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졸이던 가족들 “건강하니 다행이다”
“정리해고 막지 못해 미안하다. 쌍용차 투쟁으로 정부의 포악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동지 여러분 고맙습니다.”
▲ 이창근 기획부장은 문자를 통해 “이 시간부터 저의 인터뷰는 종료합니다. 그동안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정리해고 투쟁 승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살입폭압 정권의 실상을 살 떨리게 경험합니다. 오랜 시간 뵙지 못하지만 그동안 감사했어요”라고 전했다. |
6일 오후 9시경 평택경찰서에 호송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창문이 열리며 수염이 덥수룩한 쌍용차노조 이창근 기획부장의 얼굴이 나왔다. 경찰이 창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는 호송버스를 둘러싼 가족들과 취재진을 향해 “정리해고를 막지 못해 미안하다”고 외쳤다.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는 화답이 들렸다. 호송버스를 기다리던 엄마들은 남편에게 아이의 얼굴이라도 보여주려 아이를 안고 까치발을 섰다. 그러나 경찰이 버스와 경찰서 현관 입구를 가로막아 손 한 번 잡지 못하고 남편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 창문밖으로 손을 내밀어 가족의 손을 잡은 쌍용차 노동자 |
▲ "여러분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
“여보 나 여깄어! 몸은 어때? ◯◯아, 아빠가 손 흔들었어? 봤어?”라고 소리치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젖어있었다.
굴뚝 농성에 들어간 후로 목소리만 3개월째 들었던 김봉민 부지부장의 아내 서 희씨는 호송버스에 매달려 겨우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걱정하지마. 비 맞지 말고 비 피해서 있어. 걱정마.”
▲ 창문을 열고 소리치는 김봉민 부지부장의 목소리에 서 희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어서, 좀 더 가까이서 얼굴을 보기 위해 경찰서 현관 문 앞까지 쫓아갔지만, 경찰은 이들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
창문을 열고 소리치는 김봉민 부지부장의 목소리에 서희 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어서, 좀 더 가까이서 얼굴을 보기 위해 경찰서 현관 문 앞까지 쫓아갔지만, 경찰은 이들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5월 7일 농성에 들어간 뒤로 얼굴 본지 3개월이 넘었어요. 마음이 아프고 심장이 두근거려요. 뭐라고 표현도 못하겠고…”, 한참을 서 있던 그녀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살입폭압 정권의 실상을 살 떨리게 경험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조합원들은 표정은 한결같이 강건했다. 이들은 “쌍용차 투쟁 승리, 정리해고 박살”, “여러분 고맙습니다.”고 구호를 외쳤다. 구호 소리에 맞춰 가족들과 연대 단체회원들이 구호와 함성을 질렀다.
▲ 가족들이 경찰 너머로 가장의 얼굴을 찾았다 |
▲ 건강하다는 말에 뒤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는 아내 |
▲ 가족들은 오래도록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버스에서 내리는 한명 한명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로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그냥 얼굴 보고 웃었어요. 건강해 보여서 너무 감사해요”라고 말하며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손에 연두색 풍선을 쥐고 있던 아들은 아빠를 봐서 좋냐는 물음에 고개만 끄덕거렸다.
오전 내내 “사측 직원들이 파업노동자들과 가족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서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는 정아 씨. 정아 씨는 “끝까지 사측이 이렇게 보복해야 하나”며 “제 발로 정당히 정문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편들이 정문으로 나오면 가족들이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박수쳐주고 하면 좋을텐데”라고 말했다.
“모두가 고생이 많았고 힘들었지만 기쁨의 날이기도 하다”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굵은 비가 정아 씨의 볼을 타고 흘렀다. 정아 씨는 “그렇게 비가 내리라고 할 땐 안 내리더니 이제야 비가 내린다. 정말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참 후 강기갑 의원과 이정아 대표, 그녀의 아이들이 변호사를 대동하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 민주노동당 강기갑의원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접견하러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