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25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의견서가 각계에서 쏟아졌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 △의료법인 해산 조항 중 다른 의료법인과 합병 삽입 등을 핵심으로 한다. 보건복지부는 “규제완화를 통한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관련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이를 ‘의료민영화의 사전단계’라고 비판하고 있다.
17일 의견서를 낸 곳은 공공노조와 보건의료노조, 참여연대 등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도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글이 500여 건 가까이 올라왔다.
의료사각지대 해소한다는 원격의료 진실은...
개정안이 현행 의료인과 의료인의 관계로 한정하고 있는 원격의료를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로 변화시킨 것을 보건의료노조는 “단순히 원격의료 주체의 변화가 아닌 자본력을 갖춘 ‘삼성’ 등 재벌주도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격의료 인프라 구축을 민간자본이 선도하고 있어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해 통신업체 등과 연계한 병원경영지원회사의 등장과 재벌병원들이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해 의료를 독점화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K의료원의 경우 이미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고 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추었으며 C의료원은 전국 8개 병원 전산망을 통합하고 원격의료를 대비해 지방병원들을 직할로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사각지대 해소라는 도입취지와는 다르게 대형재벌병원 위주로 의료공급체계가 재편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병원도 삼성 등 재벌 중심 서열 구축
부대사업 확대와 합병조항도 문제다.
개정안 49조에서 부대사업에 ‘구매·재무·직원교육 등 의료기관의 경영을 지원하는 사업’ 즉 병원경영지원사업(MSO)이 포함된 것을 공공노조는 “대자본의 유입으로 고가 의료장비 도입, 수익모델 창출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도 “의료법인의 영리추구금지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으로 기존 부대사업의 성격과 달리 병원업무 및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MSO와 비영리법인 의료기관과의 관계에 대한 규제를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법인 해산에 ‘다른 의료법인과 합병한 때’가 포함된 것도 “합법을 위한 해산을 인정하는 것”으로 의료법인의 매매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대형의료자본이 주변의 중소병원을 인수 합병해 특정지역에 독점적 위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노동시민단체들은 지적한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삼성병원의 경우 전국 100여 개의 병원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종합전문요양기관 중 소위 ‘빅4 병원’의 점유율이 30%가 넘어 재벌병원자본을 중심으로 서열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