적하며 전기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그럴까?
전기요금이 공급원가에도 못미친다?
▲ 연도별 한전 당기순이익 |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한전의 당기순이익은 연평균 2조 3020억 원 이었다. 2008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약 3조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올해 에너지 가격의 안정이 지금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상당한 당기순이익 실현이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경과만을 볼 때 전기요금이 공급원가에 못미친다고 하기는 어렵다.
공급원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없는기
2001년 전력의 판매부문과 발전부문을 분리하고, 경쟁을 통한 효율성 향상이라는 명분 하에 전력거래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많은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2001년 이전에는 한전이 발전연료를 구매할 때 외국의 무연탄 생산자들에 대해 구매협상력의 우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발전부문이 5개사로 분리되고 각사가 따로 소량을 경쟁적으로 구매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무연탄 구입단가가 상승한 측면이 있다. 시장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구입할 때 가격을 에누리 받거나 덤을 가져 올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 한전이 7개의 회사(한전, 한수원, 발전5개사)로 쪼개지면서 고위직/관리직 직원이 엄청 늘었다. 사장과 감사도 7명이 되었고 이사도 수십명으로 늘었으며 그 밑으로 줄줄이 관리직 간부들이 엄청 늘어났다. 거기다가 전력거래소라는 조직이 새로 생겼는데 7개 회사가 공동으로 1280억원을 출자(2008년말 기준)하여 운영되며 발전회사가 만든 전기를 이 조직을 통해 한전이 구입해서 전기사용자에게 판다는 개념이다. 2008년 한해 동안 전력거래소는 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면서 710억 원을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지출하였는데 이 돈은 모두 한전과 발전회사가 거래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부담한다.
이외에도 수 천만 원 내지 수 억 원짜리 자재와 부품들을 발전소 간에 호환사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재고비용 증가,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심화로 인한 사기 저하, 노조가 강성화된 데 대응하기 위한 노무관리비 증가 등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전력의 공급원가에 전가한 것이다. 해마다 전력판매량이 꾸준이 늘어나는데도 2002년 이후 한전의 당기순이익이 늘지 않는 것은 이런 비용과 손실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해야지만 어려운 전력통합
최근 한전 내부에서는 분할로 인한 비효율과 손실을 깨닫고 정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전력산업의 통합론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세력의 반발로 인해 통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전력산업이 통합되어 지식경제부 내에 설치된 전기위원회가 기능을 상실할 경우에는 1국 3과 30여명의 자리가 없어지기에 이들의 저항이 완강하다. 두 번째 반대세력은 발전자회사의 경영진과 고위간부들인데 전력산업 통합 시 자신들이 구조조정 1순위이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도 전력통합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력거래소는 거액의 상금을 걸고 ‘전력산업 경쟁촉진’에 관한 대학생 논문을 공모하는 등 전력산업 분할을 고착화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인해 한전 경영진은 전력산업의 완전한 통합 대신에 일부 통합을 주장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 제도의 현실
어쨌든 불안정한 국제 에너지시장과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설비 확충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체계는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등 6가지 종별로 요금수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주택용과 일반용은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적용하여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산업용과 농사용에 대해서는 낮은 요금을 적용하여 산업경쟁력 향상 및 농·어민 보호를 위한 정책을 수행하여 왔다.
08년 기준으로 종별 요금수준을 살펴보면 주택용과 일반용의 원가수준이 121% 이상인데 비해 산업용은 84.1%, 농사용은 53% 수준으로 종별 원가수준의 격차가 크게 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일반용 및 주택용 고객이 농사용 및 산업용 고객의 비용의 일부를 상호보조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
▲ 전기 계약종별 판매단가/판매량/원가수준(2008년 현재) |
전기요금 인상의 방향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주택용 누진제의 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가전기기 대형화 및 보급증가에 따른 가구당 전기사용량 증가추세를 반영하여 일정 사용량(필자가 생각하기에는 300㎾h 정도가 적당) 이하 구간의 부담을 완화하고, 지나치게 높은 사용량에 대해서는 누진율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누진제 적용을 일반용에까지 확대 적용하여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동시에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저소득층,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요금부담 경감을 위한 대안들이 추가로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 산업용에 대한 저가요금 정책은 이미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고착화시켜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력판매량을 기준으로 볼 때 산업용전력 판매량이 전체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산업용 요금의 인상은 타종별 요금인상에 비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쟁력이 낮은 중소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이 걱정된다면 일정 사용량을 기준으로 단계별 단가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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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성 씨는 발전노조 조합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